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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원전
이라크 원전
이라크 전쟁은 언제 시작될까?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등 세계 강대국들이 현 상황에서 전쟁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도 미국은 전쟁을 고집하고 있다. 후세인은 위험한 인물이고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주장하는 미국은 그럼 어떠한가? 신뢰할 수 있는 나라인가?

21세기 최초의 대전이 될 이라크 전쟁은 한국 방송에게는 재미있는 기사거리를 주기도 한다. 방송이 이라크 전쟁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기자는 인터넷에서 1월 27일자 MBC 마감뉴스를 찾았다.

"이라크 전 파병 미군 정자 보관" 마감뉴스는 전 세계가 이라크 전쟁의 근거가 될 유엔무기사찰단의 사찰 조사 발표 일에 미군 병사들이 대가 끊길까봐 정자를 보관하고 있다는 얘기거리를 전하고 있었다.

미국은 어쨌든 전쟁을 할 테니, 사찰단 조사발표 같은 따분한 뉴스보다는 한국 남성들의 귀를 번뜩이게 할 정자 뉴스를 내보내는 것이 낫다는 편집진의 판단이었을까? 유럽에서는 전쟁 얘기로 뉴스의 절반을 때우는 와중에 한국에서는 정자 얘기나 하고 있는 것은 코미디 수준이다.

전 무기사찰단원, 스콧 리터
전 무기사찰단원, 스콧 리터
왼쪽 사진에 있는 스콧 리터씨, 그는 해병대 출신으로 91년 걸프 전 당시에 CIA 요원으로 활동했고, 걸프 전쟁이 끝난 후에는 유엔사찰단의 단장으로 91년부터 98년까지 활동하다가 스파이 혐의를 받았고, 이라크가 사찰단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이라크를 떠났다. 그런 그가 작년 9월 이라크 의회에서 미국이 내세우는 대량살상무기 의혹은 근거 없는 내용이라고 연설을 통해 밝히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사찰활동 중 찍은 비디오와 동료 단원들의 인터뷰를 모아 스스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기까지 했다. 'In Shifting Sends? the Truth about UNSCOM and the Disarming of Iraq'(모래더미를 들어내다- 유엔무기사찰단에 관한 진실과 이라크 무장해제)가 작품명이다.

이라크가 쿠웨이트 침공한 이후 유엔이 발동한 경제 제재로 이라크는 하루 6천만달러에 이르는 석유수입을 잃었다. 그 조치는 곧 이라크 경제를 붕괴시켰다. 걸프전이 끝난 후 유엔은 이라크의 생물학, 화학, 원자력 무기를 해체하기 위해 결의안 687조를 발동한다. 그리고 대량학살무기의 해체를 감독하기 위해 UNSCOM이라는 유엔사찰기구가 구성되었다.

다큐멘터리 작가, 존 필거
다큐멘터리 작가, 존 필거
그는 영국 언론인 존 필거(오른쪽 사진)와의 인터뷰에서 말한다. "이라크의 생화학무기, 핵무기 제조시설과 장거리 미사일 제조시설은 98년까지 사찰단이 직접 파괴하거나 사찰단이 명령을 내려 이라크 정부에 의해 파괴되었습니다." 그의 인터뷰는 존 필거의 다큐멘터리 작품 'Paying the Price, Killing the Children of Iraq(죄값을 져라, 이라크 아이들을 죽음으로)'에 들어 있다.



작품 보기(한글 자막)
http://real.jinbo.net:7071/ramgen/eyes/2003/Paying_the_price3.rm


그는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부시 정부가 이라크의 대량학살무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근거 없다고 폭로하고 있다. 그가 네덜란드 언론에서 한 인터뷰에서도 그는 "콜린 파월 장관은 이라크가 대량학살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는 98년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증거를 대보시오. 그러면 나는 당신의 전쟁을 지지하겠소"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미국 정부를 몰아세우고 있다.

작품 보기(한글자막)
http://real.jinbo.net:7071/ramgen/eyes/2002/Iraq2.rm


그의 활약 탓일까? 미국이 2002년 9월 유엔 총회를 통해 곧바로 전쟁을 밀어붙이려던 계획은 실패하고 새로운 무기사찰단이 구성되어 이라크로 파견되었다. 그리고 1월 27일 무기사찰단은 그 동안의 사찰 활동을 유엔에 보고하면서 이라크가 대량학살무기를 감추고 있다는 증거를 대지 못했다.

이라크는 대량학살무기를 효과적으로 감추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가지고 있던 무기가 모두 동이 난 것일까? 증거가 없는 만큼 누구도 그 점을 단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사담 후세인은 부시가 말하는 대로 제 2의 히틀러인가? 그를 지금 제거하지 않으면 중동지역을 전체를 점령할 것인가? 그리고 반세기 이상 아랍인들의 숙적으로 남아 있는 이스라엘을 파괴시킬 것인가?

그가 제 2의 히틀러라면 그는 인근 국가를 정복할 이념이나 군사력이 있어야 한다. 먼저 이념을 보자. 그는 아랍 대민족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아랍은 서구 제국주의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전(지하드)를 일으켜서 이스라엘과 미 제국주의를 몰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을 믿는 아랍인들은 없다. 그의 밑에서 권력의 단맛을 빨고 있는 소수의 이라크 지배층만이 그를 추앙할 뿐이다. 그는 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란에 화학무기를 사용했다. 하나가 되자고 외치면서 상대를 비겁한 방법으로 대량 학살한 것이다.

그는 자기 나라 안에서조차 국민통합을 이루지 못했다. 87년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이 독립전쟁을 일으켰을 때 후세인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 1988년 3월 16일 그는 쿠르드 민간인 5천명을 화학가스로 학살한 것이다.

그리고 걸프전 패전 이후에 이라크 남부에서 후세인에 반대해서 봉기한 남부 시이파를 무력으로 잔인하게 진압했다. 당시 봉기에 나섰다가 실패한 남부 시이파 전사들은 후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캠프로 보내졌다. 남아 있던 젊은이와 부녀자들은 사담 후세인의 군사들이 집집마다 뒤지며 민간인들을 닥치는 대로 죽였다.

북부의 쿠르드족 역시 다시 한번 봉기했다가 후세인의 공화국 수비대의 반격을 받고 수십만이 터키와 시리아로 피난 가는 수난을 당했다. 그의 아랍 대민족주의는 이미 오래 전에 쓰레기통에 들어간 이념이다.

그렇다면 그는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가? 91년 걸프전이 시작되기 전 이라크는 소련제 탱크로 무장한 공화국 수비대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되고 한 달여 간의 공중폭격 이후 지상전이 시작된 지 삼 일만에 전쟁은 끝났다. 소련제 탱크는 아파치 헬기 소리도 듣기 전에 야밤에 첨단 자외선 카메라에 의해 정체가 드러나고 탱크 잡는 아파치에 의해 산산히 격파되었다. 과연 이라크는 주변국을 침략할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후세인이 화학무기를 장착한 스커드 미사일을 쏠 것이 두렵다.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아이들은 방독면 쓰는 법을 배우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후세인은 과연 화학무기를 쓸 것인가? 바보가 아니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핵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나라다. 팔레스타인 무장투쟁단체 하마스 대원을 잡기 위해 F-16 전투기로 그가 타고 가는 택시를 타격하는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게도 겁 안내는 나라가 어떻게 나올지는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래도 안심을 못하는 미국인들은 이라크의 핵무기가 알 카에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후세인은 철천지 원수인 미국에 원한을 갚기 위해서 알 카에다에게 핵무기를 건넬까?

후세인은 이라크에 천년왕국을 세웠다. 그의 지위는 주변의 친인척과 이중 삼중의 정보기관, 충성을 맹세한 군대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이라크 주민들은 경제적 곤궁과 질병에 시달리면서 하루하루 빵을 구하는데 지쳐 있다. 그들은 후세인에 맞설 경우 총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후세인이 아쉬운 것이 무엇인가? 그는 자기 권력을 지키기만 하면 된다. 자신의 생명을 걸고 핵무기를 테러조직에게 건넨다는 가정은 초등학생의 소설 구상 수준밖에 안된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걸프전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찾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을까? 그것은 상상하기 쉽다. 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계속 던지면서 이라크의 경제제재를 유지하고 남북으로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놓고, 영국과 함께 수만 차례 그 지역을 비행하며 점령군 행세를 한다.

책상이 없어 교실바닥에 앉아 수업받는 아이들
책상이 없어 교실바닥에 앉아 수업받는 아이들
이런 무력행사로 이라크는 혹독한 재앙을 당하고 있다. 매달 5천여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의약품의 부족과 영양실조, 깨끗한 물 부족으로 죽고 있다고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을 비롯한 유엔식량계획(WFP)의 보고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초등학교에는 책상 의자도 없어서 아이들이 교실 바닥에 앉아서 수업을 듣고 있다. 그나마 비가 오면 폭격으로 파괴된 하수구가 넘쳐 교실 난간에 올라가야 한다.

폭격으로 죽은 양떼
폭격으로 죽은 양떼
전기가 부족해 주민들은 석유곤로를 쓰고 있고, 심지어 비누조차도 수입금지품으로 묶여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더해 미국과 영국은 코소보 전쟁을 치르면서 이라크에 폭격을 가했다. 그들은 수많은 마을과 민간인들, 왼쪽 사진에서 보듯이 양떼를 공격하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공격을 저질렀다.

작품 보기(한글자막)
http://real.jinbo.net:7071/ramgen/eyes/2003/Paying_the_price4.rm


동구권이 붕괴한 후 힘의 공백이 생긴 중동 지역에서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를 십여년 동안 짓밟으며 패권을 확실히 잡았다. 79년 회교혁명을 일으켜 미국의 간담을 서리게 했던 이란조차 입을 다물고 있고, 중동 대부분 국가에서 미국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의 말을 듣지 않으면 이라크 꼴이 난다는 진심 어린 충고를 하면서 말이다.

이라크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혼자 공격하는 재미를 느끼기보다는 팀을 이뤄 공격하기를 선호하는 듯하다. 미국의 혈맹인 대한민국 역시 부시 대통령의 질문을 받을지 모른다. "너희가 내 편에 서지 않으면, 적의 편에 선 것으로 간주하겠다." 이것이 바로 주먹 세계에나 있을지 모르는 부시의 어법이다. 부시의 물음에 우리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덧붙이는 글 | 이라크 경제제재와 무기사찰에 관한 존 필거의 다큐멘터리는 진보넷 참세상 뉴스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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