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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태복음 11장 28절)

전북 익산시 동산동 만남의 교회(한국기독교장로회) 이해석 목사는 주위로부터 '해결사'로 불리는 별난 목회자이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그의 휴대전화는 쉴 틈 없이 울리고 교회보다는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 또 도내 구석구석 그의 발길을 닿지 않는 곳이 없고 만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동분서주하는 모습에 붙여진 별명이다.

그러나 진정한 '해결사'의 의미는 따로 있다. 그의 특별한 선교활동에 있다.

이 목사는 매일 아침 8시 30분에 집을 나서 익산 원광대병원에 간다. 심장병 수술을 했으나 갑작스런 뇌출혈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한 할아버지를 간병하기 위해서다.

이 할아버지를 처음 만난 것은 얼마 전 동네 사람으로부터 걸려온 노인 한 분이 다 죽어간다는 전화가 계기였다. 사정을 알고 보니 자식들에게 버림받고 94살인 자기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데 갑자기 몸에 이상이 생겨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였다.

급하게 병원에 옮겨 검사를 받으니 '심장역류성 판막질환'이라는 중병을 앓고 있었다.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 목사라는 신분으로 떼를 써 예수병원에 입원시켰으나 수술비가 막막했다.

시청에 달려가 사정을 해 '국민기초 1종수급권자'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선처를 받아냈다. 그리고 사방팔방을 헤매며 딱한 사정을 호소하고 부탁한 끝에 서울에 사는 독지가를 소개받고 그의 도움을 받아 겨우 수술을 마쳤다.

그러나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할아버지가 갑작스런 뇌출혈로 또 다시 위기를 맞고 이 목사는 매일 같이 할아버지의 간병을 위해 병원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경우는 수없이 많다. 영세민 가정의 자녀로 심장병 수술을 받아야 됐지만 나이가 15세를 넘어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죽음을 기다려야 했던 소년에게 독지가를 찾아 수술을 받게 했다.

신방을 가던 길에 살길이 막막해 자살을 하려고 강에 뛰어든 사람을 구하고 그에게 취직자리를 알선하고 자폐증을 앓고 있는 그의 아들에게 특수교육을 받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아들이 자신의 명의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수천만원을 탕진해 갑자기 빚더미에 앉아 자실 직전에 있던 할머니를 위해 신용카드사와 금융감독원까지 발이 닳도록 찾아다닌 적도 있다.

그는 요즘 가난도 버티기 힘든 실정에 병마가 찾아와 가정이 파탄이 나다시피 한, 한 가족을 돕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치매에 걸렸고 아버지마저 노동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 딸은 뇌성마비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것이다.

"복지정책이 아무리 우수해도 사회의 그늘에서 가난하고 병들어 사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습니다. 그래도 국가의 복지혜택을 받는 사람은 행복하지요. 정말 도움이 필요하지만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가 돌보는 사람들은 국가의 사회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다.

자식에게 버림받고 혼자서 가난과 병마로 힘들게 살고 있는 노인은 자신을 버린 자식 즉,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다. 반대로 부모에게 버림받은 어린 아이들과 남편이 가출한 모자세대도 똑같다.

그의 목회활동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나라님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그가 맡고 있는 셈이다. 그들이 병에 걸리거나 사고가 나면 밤이든, 새벽이든 가리지 않고 한걸음에 달려간다. 그들이 억울한 일을 당해도 마찬가지다.

병원비가 없어 생명이 위태로운 사람에게 치료비를 해결해준다. 간병이 필요한 환자에게 병구완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식에 버림받고 홀로 사는 노인들의 수발도 그의 몫이다. 부모에게 내버려진 아이들도 그의 가족이 된다.

그런대로 안정적인 목회자의 길을 저버리고 달동네나 다름없는 곳에 개척교회를 설립하고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목회자의 신분으로 가진 재산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재직하고 있는 교회가 신도가 많아 재정적으로 풍족한 것도 아니다. 그의 교회는 신도가 모두 28명에 불과하다.

아무리 목회자라고 해서 당연한 일일지라도 그도 가정을 가진 가장이고 사람인지라 한계가 있다. 가산을 탕진한 지는 오래이다.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그의 생계와는 무관하다. 한 푼이라도 생기면 남에게 가져다 주기 바쁜 사람이다.

그는 예배시간을 빼놓고 나머지는 밤늦게까지 그들을 위해 보낸다. 후원자 물색, 환자 간호, 상담, 가정방문 등등 하루가 모자란다. 병원, 동사무소, 경찰서, 학교, 교도소 등등 가지 않는 곳도 없다.

그러나 그는 자신은 매개체일 뿐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며 공을 돌린다. 할아버지의 심장 수술비로 평생 노점상으로 번 돈 2500만원을 선뜻 내준 서울 가락동시장의 김민정 할머니, 환자 무료진료와 가정방문 간호봉사에 열심인 익산 동진의원 박흥현 원장, 그리고 그를 후원하는 많은 친구들 등등.

그는 "땅을 넓히고 건물을 높이는 것이 교회의 발전이 아니다"며 "교회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해야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실천적인 사랑을 강조했다. 이 목사는 후원단체나 복지법인을 만들어 제도와 사회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다.

그의 인생은 남다르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교직에 몸을 담았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아들의 죽음 앞에서 목회자로 인생을 바꾸었다. 덕분에 대학을 두 번씩이나 다녔고 지금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그를 찾는 사람들 때문에 수업중에도 전화받기에 바쁘다. 처음에는 교수님이나 동료들로부터 이상한 학생으로 오해를 받았지만 지금은 그의 정체(?)를 알고 모두가 이해하고 도와주는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남들은 그가 대학원에 다니는 것을 사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실제 그의 처지로는 쉽지 않다. 다만 어려운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은 도움을 주는 지식과 방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과 나중에 더 많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복지법인이나 후원회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을 분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내세울 것 없는 일"이라며 인터뷰를 사양했던 그를 "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사정을 알아야 된다"는 말로 설득할 수 있었다.
연락처 : 만남의 교회(전북 익산시 동산동 1044-2, 3층) 전화 063-852-6091, 휴대전화 011-9325-0691

덧붙이는 글 | <시사전북>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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