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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는 기독교인입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교단에 속해 있으며, 저는 그 교단이 운영하는 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교단은 지난 11일 ‘촛불 시위 반대, 주한미군 철수 반대’의 구호를 외치며, ‘부시 대통령이 듣도록’ 뜨겁게 기도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에 가입되어 있는 교단입니다.

비록 우리 교단의 총회장 목사님은 이번 기도회에 ‘남남갈등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불참을 선언하셨고, 저 역시 한기총과 어떠한 관계도 맺은 적이 없지만, 같은 하늘아래에서 같은 하나님을 믿는 형제들에 의해서 저질러진 반민족적, 반역사적 범죄 앞에 공동의 책임을 가지고 하나님과 시민들 앞에서 용서를 구합니다.

2. 1천만 기독교인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들은 암울하였던 유신 독재 시절, 그 어느 누구도 집회의 자유를 누리지 못할 때, 권력의 비호 아래에서 몇 백만 명이 모이는 대 집회를 여러 차례 열었던 것을 자랑스러워하였습니다. 우리들은 지금의 한기총을 주도하고 있는 위대한 ‘주의 종님’들이 80년 광주민주화항쟁을 탱크로 짓밟기 위하여 내려가는 전두환 장군에게 안수하여 기도하며 ‘여호수아와 같은 지도자가 되라’고 축복한 것에 대해서도 한 마디 소리조차 내지 못하였습니다.

우리들은 교인들의 헌금으로 스포츠신문을 만든 목사를 세계에서 제일 큰 교회를 목회하는 능력 있는 목사라 존경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목사의 마음대로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을 반대하는 성도들을 용역 깡패를 동원하여 교회에서 쫓아 낼 때도 우리는 숨죽이고 주의 종님들에게 ‘충성’을 다짐하였습니다.

3. 그러나, 그들은 또다시 역사 앞에서 죄를 저질렀습니다. 세계를 향한 전쟁야욕을 불태우고 있는 미국 군산복합체와 공화당 강경파에 대해서 누구보다 앞서서 ‘평화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해야 할 우리의 주의 종님들은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을 향한 잘못된 사랑의 고백을 하였습니다. 아무런 죄 없는 중학생을 장갑차로 치여 죽인 미군의 폭력에 대해서 누구보다 먼저 정의의 목소리를 내어 SOFA의 개정을 외쳐야 할 그들은 오히려 정의를 외치는 이들을 향해 분노를 내뿜고 있습니다.

4. 형제 자매 여러분, 이제 우리의 형제 목사들이 저지른 과오를 우리 스스로가 반성하고 고쳐야 할 때입니다. 두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는, 우리의 형제를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한기총의 홈페이지에 그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조목조목 밝히고 그들이 올바른 정의와 사랑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의견을 냅시다. 또한 다음 주에도 예정되어 있는 기도회에 가서 이 기도회가 잘못되었음을 시민들과 형제 자매들에게 알리도록 합시다.

둘째는 그들을 대신하여 용서를 구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활동하는 게시판과 홈페이지 등에 자신이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밝히고, 겸손히 우리의 잘못을 고백하도록 합시다. 잘못을 지적할 때는 공의의 목소리를 내되 빈정대거나 심판자의 자세가 아닌 사랑의 마음으로 하고, 용서를 구할 때는 진심으로 통회하는 마음으로 합시다. 그것이 그동안 우리가 지어온 무책임의 죄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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