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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의 평화광장, 당초 미관광장에서 DJ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자 명칭을 바꿨다
목포의 평화광장, 당초 미관광장에서 DJ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자 명칭을 바꿨다 ⓒ 정거배
목포시의회, 지난해 기념관 건립 공식제안

역대 대통령 기념관 문제는 김대중 정부들어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둘러싸고 한판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박정희 기념관 건립에 따른 정부예산지원 방침은 김대중 정부가 과거 정권에 대한 정치적 화해 제스처로서 의미가 있었지만,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경제개발과 근대화 추진이라는 박 전대통령의 업적을 근거로 기념관을 세운다는 것이었지만, 시민단체에서는 "일제하 만주군 장교출신이며 이 땅에 군부독재 씨앗을 뿌렸던 박 전 대통령을 국민 혈세로 기념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기념관 건립비 가운데 절반은 박정희 기념사업회에서 모금을 통해 마련하고, 나머지 200억원은 정부가 지원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당초 계획은 서울 상암동 일대에 오는 2월까지 세우기로 했으나, 공정률은 20%에 미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공사자체가 8개월째 전면 중단돼 백지화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념사업회측에서 당초 모금하기로 했던 건립비는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국비지원금을 집행하지 못해 차기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 속에 모금액마저 확보하지 못한 박정희 기념관 건립문제와 목포지역 일각에서 일고 있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 대통령 기념관건립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평화상 수상 순수한 뜻

목포시의회 한 의원은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노벨평화상 수상을 기념할 수 있는 장소를 고향에 마련하겠다는 움직임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료수집을 하는 등 고향사람들이 주축이 돼 추진기구를 만들어 기금조성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 기념관 건립여론은 현재 지역에서만 논의되고 있을 뿐 청와대 역시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고향에 민간주도 또는 정부차원에서 기념관을 세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대통령을 역임한 당사자에 대해 시간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업적이나 공과가 냉정하게 평가되지 않은 시점에서 기념관 건립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론 퇴임을 앞두고 호남을 중심으로 DJ에 대한 동정여론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기념관 건립을 바라보는 국민 정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의 기념관을 짓는 일은 단순히 출신고향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라 범국민적 공감대 속에 추진돼야 할 국가적 사업이라는 게 지역일각의 주문이다.

역대 대통령 기념관의 경우 박정희 기념관 건립처럼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모금방식과 함께 국가예산이 투입돼야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당사자 사후 신중 추진

그렇다면 링컨기념관 등 미국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모두 42명의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지난 97년 건립한 루스벨트 기념관까지 합쳐 기념관을 세워준 역대 대통령은 4명에 불과하다.

역사적으로 충분한 평가를 거친 뒤 의회의 승인을 받기까지 논란이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32대 대통령인 루스벨트는 지난 30년대 경제위기와 세계대전 등 대내외 위기를 극복한 점에 높은 평가를 받아 사후 52년만에 기념관을 건립했다.

미국은 대통령 기념관 건립비용을 대부분 정부예산을 지출하기 때문에 의회승인을 거쳐야 하고 국민여론도 감안하는 등 복잡한 평가와 검증절차가 마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역대 미국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이 후대 사람들에게 역사적인 교훈을 준다는 뜻에서는 우리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미국의 대통령 기념관은 당사자가 사망한 뒤 충분한 시간을 갖는 등 역사적 평가가 거의 마무리된 후에 세워진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은 그가 사망한 뒤 133년 만에 세워졌고, 제퍼슨 대통령은 117년, 링컨대통령은 사망 후 57년만에 세워졌다.

목포지역 DJ 기념관 건립 움직임과 관련해 한 인사는 "역사적 공과에 대해 냉정한 평가가 충분하게 이뤄진 뒤에 기념관을 기획하고 전시내용을 결정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역사적 평가 뒤 전시내용 정해야

당사자가 생존해 있고 업적에 대한 국민과 역사의 평가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급하게 기념관을 건립하다 보면, 후대에 교훈으로 삼기보다는 내용면에서도 당사자를 추앙하는 데 치우칠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목포지역의 한 대학교수는 "DJ가 퇴임하더라도 공인신분이고 대통령 재임기간과 함께 그의 정치역정 자체가 역사기록이기 때문에 기념관 건립작업은 시간을 두고 후대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난 79년 사망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도 끝나지 않은 마당에, 퇴임하는 김 대통령의 기념관을 건립하는 일은 졸속사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노벨평화상기념 도서관건립 바람직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도서관을 건립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다. 서울에서는 아태평화재단 건물을 연세대에서 기증받아 김대중도서관으로 만든다는 소식도 있다. 굳이 생존해 있는 당사자의 정치적 부담도 줄이고 순수한 민간모금 방식을 통해 대통령도서관을 고향에 만드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목포지역의 한 인사는 또 도서관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후대에 알리는 측면에서 오히려 더 내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지역의 관광명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정희 기념관 건립문제로 시끄럽자, 한 전직 대통령은 자신의 고향에 사비를 들여 기념관을 건립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생존해 있는 당사자가 돈을 들여 기념관을 세울 경우 역사의 교훈이 되기보다는 자화자찬 홍보관이 될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었다.

바로 이런 점에서 김대중 대통령 기념관 건립문제는 신중하고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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