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인 필자가 감히 이름 높으신 조용기 목사님께 필설을 드리는 것은 지난 11일 오후 3시 시청 앞 광장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기도회'를 연 것에 대해 저의 느낌을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12월14일, 광화문에서 10만 여명이 모여 '한미SOFA 개정하라' '여중생을 살려내라' 등의 피켓을 들고 '추모 촛불시위'의 거대한 물결을 만들었습니다만, 지난 11일에는 시청 앞 광장에서 목사님의 여의도 순복음교회 교인들이 주로 모인 기도회에서 '미군철수 반대한다' '미국은 우리의 혈맹이다' 등의 기도와 설교로 기도회를 가졌었습니다.
지금 인터넷 공간에서는 이에 대해 네티즌들의 찬반양론이 봇물을 이루며 국민적 분열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누가 옳고 그르다는 주장은 가치 판단이기에 그에 대해 확정(確定)하여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죽었다'는 사실과 '여중생을 압사시킨 미군병사들이 무죄'라는 것 때문에 촛불시위가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반대하고 반미반대를 외쳤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목사님께서 주도하신 지난 토요일 집회에서 12월 14일 촛불시위가 '미군철수를 가져올 것'이기에 위험한 행위로 치부되었고 북한이 곧 '한국과 세계를 핵전쟁의 도가니로 만들 것'처럼 위기감을 부추기고 있었습니다.
성경에는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하였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을 십계명으로 지키도록 하고 있지만 그 기도회에서는 같은 민족의 일원인 죽은 여중생에 대해서는 귀하게 여기지도 이웃사랑의 대상으로도 여기지 않는 것같아 속이 상했습니다.
딸 같은 아이 둘이 원인과 이유도 모른 채 육중한 장갑차에 눌려 짓이겨져 죽어갔습니다만 오만방자한 미국은 압사 관련 두 미군병사를 처벌하기는커녕 자국에 도피시키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항의시위를 벌이는 우리 시민들을 보면서 빙긋이 웃는 모습이 TV화면으로 보였습니다. 목사님은 그런 장면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으셨습니까?
그들은 이제까지 우리의 딸들과 우리의 아버지 형제 자매들을 이유 없이 죽이거나 다치게 하고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다. 자국 국민들의 안전과 인권은 철저히 보장하면서도 남의 나라의 시민들의 생명에 대해서는 기본이 안된 행태를 보여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주었습니다. 국민들이 먹는 한강에 독극물을 마구 버렸습니다. 우리의 국토를 오염시키면서도 전혀 원상회복을 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 대다수는 미국을 아무 이유 없이 나무라는 것이 아닙니다. '미군 범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소파(sofa)도 올바르게 개정하자'는 주장에 뜻을 같이 합니다. 그래서 동등한 입장에서 한미관계를 다시 설정하자는 것입니다. 그것이 촛불시위를 하게 된 동기입니다.
조 목사는 "북한이 폭탄과 원자탄으로 대한민국과 세계를 위협하고 있지만 우리는 6.25을 잊고 전쟁의 비참함과 고통을 잊고 있었다"며 "하나님께서 우리의 살길을 허락해 주옵소서"라고 기도했습니다. '반미 안 된다' '미군철수 안 된다'면서 기도회를 열었습니다. 두 여중생 죽음과 소파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없이 말입니다.
저는 기도회를 연다기에 우리 민족의 평화와 세계평화를 위하고 북한의 마음을 열도록 기도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의도가 아니라 오직 '미군철수반대' '반미반대'라는 요지로 기도회를 열었습니다. 일부에선 '미군철수반대'나 '반미반대'라는 주제의 기도회인 줄 모르고 모인 교인들이 많아 교인들의 자발적인 기도회가 아닌 일부 목사님이 주도해서 기도회를 열었다는 비판이 있기도 합니다.
이번 기도회는 결과적으로 안 한 것보다 못한 것이 되었습니다. 우리 시민들이 바라던 소파개정과 미국의 사과를 받아내려던 촛불시위가 무색하게 되었고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지리멸렬한 꼴을 미국과 세계에 보이게 되어 심한 자괴감에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시민들은 교회가 제 할 일을 안하고 '무슨 미국 앞잡이냐'고 하면서 교회와 목사님들을 욕합니다. 교회에 들어앉아서 기도나 하라고 말입니다.
대구에 사는 저의 지인(知人)들은 필자에게 전화를 해서 '예수쟁이들이 왜 저런 꼴불견을 일삼는가'라고 필자를 나무라듯 하며 '당신도 저 사람들하고 같은 생각하는가'라며 비꼬기까지 합니다.
평소 부덕한 소치로 이런 말을 듣는다고 생각합니다마는 이젠 예수 믿는다고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지경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홍도 목사는 '주여, 미국 상하원과 부시대통령의 마음을 붙잡아주소서. 미군이 철수하지 않게 해주소서'라고 큰소리로 통성기도할 것을 강조했다고 하더군요. 최근 미국의 북한 압박은 순전히 우리 한반도의 긴장을 조성하여 동북아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입을 모읍니다. 자국의 이익 외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교만함을 일삼고 있습니다
목사님!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우리가 북한을 감싸안아야 합니다. 목사님의 우려대로 전쟁이 없으려면 북을 달래야 합니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기에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나서서 풀어야 합니다. 미국의 일방주의란 그들 내키는 대로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라크를 보십시오.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암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이 방사능탄으로 이라크를 공격하여 소아암이 과거보다 4배나 증가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라크에 암을 치료할 약품의 반입을 막고 있다고 합니다. 이라크의 후세인이 밉다고 그 나라의 모든 국민들은 볼모로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예가 미국의 본심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척도라 할 수 있습니다.
촛불시위가 미군철수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대선에서 국민적 영향력이 없자 위기감에 사로잡힌 수구친미언론과 그 동조 세력들의 자기 기득권을 지키지 위한 방편의 하나이며 새 정권 흔들기의 일환일 뿐입니다. 그들은 김정일을 '타도의 대상'으로 여기면서도 정작 굶어 죽어가고 있는 500만 가량의 북한 양민들에게는 조금의 아량과 베품이 없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목사님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분노하고 있고 미국국기를 흔들어대는 교인들의 모습을 보고 기독교인들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갖기까지 합니다.
목사님 그런 기도와 설교보다는 미국이 이라크와 북한에 대해 전쟁을 감행하지 않게 기도회를 열어야 했습니다. 그들은 그들 스스로가 북한에 핵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위험한 발언을 밥먹듯 하였기에 말입니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켜 많은 인명이 이유 없이 죽거나 다치지 않도록 기도해야 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북한을 아우르고 미국에게도 자중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저도 그렇게 기도할 것이며 부모님께도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렵니다.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건대 목사님께서도 자중자애하시어 다시는 이런 기도회로 국민적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지 않기를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