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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를 생각나게 하는 계절이다. 우리 나라에서 바다 하면 동해를 꼽는다. 동해의 맑은 물, 맑은 공기, 낭만과 추억이 떠오르는 겨울바다에 가보면 바다를 만나기 전에 호수를 만나게 된다. 바닷가의 호수 - '석호'라 불린다.

강원도 강릉에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경포호가 있고 이 호반 서쪽 언덕 위에 유명한 경포대가 있다. 경포호는 옛부터 시인묵객들이 예찬한 곳으로 호수가 거울처럼 맑다고 하여 이름지어졌는데 일명 경호(鏡湖), 군자호(君子湖) 라고 부른다.

▲ 강원도 강릉의 경포호
ⓒ 최한수
경포대에 달뜨는 밤이면 다섯 개의 달을 볼 수 있다는 옛날 풍류객들의 표현이 있듯이 호수에 비치는 달은 볼수록 운치가 있고 유정하다고 할 수 있다. 다섯 개의 달은 다음과 같이 일컬어지고 있다.

그것은 ①하늘에 떠 있는 달 ②출렁이는 호수 물결에 춤추는 달 ③파도에 반사되어 어른거리는 달 ④정자 위에서 벗과 나누어 마시는 술잔 속의 달 ⑤벗(님)의 눈동자에 긷든 달이다. 또한 달이 물에 비쳐 황금물결과 특이한 모습을 나타내 보이는데 이는 달기둥(月柱), 달탑(月塔), 달물결(月波)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동해안 바닷가에는 호수가 계속 이어져 있다.

석호(潟湖)는 자연 호수로서 동해안 여러 곳에 나타나고 있으며, 남쪽 방향으로 화진호, 송지호, 영랑호, 청초호, 경포호 등이 있다. 한반도의 동해안을 따라 이어져 있는 석호들은 시베리아에서 호주까지 이동하는 새들에게 맑은 물을 먹고, 먹이를 먹고 쉬어 가는 정거장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호수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그리고 앞으로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진행될까?

석호는 예전에 바다였다. 그러나 이들은 배후의 화강암 산지에서 풍화, 침식된 물질들이 하천에 의해 운반되어 하천의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주변 지역에 쌓여 형성된 사취에 의해 바다와 격리되면서 커다란 호수가 생기는데 이를 석호라 한다. 그러나 동해안의 호수는 인간에 의해 바다와 격리되어 더 이상의 석호가 아닌 곳이 많다.

이들은 바다와 완전히 격리된 석호도 있지만, 바닷물의 출입이 자유로운 호수도 있는데 청초호가 대표적이다. 그러면 풍류와 멋이 어루러져 한민족과 함께 살아온 동해안의 호수들은 도시화의 물결에서 어떤 고통을 당하고 있는가?

몇년 전 강릉시에서는 경포호를 준설하였다. 수천만년 동안 자연스런 퇴적작용에 의해 생겨난 경포호는 대동여지도에도 깊이가 30cm 내외로 나온다. 그러나 강릉시에선 2m도 넘게 파버렸다.

그 덕분에 갈대 숲에서 겨울을 지내던 고니(白鳥)들은 더 이상 경포호를 찾지 않게 되었고, 정겹던 호수가의 갈대밭도 없어져 버렸다.

▲ 속초의 청초호를 찾아온 겨울철새
ⓒ 최한수

현재 갈대밭이 조금 남아있긴 하나 이는 인공적으로 심어 놓은 것이다. 자연적인 갈대밭을 다 파괴해 버리고 다시 돈을 들여 식재해 논 것이다.

물론 갈대가 없는 황량한 호수 보다 낳지만 굳이 두 번 일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준설작업 시 경포호 밑바닥에 살던 가물치가 때죽음을 당해 새벽에 공무원들이 총출동되어 일처리를 했다는 소문도 들렸다.

동해안 석호 중 최고의 절경으로 쳐주던 경포호는 이제 그 정취를 찾아 볼 수 없게 되었고, 그나마 살아 숨쉬는 호수로 알려져 있던 청초호의 오염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60년대 이후 어항으로 사용하면서 황폐화했다.

그러나 이 호수가 현재와 같이 쪼그라들고 도심 속의 폐수처리장처럼 변해버린 것은 지난 10여년 사이다. 석호의 상징인 갈대밭은 사라지고 대신 아파트와 아스팔트 정글이 되었다.

소위 관광도시개발 명목아래 이뤄졌다. 관광 엑스포를 위해 청초호를 매립하고 건물을 짓다가 환경단체의 반대에 일부를 조류생태공원화 하였다. 그래서 ‘새대가리’라 하던가. 환경이 엄청나게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청초호에는 아직도 많은 새들이 찾아오고 있다.

예전처럼 맑고 깨끗한 물이 아니라 먹이가 되는 생물들도 많이 오염이 되었을 것이다. 새들은 이걸 먹고 살면서 점점 병들어 간다. 이제 몇 년 후면 청초호를 찾는 새들도 없을 것 같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려면 인간은 과학의 기술만 믿을 것이 아니라 자연을 배려하는 마음이 먼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올해도 많은 새들이 동해안의 호수를 찾아 겨울을 나고 있다. 겨울철새들이 떠나기전에 강원도 호수에 들러 바다도 보고 새들도 만나며 인간의 삶을 다시한번 생각하는 기회를 가지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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