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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문화재보호법 제2조에 의하면 문화재라 함은 인위적·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적·민족적·세계적 유산으로서의 역사적·예술적·학술적·경관적 가치가 큰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문화재의 범위를 고고 미술사적 측면의 협의적으로만 해석하고 있는 단편한 경향이 있다고 할 것이다.

최근 문화재의 정의를 인공적인 것뿐만 아니라 자연적인 미적 가치로까지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음에 우리는 주목해야한다.

「문화재」라는 용어의 성립과정을 살펴보면 - 문화적 가치를 지닌 산물이나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으로서 산업혁명 이후 영국에서 천연자원의 개발이 활기를 띠게 됨에 따라 자연의 파괴와 역사적 문화유산의 손상·파괴 및 소멸을 우려한 데서 일어난 민간의 자연보호와 문화재보호 운동과정에서 "문화재"라는 용어가 성립된다.

즉 19세기 말 영국에 "사적지와 자연미 보호를 위한 국민협의" 조직되었고, 1907 년부터 「자연과 문화재보호를 위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 시작되었다.

마침내 유네스코도 제17차 총회(1972.11.16) 에서 문화유산 및 자연환경을 형성하는 풍경과 지적을 문화유산운동에 포함함으로써 전세계인류에게 문화유산보존운동의 중요성을 알려내기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유네스코는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s)의 구분과 정의를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문화유산
1)기념물: 건축물의 기념적 의의를 가지고 있는 조각 및 회화작품(동굴주거 및 명문포함)과 고고학상,역사상,미술상,또는 과학상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요소,요소군 또는 구조물인 것
2)건조물군: 독립적이거나 연속 건조물군으로 그 건축물이 균질성 또는 풍경내에 있는 위치에 의하여 역사상,미술상 또는 과학상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
3)유적지: 지정학상의 구역으로, 인공미와 자연미의 결합으로 그 미관에 의거하여 또는 과학상,역사상,민족학상 또는 인류학상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

*자연유산
1)무기적 및 생물학적 생성물 또는 생성군으로 이루어져 있는 자연물로 관상상 또는 과학상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
2)지질학적 및 지문학적 생성물 또는 희귀한 동물 및 식물 등의 생식지 및 자생지가 명확히 한정되어 있는 구역으로 과학상 또는 보존상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
3)자연구 또는 명확히 한정되어 있는 자연의 구역으로 과학상,보존상 또는 자연경관상 또는 인공과 자연의 결합적 소산으로 특별한 가치가 있는 것


반면 우리나라의 문화재와 관련된 역사를 살펴보면(정문교저 문화재행정과 정책),

①혼돈기(광복~ 1950년대)
1945년 11월 미군정청 관할 "구황실사무청" 발족
1933년 조선총독부 "조선 보물 고적 명승 천연기념물 보존령"을 기초로 한 법률제정
1945년 일본에 밀반출된 문화재의 반환을 미군정청을 통해 맥아더에게 요구
1949년 7월 반환요구.
1950년 한국전쟁으로 많은 문화재 소멸.

②1960년대
1961년 문교부 문화재보존과와 구황실 사무총국이 합쳐져 문화재관리국이 문교부의 외국으로 설립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1965년 12월 일본으로부터 1,432점 반환

③1970년대
1972∼1976년 128억원 투입 "문화재보존관리 5개년계획"수립
1975년 문화재연구소 설립

④1980년대
점(點)에서 면(面)으로의 보존정책방햔 마련
1988년 9월 유네스코 가입
86 아시안 게임, 88올림픽으로 국제화, 교류확대

⑤1990년대
1990∼2009년 1,789억 투입 경복궁 복원사업
1995년 불국사 석굴암,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
1997년 창덕궁, 수원 화성 등록
2001년 경주역사권역, 고인돌군 등록
1997년 문화유산의 해
1999년 5월 문화재관리국이 문화재청(1급청)으로 승격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살펴보면서 아주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유네스코는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s) 이라고 정의한 반면 우리나라는 문화재 (cultural properties) 라고 정의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사전적 의미로 「property」는 재산, 소유물, 성질, 특성으로 정의되어 있다. 반면 「heritage」는 상속재산, 물려받은 것, 유산, 전통, 천성으로 확연하게 구분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문화재」라는 용어는 단순히 재산가치가 있는 재물을 말하는 편협한 용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필자가 살펴본 바에 의하면 유네스코나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회) 등과 유럽에서 heritage 라고 쓰고 있으며 우리와 매우 긴밀하게 비교 평가되고 있는 동북아 3국(한국, 중국, 일본)을 비교해 보면 먼저 중국은 정신적 유산의 의미와 재화의 의미가 합성된 문물(文物) 이라고 표기하며 국가기관도 「문화유산부」이다. 반면 일본의 문화재보호법을 그대로 모방하여 -최근 일정 부분 개정은 되었지만- 사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일본만 문화재(cultural properties)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문화재청의 영문표기도 properties 에서 heritages로 변경할 필요가 있으며 더더욱 문화재청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한국어 site 에는 "문화재탐방"으로 되어있지만 영문 site 에는 분명히 세계유산, 문화유산(heritages)으로 표기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문화재청의 조직도를 살펴보면 문화재청장 밑에 기획국장과 "문화유산국장" 이 있다. 오히려 「문화유산청장」 밑에 문화재국장이 있어야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것은 아주 오랜 기간을 통해 현재 우리에게 보여지고 있는 "전통의 산물들"이 단순한 재화의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중하게 보존·전승되어야 할 정신적 유산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요무형문화재(인간문화재)라는 용어에 함축되어 있는 의미를 살펴보면 더욱 답답해 진다. 전통의 기술을 정신과 몸으로 이어받고 있는 분들을 단순히 문화재 즉 재화로 볼 수 밖에 없게하는 이렇게 저급한 문화행정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리고 국립문화재연구소도 "국립문화유산연구소"로 개칭되어야 연구소 본연의 이름에 걸 맞는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급격한 산업화·자본화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를 우리스럽게 지탱해준 정신만큼은 자본의 논리와 경제적 용어로부터 탈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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