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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을 올리면 교육인적자원부는 전남도교육청으로 이첩하고 최종 곡성교육청에서 회신이 왔다. 사실확인 없이 매번 똑같은 결론이었다.
민원을 올리면 교육인적자원부는 전남도교육청으로 이첩하고 최종 곡성교육청에서 회신이 왔다. 사실확인 없이 매번 똑같은 결론이었다. ⓒ 이국언
지금까지 곡성교육청은 '전라남도교육감 행정권한 위임위탁 규칙'을 들어 "군 교육청 교육장이 교사의 임용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곡성교육청은 지난 10월 5일자 회신 공문에서 "신규채용 교사의 임용장을 지역교육청교육장이 수여하고 있으므로 임용권자는 지역교육청 교육장이다"며 "적법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교조 전남지부 교권국장을 맡고 있는 박효수(40·순천제일고) 교사는 "이 규칙에서는 단지 신규교사 발령시에 임용장을 '대리수여' 한다는 조항일 뿐"이라며 "임용권자는 도교육감"이라고 잘라 말하고있다.

'출석통지서' 보다 먼저 나간 '직권면직 통보'

한편 곡성교육청의 징계절차에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짜 맞춘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곡성교육청은 '직권면직'이라는 중대한 행정처분을 하면서도 이 과정에 당사자의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송 교사는 "징계위원회 개최 사실도 몰랐고 출석통지서도 받지 못했다"면서 징계위원회 자체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곡성교육청은 송 교사의 남동생 송모(37)씨의 수령증을 근거로 "출석통지서를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곡성교육청이 제시한 출석통지서 전달 수령증이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수령증에는 통상 1주일 전에 도착하도록 되어있는 출석통지서를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당일 오전 8시10분에야 전달한 것으로 나타나있다. 더군다나 서명은 9월 30일이 아닌 10월 2일로 되어있기 때문. 송 교사는 이에 대해 "당일 이른 아침에 출석통지서를 전달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동생이 재직증명서에 서명한 것을 누군가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곡성교육청 문서등록대장에는 9월22일자에 삼기 초등학교 모교사의 '음주운전 건' 발송공문만 있을 뿐 '직권면직'에 관한 공문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9월 30일은 '음주운전 건' 처리를 위해 징계위원회가 소집된 날이다.

'출석통지서' 또한 수신처에 음주운전 건에 관련된 삼기초교만 명시되어 있어 입면초교로 발송된 공문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곡성교육청 류모(45)장학사는 "이미 소집한 징계위가 있었다"며 "이때 안건을 같이 처리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곡성교육청이 공개를 거부해오다 뒤늦게 제시한 자료에서도 '조작' 의혹이 일고 있다. 곡성교육청이 발송했다는 '출석통지서' 공문은 징계위가 있기 하루 전 9월 29일자인데 반해 입면초교의 문서 접수시간은 10월 1일 16시 56분으로 나타나 있기 때문.

출석통지보다 직권면직이 먼저 이뤄진 것이다. 더 앞뒤가 안 맞는 것은 문서들의 번호가 제 각각이라는 것. '직권면직 결과 통보' 건의 문서번호는 16260-2507인데 '출석통지서'의 문서번호는 16260-2509로 돼 있어 '출석통지서' 보다 '직권면직 결과' 문서가 먼저 작성된 것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혹은 곧 징계위원회와 무관하게 이미 직권면직이 이뤄졌고 사후에 짜 맞춘 것 아니냐는 시비를 불러오고 있다. 휴직이 만료된 공무원이 30일 이내에 복귀신고 하면 당연복직 될 수 있는데도 휴직만료일인 9월30일 징계위원회를 연 것도 그 같은 의혹을 더하고 있다.

입면초교 전 교장 "사퇴 권고 사실 있었다"

행정기관의 벽은 높았다. 송 교사는 직권면직 처분에 관한 자료를 '행정정보공개 청구'에 의해 비로서 확인할 있었다.
행정기관의 벽은 높았다. 송 교사는 직권면직 처분에 관한 자료를 '행정정보공개 청구'에 의해 비로서 확인할 있었다. ⓒ 이국언
송 교사는 그해 3월 인근 입면 초등학교에 전보되면서부터 사퇴를 종용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송 교사에 따르면 당시 이모(69)교장은 학부모들을 거론하며 "교장이 무능하니까 장기 휴직하는 교사를 막지 못했다고 할 것이다"며 사퇴를 종용했다는 것. 당시 학교는 유치원 버스가 없어 교사의 개인승용차로 등·하원 시키겠다며 원아를 모집했다고 한다.

그는 "장기 휴직자가 있으면 복무감사만 받게 된다고 학습자료도 가지고 오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신입 원아도 보지 못하고 병가휴직을 냈다는 것.

송 교사는 최근 원인무효를 주장하며 청구한 교육인적자원부 징계재심에서 '기각' 통보를 받았다. 곡성교육청은 이때 지금까지 거론되지 않던 전혀 새로운 주장을 폈다. 곡성교육청 류모(45) 장학사는 "직권면직 되면 보험보상비가 더 많다고 송 선생이 직권면직을 간청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송 교사는 "직권면직 한다고 상해보상비가 다르냐"며 "왜 지금까지 답변에서는 한번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느냐"고 반문을 던졌다.

한편 직권면직이 있기 한달 전 입면 초등학교에 막 부임한 김모(68) 전 교장은 "나는 잘 몰랐는데 곡성교육청에서 연가나 병가를 다 찾아 먹어 직권면직 시켜야 된다고 연락이 왔다"면서 "사퇴를 권고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징계위원회는 몰랐다"며 출석통지서에 대해 "받은 기억이 없다"고 수령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박효수(40·순천제일고) 교사는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의 여부는 전적으로 의료기관이 판달 할 문제"라며 "휴직중에 자의적으로 직권면직 시킨 것은 교권을 무시한 비도덕적 행위"라고 성토했다. 그는 "교육관청의 교사에 대한 불신이 반영하는 것"이라며 "만약 남자였다면 이렇게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송 교사는 "솔직히 그동안 두려웠다"며 "이렇게 구조적으로 막고 나선다면 복귀한다 해도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예전에 시를 써 오곤 했는데 지금은 그 언어를 잃어 버렸다"며 긴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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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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