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전YWCA신협 비상대책위원회 김원순(46) 공동대표
대전YWCA신협 비상대책위원회 김원순(46) 공동대표 ⓒ 정세연
"정말 입니까. 우리 신협이 퇴출대상에 포함된 게 사실 이예요?"
금융감독원이 전국 115개 신용협동조합을 퇴출 대상으로 확정 발표한 지난 해 11월 4일.

대부분의 신협들이 퇴출을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 왔지만 대전 YWCA 신협(이사장 안정선) 조합원들은 정반대였다. 퇴출 대상에 포함 됐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 나온 조합원들이 던진 첫 마디는 '항의'가 아닌 '정말이냐'는 확인 절차였다.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금감원이 뭔가 착오를 일으킨 것 아니냐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6천 5백여명의 조합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큰 무리 없이 지역 경제공동체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기 때문이다. 부채가 좀 있었지만 한발 전진을 위한 '생산적 투자'였던 까닭에 누구도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공금횡령이나 무리한 증권투자 등 불미스러운 사고 또한 전혀 없는 상태 였다.

왜 멀쩡한 조합을 퇴출 시키냐며 금감원에 항의도 해 봤지만 금감원은 '신용협동조합 경영평가위원회'로 화살을 돌렸고 신협평가위는 금감원에 확인하라며 책임을 미룰 뿐이었다.

'어이 없이 이렇게 주저 앉고 마는 구나' 했던 Y신협. 그러나 두 달여만에 오뚜기 처럼 벌떡 일어나 경영정상화의 문턱 앞에 서 있다.

"퇴출 대상 선정이후 경영정상화를 위한 소실금보전 목표액 10억원 모으기를 추진 현재 70%이상 뜻을 이뤘습니다"

창립 이후 20여년간 조합원으로 남다른 애정을 쏟아온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김원순(46) 씨는 안도의 한숨에 이어 환하게 웃으며 분주했던 두 달간의 얘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처음엔 어이가 없고 망연자실 했습니다. 퇴출 명령을 받아 들일 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저 혼자만이 아닌 수 많은 조합원들과 지역사회가 같은 생각 이더라구요"

퇴출 명령이후 오히려 조합원들은 조합을 살리자고 손을 내밀었다. 특히 신협 창립 맴버이기도 한 당시 파출회원(파출부 일을 하던 아주머니들)들은 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지금은 백발 할머니가 된 파출회원 분들이 찾아오셔서 ‘절대 문 닫으면 안된다’ ‘여기만은 안된다’며 제 손을 붙잡고 울면서 애원을 합디다. 그리고는 서민을 위한 금고로 꼭 살아 남아야 한다고 당부하셨죠.”

둔산 YWCA신협 건물 1층에 위치한 신협 사무실에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조합원들의 의지가 담긴 현수막이 걸려있다.
둔산 YWCA신협 건물 1층에 위치한 신협 사무실에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조합원들의 의지가 담긴 현수막이 걸려있다.
물론 퇴출 대상 선정 이후 조합원들의 시름은 커졌다. 특히 자금이 돌아야 할 연말에 퇴출 명령이 떨어져 대출금을 갚아야할 조합원들이 막막한 현실에 발을 동동 굴렀다. 이사장과 조합원들이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쏟아 내는 모습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조합원들은 신협을 꼭 살려내야 한다는 의지를 키웠다. YWCA신협의 재건은 이렇게 6천5백여명의 조합원들의 의지와 소망으로 시작됐다.

조합원들은 ‘내 출자금이 조합을 살리는 데 쓰여진다면 더 바랄 게 없다’며 기꺼이 출연했다.

다행히 예금보험공사도 지난 달 3일 대전 Y신협을 포함 전국 34개 신협의 500만원이하 소액예금자에게 가지급금 지급을 결정했다. 가지급금은 퇴출신협의 예금자가 받는 보험금과 달리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보이는 신협의 예금자에게 우선 지급해 급전이 필요한 예금자를 보호하는 제도다. 대전 Y신협이 일단 경영정상화 가능성을 인정 받게 된 셈이다.

퇴출 대상으로 선정된 대전의 5개 신협 중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곳은 현재 YWCA신협 한 곳 뿐이다.

Y신협측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1월 23일 조합원 임시총회를 갖고 경영정상화를 위한 '건물매각과 부실채권 회수, 인원감축, 매 분기별 경영실적 공시를 통한 경영 투명성 확보’등의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다음달 중순경에는 금융감독원 금융평가위원회의 '경영정상화 계획서'평가가 남아 있다.

금감원은 예보 관리인의 재산조사 결과를 감안해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인정될 경우 해당 신협의 경영관리를 종료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파산절차를 밟는다.

김 대표는 경영정상화 가능성을 묻자 이렇게 말한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합원들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YWCA신협 마저 무너지면 우리 서민들은 누굴 믿고 사느냐’고 묻습니다. 27년간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은 것임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조합원들도 신뢰와 희망을 갖고 끝까지 함께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