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레프 리빈 (Lew Rywin)
레프 리빈 (Lew Rywin) ⓒ 서진석
폴란드 하원에서는, 1월 10일 폴란드 최대일간지인 가제타 비보르차(Gazeta wyborcza)지와 연관된 레프 리빈(Lew Rywin)의 뇌물혐의수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다.

리빈은 폴란드 방송통신법 개정을 앞두고, 가제타 비보르차 지를 소유하고 있는 대기업 아고라(Agora)사에 유리한 조건을 보장해준다는 대가로 1700만 달러 정도의 뇌물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현 수상인 레셱 밀레르와 그외 다른 폴란드 방송사와의 연루설도 나타나고 있어서 사건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올해 57세인 리빈은 <쉰들러 리스트>나 현재 한국에서 상영중인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 같은 유명영화의 제작에 참여한 폴란드 연예계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이다. 현재 유산(HERITAGE) 영화사를 소유하고 있고, 지난주 공식사임하기 전까지 프랑스계 폴란드 최대의 유료방송사 'canal +'의 이사로 활동했다.

2002년 12얼 27일 가제타 비보르차지가 공개한 기사에 의하면, 리빈은 7월 중순 아고라 사의 회장인 반다 라파친스카(Wanda Rapaczynska)에게, 그 당시 하원에서 논쟁 중이던 방송통신법안이 아고라 측에 이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제의를 해왔다. 그리고 아고라 사가 폴란드 최대의 민영방송사인 폴사트(Polsat)을 인수할 수 있도록 정부에 로비해준다는 조건으로 1700만 달러(polsat 인수가의 약 5%)를 요구했다. 그 금액을 받게 되면 그의 배후에 있는‘정치적인 줄’을 통해서 아고라가 폴사트를 인수하도록 도와주며, 폴란드 방송매체시장에서 독점권을 보장해 준다는 제안이었다.

2002년 초 통과된 방송통신법안에 의하면 폴란드의 방송사(신문사 포함)는 오직 한 개의 전 지역 방송권만 획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미 폴란드 전 지역에서 활동하는 신문사는 전국 방송권을 획득할 수가 없는 것이다. 가제타 비보르차 등 민영신문사는 이 법안이, 폴란드 국영방송사의 독점권을 보장하고 외국방송사의 폴란드 점유율을 늘릴 수 있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해왔다.

그 제안에서 더 나아가 리빈은, 자신의 배후에는 폴란드 현 수상인 레셱 밀레르(Leszek Miller)가 있으며, 1700달러의 금액 중 일부는 폴란드 최대여당 민주좌파연합(이하 SLD)의 구좌로 전달될 것이라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가제타 비보르차는 앞으로 밀레르 수상에 대한 비판을 삼갈 것이며, 아고라가 폴사트를 인수하게 되면 리빈 자신을 고용하여 현 폴란드 좌파정치인들의 이익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한 사실도 밝혀졌다.

레셱 밀레르 (Leszek Miller) 폴란드 수상
레셱 밀레르 (Leszek Miller) 폴란드 수상 ⓒ 서진석
가제타 비보르차의 편집국장 아담 미흐닉(Adam Michnik)은 그 후 레셱 밀레르를 만나 리빈의 제안이 사실인지 문의했으나, 레셱 밀레르 수상은 자신이 그 제안에 연관된 것을 극구 부인했다. 4일 후 아담 미흐닉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리빈과 만나 그 제안에 대해서 다시 한번 대화하였으며, 그 대화내용을 몰래 녹음하는 데 성공하였다.

가제타 비보르차 12월 27일자에 이 사건에 대한 기사가 나간 후 폴란드 법무부 장관은 이 사건에 대한 종합적인 수사를 시작할 것을 요구했다. 그 이후로 이 사건은 폴란드 미디어에서 리빈게이트(Rywingate)로 불리우며 연일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 리빈의 뇌물제안혐의와 관련하여 여러 의문사항들이 속속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첫 째는 밀레르 수상이 아담 미흐닉으로부터 그 사실을 알아낸 후 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는냐 하는 의문이다. 두 번째로 리빈의 뇌물제안이 7월 달에 있었는데, 미흐닉은 왜 5개월이나 지난 12월에 와서 기사화했는가도 의문이다.

폴란드의 대표적인 정치잡지인 polityka에 의하면 이 뇌물제안 스캔들은 12월 전부터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는 것이다. 여러 분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 중의 하나는 리빈, 미흐닉, 밀레르 수상 세 명 모두 이 사실이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함구할 것을 약속했지만, 밀레르 정부를 음해 할 목적으로 미흐닉이 일부러 그 약속을 저버린 것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흐닉 자신은 그 사실이 이처럼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몰랐고, 동유럽 주요 국가들의 EU가입이 확실시된 코펜하겐 정상회담 등 중요한 사건들이 그동안 계속 있어왔기 때문에 기사화할 시기를 놓친 것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폴란드 주요일간지 중 하나인 제츠포스폴리타(Rzeczpospolita)지에 난 분석에 의하면 이 리빈게이트 사건은, 현재 여당인 민주좌익연합 SLD에서 폴란드 좌파의 향후 활동방향을 두고 내부균열이 일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SLD는 현재 수상인 레셱 밀레르와 대통령 알렉산데르 크바스니엡스키를 배출한 폴란드 최대 여당이다. SLD 당원들 중 많은 수가, 미흐닉이 알렉산데르 크바스니엡스키 대통령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현 대통령인 크바스니엡스키는 2005년에 임기를 마치는 대로 미흐닉과 새로운 정당을 창설할 것으로 합의했다고 알려져 있다. 사회주의 연합노동당 시절을 잊지 못하는 구세대 정치인들의 입김에 지긋지긋해하는 젊은 세대의 SLD 당원들 중 다수는, 그 새로운 정당이 창설되면 당적을 그 쪽으로 바꿀 것이 확실하다.

그러므로 SLD의 기득권측은 미흐닉의 가제타 비보르차가 폴사트을 인수하게 되면 현재 SLD의 기득권 하에 있는 선거권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게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제츠포스폴리타에 의하면 현재 SLD 기득권층 다수는 현 크바스니엡스키 대통령을 정치적 동지로 보고 있지 않을 만큼 신임을 많이 잃어버렸다.

밀레르 수상은, 자신은 리빈게이트와 아무런 연관성도 없음을 주장했으며 또 리빈은 밀레르에게 보낸 서한에서, 현재 언론은 자신이 아고라 측에 제시한 제안을 ‘거짓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수상의 이름이 이 불미스러운 일에 거론되는 것에 사과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빈은 현재까지 아무런 공식발언을 하지 않고 있으며, 리빈게이트 특별조사위원회에 의해서 청문회가 진행중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하니리포터에도 실려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