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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도에서 열린 핵폐기장 반대 결의대회에 2000여명이 참가했다
ⓒ 임정희
완도군 핵폐기장 반대대책위원회는 20일 오후 1시 30분 완도읍 수협 앞 물양장에서 지방자치단체, 주민, 사회단체 회원 등 2000여명이 참여한 핵폐기장 결사반대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날 집회에서 결의문을 통해 "다도해상 국립공원 지역으로 지정하여 청정 바다를 보전"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 제일의 농수산물을 생산해낼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을 가지고 있는 완도에 핵폐기장은 절대 들어설 수 없음을 재확인했다.

또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핵폐기장 유치위원회에 대해 "완도군 연간 수산물 매출액 8000억원의 3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 시설설비투자비로 더 이상 군민을 우롱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완도를 떠나라"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한수원과 유치위의 화형식을 가지기도 했다.

완도뿐 아니라 완도 주위의 어느 지역에도 역시 핵폐기장은 들어올 수 없음을 결의했으며, 완도 군수와 완도 군의회도 집회 중 연설을 통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완도 여러 섬의 주민뿐 아니라 진도, 강진, 해남, 광주, 목포, 여수에서도 달려와 집회에 참여했고, 이후 공동 연대 투쟁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올 것이 오는가! 핵폐기장 최종후보지 발표 임박

▲ 핵폐기장 반대 집회에 걸린 대형 걸개그림
ⓒ 임정희
완도만의 일이 아니다. 한수원이 핵폐기장 최종후보지 발표를 할 것이라는 암시를 여기저기 뿌리면서,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최종후보지 발표를 계속 늦춰 왔으나, 아무래도 새 정권이 출범하기 전에는 발표가 나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돈다. 한수원이 배후에 있는 각 지역의 핵폐기장 '자율' 유치위원회의 활동이 극성스러워지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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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은 2002년 8월 용역결과를 발표하려다가 주민, 환경단체 등을 의식해 발표를 12월로 미뤘으며, 다시 지난 해 말에 대선 등 정치적 일정을 고려해 올해 초로 연기했다. 그러다가 1월 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용역결과를 보고한 뒤 동해안 2곳, 서해안 2곳의 대상 지역을 발표할 방침(13일 대한매일 기사)이라고 했다가 다시 새 대통령 출범식 이전에 5곳 이내의 예정 터를 발표할 것(20일 한겨레 기사)이라고 정보를 흘리고 있다. 이는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응을 점치기 위해 놓는 사전 포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발표 시기가 임박한 것처럼 이리저리 찔러 살펴봐서 반발이 적은 곳을 고르겠다는 것이겠죠. 아니면 계속 긴장하다가 맥이 풀리고, 그러다가 진이 빠지길 기다리는 것도 같고요."

영광군 핵폐기장 반대 대책위의 한 활동가는 이렇게 말하면서, 한수원과 산자부가 농번기에 농민들이 반대운동을 할 시간 여유가 없어질 것을 노리는 것은 아닐까 우려했다.

'만만한' 지역을 찍어 핵폐기물을 뚝딱 해치우겠다는 심산

핵폐기물의 국제, 국내 이동 모두 노골적으로 정치역학에 따라 결정된다. 대만이 국내의 소외 지역인 란유 섬에 '통조림 공장'이라고 속여 핵폐기물을 반입했다가, 이것이 들통나자 지난 1997년, 돈도 없고 반대할 주민도 없는 북한에 팔아넘기려던 것이 그 예. 지질 구조나 위험성, 환경영향보다는 반발이 없고 정치적 발언권이 약한 '만만한' 지역에 핵폐기장을 만들려는 시도 역시 그러하다.

1990년 주민의 저항이 약할 것으로 예상했던(홍사덕 왈 '충청도는 멍청도') 안면도로 정했다가 주민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자 부리나케 취소했고, 1994년 지진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살지 않아 반대 운동을 할 주민이 없다는 이유로 굴업도로 정했다가 역시 완강한 저항에 부딪히자 그제야 '알고 보니 지반이 불안정하다'며 철회했다.

▲ 핵폐기장 반대 집회에서 발언 중인 김종식 완도군수
ⓒ 임정희
정부와 한전은 1986년부터 지정고시하는 방법으로 핵폐기장 부지를 정하려고 해왔으나, 계속 실패하여 2000-01년에는 지역발전기금 3000억원을 내걸고 지방자치단체의 자발적 유치를 기대했다. 그러나 유치 마감을 계속 늦췄음에도 단 한 곳도 유치 신청을 한 곳이 없자, 다시 사업자 주도의 지정고시 방법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뒷돈을 대면서 어용 유치위원회들이 활동하게 해왔다.

그러나 예정지로 지목돼온 7개 지역의 기초자치단체장 대부분이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대규모 핵폐기장 반대집회가 연이어 열리는 등, 반대 열기가 뜨거워 지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20일 집회를 가진 완도의 경우, 군의원 전원이 핵폐기장 반대 결의를 한 상태. 이제 핵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강압에 의해 핵발전소가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던 군사독재 시절이 아닌 것이다.

핵의 위험성, 전세계 탈핵 분위기, 산업자원부/한수원의 움직임, 핵발전의 대안을 인터넷과 각종 매체를 통해 발빠르게 접할 수 있는 지역 주민, 민주적이지 않은 일방적 지정고시를 절대 용납하지 않으려는 지역 주민의 힘이 성장했다.

핵폐기장 무엇이 문제인가
감당할 수 없는 위험성, 반대여론, 비용, 시간

핵폐기물은 고준위(핵연료 찌꺼기), 중준위, 저준위의 세 등급으로 분류된다. 원래 국제원자력기구가 채택했던 다섯 등급의 분류방식은 미국 등의 압력에 의해 1994년 3개로 단순화됐다. 방사능 오염의 강도에 따른 분류가 세분화될수록 위험도의 지정과 처분 방법이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중준위로 분류되는 폐기물의 일부는 고준위와 동일한 위험도를 가지며, 중저준위 폐기물 역시 수백년에서 수천년 동안 격리 저장되어야 한다.

영국의 드릭 저준위 핵폐기장, 프랑스의 라 망슈와 미국의 웨스트 밸리, 반웰 중저준위 핵폐기장 등에서는 이미 방사능이 누출되었고, 신규 핵폐기장이 들어설 계획이 있는 곳에는 격렬한 반대운동이 일어났다. 고준위 핵폐기물의 경우 현재 제대로 처분하고 있는 나라가 아예 없다. 모두 핵발전소나 재처리 시설 속에 임시보관 중이다.

핵폐기장이 워낙 수만년의 시간과 천문학적인 비용을 필요로 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비용만으로도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서구 각국에서는 이를 포기하고 탈핵으로 선회하는 중이다. / 김나희 기자

앞으로도 각 지역의 대규모 반대 집회와 상경 투쟁 등이 예정되어 있다. 정부와 한수원이 지금까지와 같은 찍어누르기, 밀어부치기식 핵발전 정책을 계속한다면,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비민주적인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그것이 핵정책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민주적이고 투명하며 과학적인 사업 추진으로는 핵산업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그것만으로도 탈핵으로 나아갈 조건은 충분하다. 2월에 출범하는 노무현 정권의 움직임을 주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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