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짝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서광현·박승걸의 서정적인 문체와 김계희의 색깔 고운 수채화들이 함께 엮여있다.
착한 마음씨를 가진 공주와 '야비-치사-잔악-비겁-악독'한 왕비의 대립구조 관점에서 본 원작과는 달리 공주님에 대한 사랑을 지켜 가는 막내 난장이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이로인해 백설공주의 "숨겨져 있던 또 다른 주인공의 이야기"라는 신선함을 더해 줄 뿐 아니라 '반달'이라는 막내 난장이의 순애보적인 사랑이라는 잔잔한 여운을 남겨준다.
안개의 숲 속에 사는 일곱 난쟁이가 사는 집에 백설공주가 오게 되고, 백설공주는 첫인사를 나누던 중 안개꽃을 선물한 말 못하는 막내 난장이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뺨에 키스를 해 준다. 그 이후 반달님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으며 백설공주를 향한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을 하게 된다.
반달님은 나쁜 왕비의 꾀임으로 인해 백설공주가 호수에 빠졌을 때도, 장미 독 가시에 찔렸을 때도,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쓰러졌을 때도, 위기에 처한 백설공주를 위해 위험한 여행을 하며 귀한 약을 구해 오고 왕자님을 데려 오는 등 백설공주를 위해 온 힘을 다하였다.
하지만 왕자의 키스로 인해 깊은 잠에서 깨어난 백설 공주는 왕자님과 함께 결혼을 해서 숲을 떠나게 된다. 결국 반달님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한 채 병으로 앓다가 죽게된다.
몇 해가 흐른 뒤 공주는 방구석에 먼지 쌓인 거울을 발견하게 된다.
" 저는 진실만을 말하는 거울입니다. 알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이는 누구니?"
" 이 세상에서 왕비님을 가장 사랑하시는 분은..지금의 왕이신 먼 이웃나라 왕자님이시랍니다."
"......."
"하지만 백설공주님을 가장 사랑했던 분은 안개 숲의 안개 꽃 밭 꽃에 잠들어 계신...반달님이십니다."
그제서야 백설공주는 반달님의 작은 몸짓이 자신을 향한 사랑의 고백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눈물을 흘린다.
각박한 현대인의 삶 속에서 반달님처럼 순수하고 헌신적인 사랑으로 상대방을 바라본다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늠름하고 멋진 왕자님과는 대조적으로 작고 왜소하지만 그 만의 마음을 다해 표현하는 몸짓들을 통해 그의 사랑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싶다.
가슴보다는 머릿속으로 사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 라는 의문점과 함께 말없는 사랑이 더 크다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따뜻한 책인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글_서광현 :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의 원작자
글_박승걸 :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의 연출가이자 각색자
그림_김계희 : <페인팅레이디> 홈페이지를 통해서 <어른을 위한 그림동화>,<미술 선생님되기> 등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