최근 단행된 현대차그룹 임원인사에서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전무를 포함한 친인척 4명이 부사장으로 전격 승진되자 현대자동차노동조합(위원장 이헌구)이 '족벌경영, 친정체제 구축'이라고 비난하고 나서 주목된다.
현대차 노조는 특히 "이번 인사 결과는 노무현 당선자와 대다수 국민들이 바라는 재벌개혁 정책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규정하면서 이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을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3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정회장의 아들 정의선 전무를 현대자동차(주) 부사장으로, 조카 정일선 전무를 비앤지스틸(주) 부사장으로, 둘째 사위 정태영 전무를 현대카드(주) 부사장으로, 셋째 사위 신성재 전무를 현대하이스코(주) 부사장으로 각각 승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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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이번 인사와 관련 7일 '족벌경영, 선단경영, 황제경영에 대한 노동조합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세계 5위 자동차기업을 추구하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총수인 정몽구 회장이 인사정책의 공평성과 객관성을 망각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특히 "정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씨의 경우 99년 이사, 2000년 상무, 2001년 전무, 2003년 1월 부사장으로 초고속으로 진급시켰다"며 "이는 대다수 현대차 그룹의 선량한 임직원들과 철저한 차별·특혜 인사조치로서 기업 인사정책의 객관성을 파괴하는 행위인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2세에 대한 '세습의 수순 밟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정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족벌체제 강화', '세습경영 노골화', '문어발 식 기업 확장', '황제경영 부활'등의 행보를 보면 (현대차가) 과거 한국경제의 병폐로 지적되었던 재벌정책의 폐해로 회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현대차 노조는 "현대차그룹 계열 노조인 기아차노조, 하이스코노조, INI스틸노조, 캐피코노조 등과 긴밀히 연대해서 현대차그룹의 제왕적 그룹운영과 무원칙한 인사, 지배구조의 문제, 부정한 세습, 무분별한 투자, 황제경영 등에 대해서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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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이헌구 위원장은 "다음주 중 현대차그룹 전 계열사 노조위원장 모임을 갖고 공동 기자회견을 여는 등 그룹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응해나갈 것"이라며 "또 임단협 등을 통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조측의 강경대응에 대해 현대차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경영권 문제이기 때문에 더이상 언급할 것이 없다"면서 "대통령의 장관 인사에 공무원들이 반기를 드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불쾌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인사는 젊은 경영진으로서의 세대교체가 핵심"이라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외 경영환경에서 초일류 자동차전문기업으로 도약하고 기획 부문과 글로벌 분야의 역량 강화를 위한 인사 포석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반면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타 김상조 소장은 "경영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재벌 3세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노조의 지적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면서 "등기 이사가 아닌 임직원 인사는 경영권에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이를 본질적으로 문제 제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노조의 이러한 대응은 경영감시와 경영참여라는 입장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이러한 인사결과는 재벌 2세에 대한 불법 승계에 대해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현대차 이사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상속증여세법의 개정과 사외이사들의 경영권 감시 강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 | '패밀리 경영체제' 굳히고, 기획 총괄 기능 강화 | | | [해설] 현대차 그룹 임원인사가 갖는 의미 | | | | 현대차그룹이 지난 3일 전격 단행한 사장단 인사는 '패밀리' 경영체제를 굳히고 그룹의 기획총괄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 정의선(33) 전무와 사위들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은 3세 경영과 친정체제를 본격화한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정의선 부사장의 경우 지난 99년 말 현대차 이사로 임명된 뒤 2001년 상무, 2002년 전무, 2003년 부사장으로 1년마다 고속 승진하면서 그룹의 주력사인 현대·기아차의 업무를 총괄하는 업무를 맡아 후계체제를 다지게 됐다.
정 회장의 동생 고 정몽우 씨의 아들 정일선 비앤지스틸 전무(33)도 부사장이 됐다. 또 정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태영(43) 기아차 전무, 셋째 사위인 신성재(35) 현대하이스코 전무도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로열 패밀리'를 주요 계열사에 골고루 포진시켜 일시에 승진시킨 것은 새 정부 출범 전에 후계 체제의 구도를 하루 빨리 기반 위에 올려놓으려는 의도가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패밀리' 경영체제 강화는 '재벌시스템 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차기 정부의 기업정책 방향과 상반된 것인 만큼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현대·기아차기획총괄본부장인 정순원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킴으로써 기획총괄부문의 기능과 위상도 강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순원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장은 경복고-서울대 정치학과-미국 인디애나 대학원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지난 86년 현대경제연구원에 입사했다.
정사장은 현대·기아차 기획조정실장과 모비스 부품사업총괄부사장을 거쳐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장을 지내 사내외에서 정몽구 회장의 브레인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 공희정 기자 | | | | |
다음은 7일 현대차 노조가 발표한 성명
덧붙이는 글 | 족벌경영, 선단경영, 황제경영에 대한 노동조합입장
정몽구 회장은 현대자동차 그룹 경영을 ‘거꾸로’ 돌리지 말라!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지난 1월3일 전격적인 사장단 인사를 통해서 외아들 정의선을 현대자동차(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조카 정일선을 비앤지스틸(주) 부사장, 둘째사위 정태영을 현대카드(주) 부사장, 셋째사위 신성재를 현대하이스코(주) 부사장으로 각각 승진시켰다.
우리는 이번 인사결과를 보면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글로벌-5'(세계5위자동차기업)를 추구하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총수인 정몽구 회장께서 인사정책의 공평성과 객관성을 망각하고 철저히 '족벌경영체제', '친정체계 구축'을 위해 인사권을 행사했다는 사실 자체는 한마디로 노무현 당선자와 대다수국민들이 바라는 재벌개혁정책에 역행하는 처사라 규정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의 경우 99년 이사, 2000년 상무, 2001년 전무, 2003년 1월 부사장으로 진급시킴으로서 대다수 현대자동차 그룹의 선량한 임직원들과 철저한 차별, 특혜 인사조치로서 기업(그룹) 인사정책의 객관성을 파괴하는 행위인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2세에 대한 '세습의 수순 밟기'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현대자동차 그룹의 총수인 정몽구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족벌체제 강화, 세습경영 노골화, 문어발식 기업 확장, 황제경영 부활'등 행보를 보면 '과거 한국경제의 병폐로 지적되었던 재벌정책의 폐해로 회귀하고 있다'는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03년 현대자동차 그룹 계열 노조인 기아차노조, 하이스코노조, INI스틸노조, 캐피코노조 등과 긴밀히 연대해서 현대자동차 그룹의 제왕적 그룹운영과 무원칙한 인사, 지배구조의 문제, 부정한 세습, 무분별한 투자, 황제경영 등에 대해서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다.
2003년 01월 07일
민주노총/전국금속산업연맹/현대자동차노동조합 위원장 이헌구(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