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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약 1시간, 시원스럽게 페리가 달렸다. 가격이 좀 비싸긴 했지만 터보젯은 흔들림도 많지 않고 멀미도 하지 않아 편안한 여행이었다.

부두에 내리자마자 입국심사를 했는데, 왠지 좀 어색했다. 마카오와 홍콩은 분명히 다른 나라라는 느낌. 입국부터 다소 곤란한 일이 생겼다. 우리 일행 중에 정말 멋스럽게 하고 다니는 젊은 새댁이 있었는데, 입국심사 과정에서 유독 그분만 잡고 늘어져 우리 일행이 제일 늦게 입국 심사대에서 나올 수 있었다.

좀 화려하게 하고 다니는 사람에게 심사원들이 좀 까다롭게 군다는 이야기는 들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그분이 투덜거렸다.

▲ 세나도 광장
ⓒ 마카오 관광청
부두로 나온 우리는 활짝 웃는 미소로 우리를 맞는 가이드와 만나 차량에 올랐다.

초반 부두에서 보이는 마카오는 별반 홍콩과 다를게 없어 보였다. 멀리 보이는 것은 그 유명하다는 카지노 호텔들 뿐.

첫인상에는 약간의 실망을 가지고 시내로 들어섰다. 일단 시내로 들어서 세나도 광장을 지나고 있었는데 우리의 경탄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포르투갈의 유명 건축가가 설계했다는 모자이크 타일은 물결을 생각케 하는 보도블록이었고 주변의 건물들은 마치 상자를 뒤집어 놓은 듯 네모 반듯한 모양이었다.

색상도 흔히 볼 수 있는 회색의 콘크리트가 아니라 분홍색, 약간 붉은색 등 색감이 화려했다. 포르투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함께였다.

우리가 내린 곳은 17세기에 지어졌다는 성 바울 성당이었는데, 1835년 성당과 인접한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건물 정면과 계단, 일부 벽 및 지하실을 제외하고는 모두 소실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기가 막힐 정도로 건물의 앞면은 그대로 유지되어 있어서 정면으로 사진을 찍으면 마치 대성당 앞에서 찍은 것마냥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게다가 한참을 성당을 바라보고 있으니 따스한 햇살에 반사되어 유럽의 오래된 도시에 서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 성 바울 성당
ⓒ 마카오 관광청
마카오는 볼 것을 굳이 찾으라면 무척 많은 곳이지만, 가이드와 함께이고 또 시간이 제한적이다 보니 우리는 가장 유명한 곳들만 돌기 시작했다.

성바울 성당에서 이동한 곳은 관음당이었다. 이곳에는 100년전부터 내려져 온 분재가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채 키워지고 있었는데 앞쪽에서 바라보면 목숨 수(壽)자로 보이고 뒤쪽에서 바라보면 복복(福)자로 보이는 아주 특이한 분재였다.

그것을 모양대로 키우기 위한 스님들의 노력이 100년전부터 지금까지 내려온다니 그 자체가 수련이 아닐까 싶었다.

관음당에서 나와 우리는 포르투갈식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냥 얼핏보면 단순한 스테이크 같은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니까 좀 더 특별해지는 것 같았다. 맛있는 와인과 특별한 스프가 더 마음에 들었는데, 여행 내내 서로 궁금했던 것과 살아가는 이야기꽃을 피우니 시간도 금방이었다.

▲ 국경관문
ⓒ 마카오 관광청
마카오 관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 중에 한곳인 '국경관문'으로 이동했다. 마카오 최북단에 위치한 이곳은 1870년에 세워진 석조관문이 바라보이는데 이 관문이 중국과의 경계 역할을 하던 곳이라고 했다. 지금은 작은 공원이 만들어져 보존되고 있는데 이곳을 이용해 불법입국도 잦았다고 했다.

관문에는 까모에스의 '너를 지켜보는 조국에 경의를 표하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기도 했다. 국경관문이고 건너가 중국이라니 놀랍기는 했지만 그 공원의 모습은 유럽사진들에서 많이 보았던 느낌이었기에 여기가 국경이라고 굳이 상기시켜야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어느새 시간이 훌쩍지나 홍콩으로 귀환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고, 마지막 코스인 리스보아 카지노 호텔로 이동했다.

마카오는 카지노로 유명한 곳이며 수입의 80%가량이 카지노에서 나오는 세금이라고 했었다. 게다가 단순히 관광을 위해 찾는 관광객뿐 아니라 '대박'을 위해 홍콩 사람들이 주말이면 방문해 '슬롯머신'을 당긴다고 했다.

우리도 1인당 홍콩달러 20불(한화 약 3,200원)을 가지고 그것을 칩으로 교환해 '카지노'가 어떤 것인지만 알고 나오자고 했다.

카지노 내부는 화려하고 정말 깔끔하게 옷을 차려입은 딜러들과 원형의 탁자들,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있었다.

홍콩 영화에서 흔히 보이던 정장을 차린 남녀들이 그 안을 돌아다니고 있어서 캐주얼한 차림의 우리들이 확연히 이방인처럼 보였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슬롯머신으로 가득 찬 한쪽의 홀은 정말 편안한 복장의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에 우습기까지 했다.

▲ 리스보아 카지노 호텔 전경
ⓒ 마카오 관광청
나를 비롯한 우리 일행은 모두 다 20불을 단 몇 분만에 잃어버렸고 허탈해했는데 '대박'까지는 아니었지만 할머님 한 분이 20불을 120불로 늘리는 일은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욕심 내지 않고 도박으로 번 돈은 얼른 써야한다며 과일을 한 웅큼 사서 우리에게 나눠주셨기에 웃음으로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었다.

사실 보고 싶은 곳이 너무나 많았는데, 반나절의 시간과 가이드 투어라는 이유 때문에 갈 수 없었기에 다음엔 마카오를 하루로 잡아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었다.

다시 페리에 오르면서 가이드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점점 멀어지는 마카오를 바라보았다. 아시아에서 이만큼 유럽처럼 느껴지는 곳이 또 있을까 싶었기에 떠나는 길이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유럽의 향취가 느껴지는 마카오. 홍콩으로의 여행계획이 있다면 꼭 한번은 들러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작년 10월 25일부터 28일까지의 홍콩여행 일정 중 잠시 시간을 내서 마카오에 다녀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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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계에서 근무하면서 이쪽의 이야기를 싣어보고 싶었습니다. 여행지 소개나 안내, 그리고 제가 관심있는 분야인 뮤지컬에 관한 내용들도 써보고자합니다. 좋은 기사와 좋은 정보로 여러분들에게 많은 내용을 전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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