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IMF의 2002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선진경제 29개국에 포함됐고 GDP 기준 세계 13위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어 선진경제 국가로서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선진경제에는 어울리지 않는 부끄러운 지표도 함께 갖고 있어 국가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지수에서 40위, 뇌물공여지수에서 4위에 올라 있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이라도 해주듯 전북도내 한 중소기업이 지난해 설날에 뿌린 떡값과 선물값이 2400여만원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명절 떡값은 납품업체 관계자는 물론 관련 기관과 공직자들에게 현금으로 전달됐으며 대상이 확인되지 않은 각종 상품권 선물세트도 수십건에 달해 뿌리깊은 뇌물수수 관행을 확인시켜 줬다.
이는 도내 A시와 B군에 건설자재 공장을 운영하면서 최근 불법가동에 따른 민원이 제기돼 주목을 받고 있는 K사의 이중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경리장부에서 확인한 것이다.
지난해 설날은 2월 12일로 일요일인 10일부터 설연휴가 시작됐다. 설날 떡값과 선물세트는 연휴 이틀전인 2월 8일 지출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지출결의서와 함께 부착된 구정선물내역서(장부의 물선은 선물의 오타로 보임)를 보면 떡값과 선물세트로 구분돼 지출내역과 대상을 기록해 놓았다.
현금 즉 떡값을 받은 사람은 10여명에 금액이 1910만원이며 선물세트는 536만 9800원어치가 뿌려진 것으로 돼 있다.
지출결의서를 보면 판매관리비 접대비 명목으로 1560만원이 지출됐으며 비고란에 약칭으로 전달대상과 금액을 적어 놓아 실제 떡값을 받은 사람을 확인할 수 있다. 선물세트는 카드를 사용해 지출결의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선물내역서를 보면 이 회사와 관련된 대기업과 기관 단체 관계자들이 떡값을 받은 것으로 표시돼 있다. 금액은 많게는 460만원에서 10만원까지 대상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건설현장에 자재를 납품하는 이 회사의 특징상 3개의 대기업 상호가 발견돼 대기업 현장에서 하도급업체나 납품업체들로부터 계약이나 납품 대가로 뇌물수수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체적인 이름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이 회사 관계자는 "공장이 있는 A시의 고위공직자에게 200만원이 전달됐다"고 밝혀 일부 공직자들의 떡값 수수관행이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이 공무원은 같은 해 외국으로 여름휴가를 가면서 이 회사로부터 50달러 지폐로 1600달러를 휴가비로 받았음이 확인됐다. 장부에 첨부된 은행의 외국환거래서에는 해당 공무원의 이름과 함께 'US doLLAR 200만원 교환 오전 일찍 50$'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다.
또 당시에는 야인이었지만 지난 6.13선거에서 당선된 군수의 이름도 눈에 띄었다. 역시 200만원이 전달된 것으로 돼 있다. 기관원으로 불리는 고위 공직자의 이름도 발견됐으며 두 차례에 걸쳐 300만원을 준 것으로 표시됐다.
이 회사가 생산 납품하는 자재의 품질검사와 관련된 기관과 현장 관계자에게도 각각 30만원과 50만원의 떡값이 전달됐다. 자재운송과 관련한 2개 일선 기관도 10만원씩을 줬다고 돼 있다.
여기에 각종 선물세트와 상품권이 536만여원으로 설날 떡값과 선물로 최소한 2000여만원이 지출된 것이다.
물론 이중에는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한 순수한 선물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선물이나 답례로 보기에는 액수가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특히 이 회사가 당시에 민원에 시달렸던 점을 감안하면 떡값이 순수한 의도로만 보여지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시사전북>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