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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불자모임이 기금 600만원을 경불련에 전달하고 있다.
ⓒ 이주원
한국에서 일하는 네팔 노동자들이 시민단체에 외국인노동자들의 권익옹호에 써달라며 기금을 전달해왔다.

한국으로 건너온 네팔 노동자들 중 불자들이 만든 네팔불자모임(NBF)은 1월 22일 만해교육원에서 불교시민단체인 경불련(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이하 경불련)에 지난 5년간 모은 600만원을 전달했다.

네팔불자모임이 경불련에 전달하는 기금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경불련에 전해준 기금은 힘든 노동 속에서도 불자로서 자긍심을 잃지 않고 생활하는 네팔불자모임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것이다. 이것은 한국에 있는 다른 외국인노동자 공동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이다.

▲ 네팔불자모임 전임 회장 인드라 구릉
ⓒ 이주원
이전 기금 전달식을 마치고 네팔로 귀국할 네팔불자모임 전임회장 인드라 구릉씨(Indra Gurung·35·남)는 "한국에서 생활한 지난 5년 동안 많은 아픔과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에서 외국인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면서 "우리들이 아프고 힘들 때마다 경불련은 항상 든든한 친구로써 우리들을 지켜주었다. 경불련에 기금을 전달하는 것은 믿음과 고마움의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기금 전달식을 계기로 한국인과 불자들이 부처님의 나라 네팔과 한국에 들어온 네팔 노동자들에게 더욱 관심을 가져 달라"며 한국인과 불자들에게 호소했다.

경불련 지도법사 법현스님은 인사말에서 "이번 기금 전달식으로 경불련과 네팔불자모임이 보다 더 깊게 연대를 맺고 한층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네팔불자모임이 전달한 기금 600만원은 네팔 현지에서는 아주 큰 액수이다. 기금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의 권익향상과 네팔 <아침을 여는 작은 마을>의 지원비로 쓰여질 것이다.

김동흔 경불련 운영위원장도 "이 기금을 기증자들의 뜻에 어긋나지 않게 네팔 현지 지원과 외국인노동자들의 권익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사용할 것을 약속했다."

▲ 이별이 아쉬워 두 손 맞잡고
ⓒ 이주원
현재 네팔불자모임과 경불련은 서로 협의를 해서 네팔 현지 법인인 <아침을 여는 작은 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네팔불자모임 기금 전달식에는 Indra Gurung(네팔불자모임 전임 회장), Narendra Gurung(네팔불자모임 현 회장), Lok Bahadur Gurung(한국거주네팔구릉족모임 총무), 법현스님(경불련 지도법사), 김동흔(경불련 운영위원장), 김광하(외국인노동자인권문화센터 상임운영위원)를 비롯해 20여명의 불교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네팔불자모임(Nepal Buddhist Family)이란?

1994년 1월. 경실련 강당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산업재해보상을 요구하는 농성을 시작했다. 네팔 노동자들이 중심이 서서 진행했던 농성에 경불련은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하였다. 고되게 싸운 농성의 결과 외국인노동자들에게도 산업재해보상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농성 과정에서 경불련의 헌신적인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은 네팔 노동자들은 경불련에서 운영하는 자비의 집을 찾았고, 매주 일요일이면 <자비의 집>은 네팔 노동자들의 휴식처가 되었다.

당시 불교계에는 외국인노동자를 지원하는 곳이 없었다. 그러다 경불련 <자비의 집>으로 네팔 노동자들 중 불자들이 모였고, 이렇게 모인 네팔 노동자들은 1995년 11월 26일 네팔불자모임을 만들었다.

네팔불자모임은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네팔 불자들의 상호부조와 네팔 문화의 공유, 신앙활동 등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특히 네팔불자모임은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기자회견, 집회, 캠페인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지난 2001년 연등축제에서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자행한 바미아 석불(세계적인 불교 문화 유산)에 대한 파괴행위를 규탄하는 서명을 받아 유엔에 보내 불자로서 책임을 다하고자 했다.

네팔불자모임은 현재 15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나렌드라 구릉씨(Narendra Gurung)가 회장을 맡고 있다. / 이주원 기자

아침을 여는 작은 마을(Bihani Basti)은 어떤 곳인가?

1995년 11월에 창립한 네팔불자모임과 경불련은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불교와 사회운동에 대한 생각을 함께 나누었다. 이 과정에서 경불련은 네팔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고, 한국에 들어온 네팔 노동자뿐만 아니라 네팔 현지에도 올바른 도움의 손길을 보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만들어진 <아침을 여는 작은 마을>은 다른 해외원조단체들의 사업방식과는 다르게 준비 과정부터 네팔불자모임과 같이 시작했다. 한국인들이 일방적으로 계획을 세워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네팔인들과 함께 만들어 갔다.

특히 네팔 <아침을 여는 작은 마을>의 사무총장을 네팔불자모임에서 추천하였고, 네팔로 귀국한 네팔불자모임의 회원들이 주요임원과 자원봉사자로 함께 동참하였다.

경불련은 네팔불자모임과 쌓은 믿음을 바탕으로 다른 국제 NGO들과는 다르게 성공적인 해외원조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국제 NGO들은 해외원조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관행을 벗어나지 못했고 현지인들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네팔불자모임과 경불련이 실험하는 <아침을 여는 작은 마을>은 해외원조사업의 중요한 모델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현재 네팔은 내전 중이다. 이런 네팔의 어려운 여건에서도 <아침을 여는 작은 마을>의 자활과 구호 활동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배경에는 바로 네팔불자모임의 도움과 적극적인 참여가 있기 때문이다.

<아침을 여는 작은 마을>은 △세계적인 버섯재배 기술보유국인 한국의 우수한 기술을 현지 지도하여 자활기반 마련 사업 추진 △불가촉 천민과 빈민이 사는 마을을 중심으로 공동화장실, 공동수도 건설 등 생활환경 개선 사업 추진 △학교교육을 받을 수 없는 빈곤가정 어린이를 위한 무료 유치원·초등학교 운영 △빈민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메디컬센터 운영 등 많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이주원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불련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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