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대통령 당선자 기획특보는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당선자의 언론개혁 의지는 변함이 없다"면서 새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 "정상적인 언론 기능의 극대화를 위해서 정부가 제도적·법적으로 장려할 것은 장려하고 좋은 언론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특보는 "새 정부의 언론정책은 '언론개혁'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언론 정상화'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특보는 제도적·법적 부분에 대해 "우선 공정거래, 유통시장 질서의 확립, 마이너 매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 등을 들면서 "이미 선진국에서 다 하고 있는 것들이다, 우리도 정부가 제대로만 하면 언론이 상당 부분 정상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특보는 DJ와 노 당선자의 언론관 차이에 대해 "김 대통령은 약간의 문제가 있더라도 언론과는 잘 지내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데 비해서, 노 당선자께서는 원칙이 훨씬 더 분명하다"며 "(노 당선자는) 언론은 언론대로, 정치는 정치대로, 원칙을 벗어나는 것은 서로가 절대로 용납해서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특보는 "인사를 통해서 통합과 개혁, 혹은 변화와 안정을 한 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 좀더 구체적으로 "인사를 통해서 패거리와 연줄 정치문화를 극복 할 수 있으면 국민통합과 개혁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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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권력의 언론개혁은 오해 부를 것” / 김정훈 PD
노 당선자의 언론관이 뚜렷한 반면 정치권력이 주도하는 언론개혁은..” |
| 노무현 정부 "인터넷에 큰 기대 걸고 있다" / 김정훈 PD
지난 대선과정에서 나타난 인터넷의 막강한 파급력은 5년 국정 운영에도.. |
김 특보는 "노 당선자의 생각은 해당 장관이 관련 인사권도 행사하게 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다, 이제까지 우리 역사에 그래본 적이 없다"면서 "권력이라는 것은 이런 전화나 팩스 같은 거다, 많이 나눠줄수록 유용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김 특보는 김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노무현 정부에 대해 "나는 아마도 인사에 관한 한 분명한 득점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김 특보와의 인터뷰는 인수위 6층 기획특보실에서 약 한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김 특보는 인터뷰 초반 방송팀 카메라가 돌아갈 때는 공식적인 대답이 많았으나, 중반 이후 카메라를 끄자 좀더 편한 자세로 솔직한 말을 쏟아냈다. 김 특보는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에 대해 "맡겨지면 열심히 할 것"이라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김 특보는 "선거를 거치며 노 후보와 토론을 통해서 너무나 나와 지향하는 바가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선거가 끝나고 후보가 당선자가 된 후에 '내가 김 본부장을 신뢰하게 된 것은 다른 것이 아니고 나와 지향하는 바가 같기 때문입니다, 내가 놀랬습니다. 또 나보다 더 셉니다'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김 특보는 특보 임명 직후 '언론개혁을 방관하고 자신의 영달을 위한 기회주의적 인물'이라는 언론노조의 성명에 대해 "어떤 기회주의자가 지지율 14∼15%인 대선후보 캠프에 와서 정치생명을 걸고 단일화 협상에 나서겠는가"라며 "그런 의미에서라면 '기회주의자'라는 주홍글씨는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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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대 인수위와 16대 인수위의 차이점
- 김 특보는 지난 국민의 정부 인수위에도 참여했고, 이번 인수위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번과 비교할 때 이번 인수위를 평가한다면.
"지난번에는 인수위원 겸 대변인을 했고 이번에는 당선자 기획특보로서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입장인데, 15대 인수위보다는 상당히 잘 돌아간다고 말할 수 있다. 15대 인수위가 가졌던 한계는 자민련과 국민회의가 반반씩 인수위원을 차지했다.
특히 경제분야에는 자민련이 집중적으로 '이 분야는 우리가 한다'는 목소리도 냈다. 가령 내가 대변인인데, 대변인이 무엇을 어떻게 발표하느냐와는 관계없이 자민련 소속 인수위원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니까 상당히 많은 혼선이 있었고 통제되지 않았다. 이번 16대 인수위는 초반에 여러 가지 와전되거나 과장·왜곡되는 기간이 있었지만, 이제는 상당히 안정적으로 여러 분야별 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인데, 인사에 있어서 지난 비서실장 인사는 특정 언론, 이번 총리 내정자 인사는 대부분의 언론에 의해 사전에 공개되고 후에 시인하는 형국이다. 이는 의도한 것인가 아니면 의도하지 않은 것인가.
"전혀 의도된 것과는 다르다. 지금 아주 아픈 지적을 했는데, 언론이 앞서가서 내정자를 기정사실화하고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당선자는 그것을 시인하는 것처럼 돼버렸다. 우리가 조금 더 조심해야 대목이다."
- 언론의 입장에서 인선은 아주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 경쟁 때문이라도 캘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고쳐도 왜 항상 언론이 앞서가고 후에 인선을 시인하는 일이 벌어지는가.
"인수위와 당선자 비서실이라는 조직이 한시적이고 갑자기 모였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움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이해해달라. 앞으로 청와대가 제대로 역할을 하게 되면 이런 일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인사는 시인하는 것이 아니라 발표해야 한다."
- 조금 다른 방향의 인사에 대해 묻겠다. 노 당선자가 굉장히 강조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인사로 핵심은 적재적소와 시스템화로 보인다. 그런데 막상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면, 물론 상층 몇 자리만 이루어졌지만, 그렇게 달라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기 힘들다.
"인사는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봐야 한다. 아직은 대통령이 아닌 당선자 신분이므로 인사의 결과로서 무엇인가를 말하기에는 이르다. 나는 아마도 인사에 관한 한 분명한 득점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 자신의 근거가 무엇인가.
"당선자의 의지가 그만큼 확고하다."
- 노 당선자는 왜 이렇게 인사를 강조하는가. 일부에서는 노 당선자가 이제까지 계속 비주류로 있으면서 인사의 불합리를 누구보다 많이 당했고, 그것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자료를 들이대야 했던 점이 몸에 배었다는 분석도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전 정부의 실패 원인 중에 하나가 인사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복합적일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인사를 통해서 통합과 개혁, 혹은 변화와 안정을 한 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고 본다. 마땅한 인사를 통해서 통합도 추구할 수 있고 동시에 개혁도 추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인사가 매우 중요하다."
- 그런 취지에서, 이번 고건 총리 내정 인사는 통합과 개혁 또는 변화와 안정, 이 두 가지를 다 추구할 수 있는 적확한 인사라고 보는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건 총리 내정자의 경우에도 총리만 따로 놓고 볼 일이 아니다. 대통령은 개혁-총리는 안정, 그래서 안정적인 총리를 고르겠다는 말씀을 이미 하셨지 않은가. 변화와 안정, 한 바구니로 봐야 한다. 그렇게 볼 때 괜찮은 인사가 아닌가 한다."
- 일부에서는 너무 구시대 인물이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다.
"그러니까 따로 떼어놓고 보지 말자는 거다. 우리 노 당선자는 너무 새시대의 인물인데, 그것을 잘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인사에 관한 한 분명히 득점 포인트가 될 것"
- 일부에서는 노 당선자가 지나치게 국회 다수당인 한나라당을 인식하는 것 아닌가, 정면돌파 의지가 퇴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그중 한가지 분야가 언론개혁인데, 가까이에서 보기에 언론개혁 의지가 후퇴하고 있는가, 전혀 변화가 없는가, 아니면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있을 뿐인가.
"노 당선자의 경우에는 전혀 변하지 않고 있으면, 그 자체가 상당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 그 말은 변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
- 그런데 왜 대통령 아젠다에 언론개혁이 포함되지 않았는가.
"언론개혁이라는 것이 참 쉽지 않은 것인데, 정치권력이 언론개혁을 주도할 때, 그것은 이미 언론개혁이 아니게 될 수 있다. 언론탄압과 언론개혁의 차이를 여러가지 말할 수 있지만, 언론개혁이야말로 언론의 자유가 중요한 만큼 권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쟁취되어야하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 그 말은 현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언론개혁을 실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인가.
"정치권력이 언론개혁을 주도한다면 자칫하면 수많은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당선자가 언론관에서 차이가 있는가.
"있다. 큰 차이가 있다."
- 무엇인가.
"김 대통령은 약간의 문제가 있더라도 언론과는 잘 지내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데 비해서, 노 당선자께서는 원칙이 훨씬 더 분명하다. 언론은 언론대로, 정치는 정치대로, 원칙을 벗어나는 것은 서로가 절대로 용납해서 안되는 일이라는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얼마 전에 내가 사석에서 노 당선자께 '15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기자들에게 촌지를 한번도 안줬다는 말이 사실입니까'라고 물은 적이 있다.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분명하게 대답하는데, 한번도 준 적이 없다고 하더라. 아주 충격적인 일이었다. 한국 정치에서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 김 특보는 준 적이 있는가.
"나는, 우선 능력도 없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정치를 해 왔지만, 사실 그게 굉장히 어렵다."
-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가 중요한 관심사다.
"정부의 정책 방향이라고 한다면, '언론개혁'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언론 정상화'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뉘앙스 차이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언론 기능의 극대화를 위해서 정부가 제도적·법적으로 장려할 것은 장려하고 좋은 언론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방향으로 신문·방송에 대한 정책도 갖춰질 것으로 믿는다."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은 '언론 정상화'"
- 청와대 직제 개편의 윤곽이 대략 알려지고 있다. 흔히 '투톱 시스템'의 한 축으로 불리는 정책기획수석이 해야될 일이 대통령 아젠다를 챙기는 일인가.
"그렇다."
- 그 자리의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데, 생각이 있는가.
"맡겨지면 열심히 할 것이다. 무슨 일이든."
- 다음 총선이 1년 밖에 남지 않았는데, 노 정권이 정책적인 면에서도 1년 안에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1년 안에 정책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정책의 결과가 1년 안에 분명하게 나타나기는 무리다. 정책을 망치는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가 조급성에 있다. 정책은 분명하게 필요한 정책인지 아닌지, 혹은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는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 그래도 총선이 중간평가의 성격을 가지지 않겠는가.
"그러나 어떤 정책이 1년 이내에 극명하게 결과가 나올 수 있겠는가. 다만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대통령이 특히 어떤 정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국민이 알게 될 것이고, 그에 대한 평가 정도가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결과로 평가받기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 처음에 당선자의 기획특보로 임명됐을 때 언론노조에서 반대성명을 낸 적이 있다. 봤는가.
"봤다."
- 핵심이 '2001년 신문개혁이 국가적 화두로 떠올랐을 때 당시 문화부 장관으로서 언론개혁, 신문개혁에 기여하기는커녕 언론개혁을 방관하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기회주의적 처세를 보인 인물'이라는 것인데, 수긍하는가.
"당시 나는 문화부 장관으로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말했다. '세무조사는 언론개혁의 일환이 아니라 세무행정의 일환이다.' 그것은 정부의 공식 입장이었다. 그런데 내가 만약 그때 '이번 세무조사는 언론개혁의 일환이다, 언론에 문제가 많아서 세무조사로 버릇을 고쳐야겠다'고 말했어야 옳다고 한다면, 그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주장이다."
- 수긍할 수 없다?
"그렇다. 그분들이 말하는 소위 개혁의 대상이 되는 언론사들이 '참, 김한길이는 우리를 위해서 여러 가지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나는 방송위원회 출신인데 우리 방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정부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싸웠고 그 결과로 힘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여러 가지 부당한 압력을 받다가 그 결과 정치권에 들어오게 됐다. 언론의 개혁과 정상화를 위해서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6mm 캠코더를 끄자 터져나오는 속내
여기까지 약 50분간 인터뷰가 진행 된 후 6mm 디지털 캠코더의 전원을 껐다. 대략 준비해온 질문을 거의 다 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김 특보가 일이 있어서 잠시 나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김 특보가 다시 들어왔다.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조금 편한 상황에서 인터뷰는 계속됐다.
"나보고 기회주의자라고? 아마 그렇게 말한 친구들도 김한길이를 알면 그렇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기회주의자가 지지율 14∼15%인 대선후보 캠프에 와서 정치생명을 걸고 단일화 협상에 나서서…. 나는 1차부터 마지막까지 했는데 그 부담이라는 것은 엄청났다. 만약에 우리가 졌으면 여당후보 팔아먹은 놈으로 역사에 기록될텐데.
나로서는 이번 승리가 기쁜 것이 그냥 이겨서 기쁠 뿐만 아니라, 그래도 김한길이가 나름대로의 원칙을 가지고 정치를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쁘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기회주의자'라는 주홍글씨는 너무 가혹하다."
- '인터넷 살생부' 사건을 어떻게 보는가.
"사실 인터넷에 보면 별의별 것이 다 있다. 그중 어떤 것을 픽업해서 아주 영향력 있는 신문들이 그것을 정치쟁점화 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다행히 그 명단에 나는 현역이 아니라서 없어. (웃음)
어쨌든 그 짧은 기간(지난 1년)의 소득이라고 한다면 너무나 여러 번 겨울이 와서 사철나무와 사철나무 아닌 나무가 너무 분명하게 구분 된 것이다. 그것은 엄청난 소득이다. 만약 그런 겨울이 없었다면, 노무현 지지도가 확 떠서 50∼60%로 계속 갔으면, 아마 우리는 어느 것이 진짜고 어느 것이 가짜인지 구분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 정치발전에 노 후보의 지지율 급락·급등이 아주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나는 정치 8년차인데, 돌아보면 안타까운 것이 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자리에 많이 있었다. 청와대 수석이나, 장관이나, 다 자기 목소리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는 자리였다."
- 의향을 밝힌 청와대 정책기획수석도 마찬가지 아닌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노 당선자와는 선거를 거치면서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토론 준비 때문에 하나하나의 정책에 대해서 내 의견과 후보의 의견이 서로 만나야했다. 선거 끝난 후 후보가 당선자가 되고 나서 '내가 김 본부장을 신뢰하게 된 것은 다른 것이 아니고 나와 지향하는 바가 같기 때문입니다, 내가 놀랬습니다, 또 나보다 더 셉니다'. 나도 노 후보와 그런 토론을 통해서 너무나 나와 지향하는 바가 같다고 확인했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그 자리에 가서 내 목소리를 내도, 그것은 내 목소리이면서 동시에 대통령의 목소리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점이다. 그리고 이 정권은 지난 정권과는 달리, 그런 것에 대해 소위 다른 생각을 하는 분들이 세력으로서 있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예전에 청와대나 장관으로 지내면서 몇 가지 굉장한 갈등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노무현 지지율 급등·급락은 사철나무 구분하던 기간"
- 언론사 과징금 철회를 둘러싼 공정위의 혼란은 어떻게 보는가.
"신문도 하나의 상품으로 볼 때 정상적인 유통을 감시하고, 법으로 금지된 독과점 행위를 제대로만 금지시키면 엄청난 변화가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 아주 큰 영향력을 가진 몇 신문이 그 부분에서 다른 신문과 다른 것 아닌가. 그것이 그들의 세력을 유지하는 아주 결정적인 수단이다. 그에 대해 공정위가 제대로 못해왔다.
법제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우선은 공정거래, 유통시장 질서의 확립, 또 여론의 독과점을 막는, 그래서 마이너 매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 이것은 이미 선진국에 다 있는 것들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지방지 구독률이 8.7%다. 선진국들은 대개 80% 이상이다. 지역 로컬 페이퍼가. 그런 부분을 정부가 제대로만 하면 우리 언론도 상당 부분 정상화될 수 있다. 세무조사, 이런 것은 너무 당연한 거다.
그러나 나는 지난 2001년의 경우에는 너무 일시에 집중적으로 해서 소위 반격할 수 있는 명분을 어느 정도 줬다고 생각한다. 98년도가 5년마다 하는 세무조사의 5년째 되던 해였다. 그러면 취임식 한 바로 그해부터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했어야 했다. 너무나 당연하게.
나는 당시 문광부 장관으로서 국회 가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것은 분명히 결과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확장시킬 것이다. 왜냐하면, 언론이 세금 낼 것 다 내고 나면 그야말로 거리낌 없이 할 말을 할 수 있으니까. 결과적으로 이런 세무조사가 언론의 자유를 확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주무장관으로.' 그렇게 이야기했다.
지금 신문과 노무현 정권이 어느 정도 긴장관계가 있다. 그 긴장관계를 우리는 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긴장하고 있을 때 서로가 더 조심하는 것이다. 기사도 더 조심해서 쓸 것이고, 우리도 하나라도 지적 당하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술 사주고, 밥 사주고, 신문사 민원 들어주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뭔가 할 말 없게 만들 만큼 제대로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 사회에 큰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이다."
"장관에게 인사권 위임은 혁명적 발상…권력은 전화기와 팩스 같은 것"
- 인수위 한 달, 너무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쉽지 않다. 탄탄대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넘어야할 산이 무수히 있고, 그러나 넘어갈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패거리나 연줄 정치문화의 극복이 새 정부의 성패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아까 왜 인사를 강조하느냐고 했는데, 인사라는 것이 그 정권이 방향이자, 정책이자, 메시지이자, 전략이다. 그것의 결정체다. 그만큼 인사가 중요하고 그 인사를 통해서 패거리와 연줄 정치문화를 극복할 수 있으면 국민통합과 개혁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 당선자의 생각은 해당 장관이 관련 인사권도 행사하게 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다. 이제까지 우리 역사에 그래본 적이 없다. 그런데 (언론이) 그것을 주목 안하데? 이제까지 산하단체장, 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했지 장관이 했나? 그러나 장관에게 그 인사권을 줘야 힘있는 장관이 되고, 힘있는 장관들을 거느리고 있어야 더 힘있는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옆에 있는 전화기를 가리키며) 권력이라는 것은 이런 전화나 팩스 같은 거다. 내가 다 모아서 가지고 있으면 아무 힘도 아니야. 그것을 많이 나눠줄수록 유용성이 커진다. 그래야 전화 걸 곳도 생기고 올 곳도 생기는 것 아닌가. 그런데 우리는 이제까지 그렇게 안해왔다. 그냥 다 쥐고…. 그러면 전화할 곳이 없어진다니까. 전부 졸개고, 아무 힘없는 장관, 청와대 수석이 다하고. 그 장관이 뭐해? 국회 나가서 깨지기만 하지.
지난 정권에서 대통령과 당과 청와대 수석이 다 모여 밥을 먹는데, 대통령께서 할 말이 없어서 그런지 '어이, 김 수석 한마디 좀 해' 그러더라. 그래서 내가 '한마디 하겠습니다. 제가 대학 다닐 때 택시운전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면서 말했다.
택시운전사는 손님이 광화문에서 택시를 타서, '장충체육관 갑시다' 하면 가장 빠른 길로 가야 한다. 탔는데, '을지로로 갈까요, 청계천으로 갈까요?' 그러면 안된다. 손님이 '청계천으로 갑시다' 했다가 길이 막히면 운전자는 그냥 룰루랄라 하는 거다. '네가 청계천으로 가자고 하지 않았느냐' 이거다.
내가 그랬다. '그렇게 하면 안됩니다. 장관들은 항상 교통방송 듣고, 서울에 어느 길이 새로 났는지도 보고 있다가, 손님이 뚝섬 갑시다 하면 책임지고 최단 시간에 가장 빠른 길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대통령을 옆에서 모셔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정말 '청계천으로 갈까요, 을지로로 갈까요' 다 와서 물어본다. 대통령이 어떻게 아는가. DJ가 아무리 많이 안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그 많은 각론들을…. 그런데 대통령도 '나 몰라, 맘대로 해' 그렇게도 안한다. 그냥 '을지로로 가보지 뭐' 이런 거다."
- 지금 출발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비교적, 상당히 잘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