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가 갯벌개발의 마지막 비극이 되길 바란다
지난 16일에 전북 부안 계화도에서 솟대를 끌고 출발한 '새만금유랑단'과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이하 '부안사람들')은 오늘(27일) 예정대로 걸어서 서울에 도착했다. 대책없이 일단 떠났지만 가는 곳마다 무료 숙소 제공자가 나타났고, 유랑단에 합류하는 사람들도 늘어났으며, 유랑단을 환영하는 이들이 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경기도에 들어선 25일, 발안에서는 시화호 사람들도 이들을 맞으러 나왔다. 노제를 같이 지내면서 '시화호가 갯벌개발의 마지막 비극이 되길 바란다'면서 안타까워했고, '물 막은 후 잠깐 대하가 반짝 많이 나올 거예요. 하지만 그것으로 끝입니다. 그러고 나면 대하고 백합이고 꽃게고 아예 사라져 버릴 겁니다'라고 새만금의 미래를 예측했다.
26일에는 빗줄기 속에서 '안산 시흥 화성 희망을 주는 시화호 만들기 시민연대', '부안사람들', '새만금 유랑단' 공동으로 간척사업으로 죽어간 서해 갯벌 생명들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제를 지냈다. 이들은 "간척사업으로 천혜의 자원인 갯벌이 사라지고 황금어장인 서해어장이 황폐화되어 대대로 이어온 공동체가 파괴되었다. 더구나 시화호는 이미 담수화 계획을 포기한 채 죽음의 호수로 변해가고 있으며, 화옹호 역시 같은 운명 속에 놓여 있다"면서 "새만금사업에는 대안이 따로 없고 갯벌 복원만이 유일한 해법"임을 다시금 밝혔다.
정치적인 협상은 하지 않겠다. 처음의 희망으로 돌아간다
노무현 당선자 측은 새만금 개발의 새로운 안을 내겠다고 하고, 몇몇 교수들은 새만금을 야심만만한 새로운 구상 속에서 이리저리 평가해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대해 '부안사람들' 신형록 대표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태도로, '우리 스스로가 희망이 되면 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서, 갯벌을 살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솟대 실은 리어카를 끌고 마냥 찻길을 걸어서 올라오는 것이 여론 환기에 효과적이겠냐고 묻자, 씨알의 이원기씨는 '걷는 길목마다 선전전을 할 것을 고려해보았지만, 그런 식으로는 깊이 있는 소통이 불가능하다고 보았다'고 답했다. 이 행사로 어떤 결과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저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려는 것이다. 우리의 행동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파장을 낳을지는 예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새만금 유랑단'에는 씨알과 부안사람들 외에도 발바리(자전거타기 모임), 녹색연합, 참뻘, 풀꽃세상, 젊은생태주의자 KEY 등에서 사람들이 참여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걷다 보니 자잘한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신푸른(6) 어린이가 소주를 물로 알고 꼴깍 삼킨 일, 솟대를 싣고 가는 리어카 바퀴의 바람이 빠진 일, 지역 사람들이 좋은 숙소를 마련해 주려다 모텔을 잡아 주는 바람에 '우리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 부담스러운 장소라서 묵을 수 없다'고 여긴 유랑단이 다른 숙박지를 부탁해 폐교로 다시 옮긴 일….
더디 가도 생명 생각하자는 취지와는 다르게(?) '새만금 경보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빨리 걷고 있어 체력 자랑하는 것이냐는 웃음 섞인 불만도 있다. 또 매연과 소음이 거슬리는 찻길만 걷고 있어 담소를 나누기 어렵다는 아쉬움도 있다.
250km를 묵묵히 걸어오는 동안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걷기가 한참이던 22일에는 "새만금 간척사업 등 대규모 생명파괴사업의 조속한 중단을 위한 생명·평화·환경을 위한 범종교인 기도회"가 열려, 불교, 원불교, 개신교, 천주교의 네 교단이 모였다. 24일에는 경인운하를 사실상 백지화하겠다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발표가 있었다. 새만금 사업도 재검토에 들어가면 공사가 중단되지 않을까.
"경찰도 사람인데 설마 막겄냐?"
새만금 유랑단은 서울에서 하루밤 묵은 후, 28일 여의도를 통과하여 광화문에서 대장정의 막을 내릴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뜻하는 대로 걸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이들은 경찰이 이유 없이 막더라도 저항하지 않겠다고 한다.
5년간 '부안사람들' 대표를 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었을 신형록씨는 그래도 낙관적이다. "부안서 여까지 리어카 끌고 왔는데 경찰도 사람인데 설마 막겄냐?"
하지만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 스님이 새만금 사업 반대를 위한 3보 1배를 했을 때도 공권력이 가로막았고, 조태경씨가 해창산(이 산을 깎아서 새만금을 메우고 있다. 일석이조의 환경파괴인 셈)에서 목숨을 건 절벽 시위를 했을 때도, 절벽에 매달려 있는 그가 죽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농업기반공사와 현대건설은 산을 흔들어대며 채석공사를 강행했다.
새만금 유랑단이 비폭력을 끝까지 고수한다 해도 이들의 앞길 역시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서울로 도착한 이들의 마지막 발걸음에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아침 9시까지 사당으로 오거나, 2시까지 광화문으로 오거나, 그 사이 시간에 그 사이 지점으로 찾아오면 될 것이다. 2시부터는 세종문화회관 뒤쪽에서 집회가 있다. 마냥 기다려도 좋고 같이 걷고 싶으면 다음 연락처로 연락해도 좋다.
- 신형록 : 부안사람들 대표 : 011-675-7332
- 고철호 : 새만금유랑단 대외 연락 : 018-276-7885
- 홍덕화 : 새만금유랑단 서울 지원 : 011-772-9045
이 행사에 대한 후원을 하고 싶으면
*** 농협 서울대지점 079-12-148470
*** 예금주 : 이원기
*** 전화 : 018-253-9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