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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수사유보 방침을 밝히고 있는 국민수 대검 공보관.
검찰의 수사유보 방침을 밝히고 있는 국민수 대검 공보관.
국민수 대검공보관은 3일 저녁 7시 경 대검 기자실에 내려와 <'현대상선 4,000억원 대출 의혹 관련' 수사여부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제시하면서 "현재 정치권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므로, 검찰 수사를 유보하고 국회의 논의를 우선하는 것이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가의 장래이익을 위해 타당하다"며 검찰의 수사유보 방침을 전달했다.

검찰은 이 발표문에서 "지난 달 30일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대출금 중 일부(2천2백35억원)가 남북협력사업에 쓰여진 사실이 확인되었다"며 "국민들 사이에는 위 대출금 사용처에 대한 더욱 상세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는 사법처리를 전제로 한 절차이고, 특히 이 사건 사법처리는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등 국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라며 "남북 경제협력사업은 평화통일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먼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이 순서"라고 수사유보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앞서 김각영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전국의 검사장급 간부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어 오후에는 유창종 서울지검장과 박영수 서울지검 2차장 검사, 이인규 서울지검 9부장 검사 등 서울지검 관계자들의 의사를 전달받았다.

김 총장은 그 뒤 심상영 법무부 장관을 방문해 수사유보 방침을 보고하면서 이 때 발표문안 검토 등의 최종 과정을 거쳤다. 유창종 검사장 등 서울지검 수사관계자들은 설 연휴인 지난 2일에도 출근해 수사문제에 대한 의견조율과 자료검토 작업을 벌였다.

검찰의 의견수렴과정에서 서울지검 수사실무진은 "감사원의 감사결과만으로는 미진한 게 많다"며 "수사를 벌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차피 기소하기도 어려운 '통치행위'에 대해 수사를 벌여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정치권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순서"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검찰의 수사유보 결정은 이미 예상된 것이었다. 서울지검의 한 고위관계자는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가 나온 지난 30일 오후 "의혹의 핵심인 대북지원 사실이 밝혀졌는데, 수사를 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되면 외환관리법 위반 같은 것으로 수사를 해야 하는데 그건 본류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검찰은 '통치행위'의 범위 등에 대한 검토를 진행한 바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사법처리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밝힌 데 이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진상을 밝혀야 한다"면서도 "그 판단주체는 국회가 좋겠다"는 의견을 낸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지난 3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이 북한 방문을 위한 출국금지 해제를 요청해 이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유보를 결정함에 따라 정 의장 등에 대한 출금조치가 해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음은 국민수 대검 공보관과의 일문일답.

-국회에서 수사를 하라면 하겠다는 것인가.
"문맥 그대로 이해해달라."

-출금조치를 해제할 것인가.
"차차 판단하자."

-국정조사를 염두에 둔 건가.
"국회에서 판단할 문제다."

-발표를 내일 하려다 오늘로 당긴 이유는.
"국민적 의혹이 있는 사건이니 만큼 빨리 검찰의 입장을 밝히는 게 좋다는 생각이었다."

-발표문에서 이번 현대상선의 지원을 남북협력사업의 일환이라고 규정한 것은 어떤 근거인가.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른 것이다."

다음은 검찰이 밝힌 보도자료 전문.

'현대상선 4000억원 대출 의혹 관련' 수사여부에 대한 검찰의 입장

검찰은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 받은 4000억원 중 일부가 대북지원에 사용되었다는 의혹이 발생하고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연대'와 '자유시민연대'가 현대상선 및 산업은행 관계자를 고발함에 따라, 2002년 10월 15일부터 수사에 착수하여 고발인 조사를 마치고 정몽헌 회장 등 모두 17명에 대하여 출국금지조치를 취한 바 있습니다.

한편, 지난달 30일 감사원은 감사결과 발표를 통해 "위 대출금 중 2235억원은 대북관련 사업자금으로, 나머지 1765억원은 기업자금으로 각 사용되었다"고 밝히는 등 위 대출금 중 일부가 남북협력사업에 쓰여진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런데 국민들 사이에는 위 대출금 사용처에 대한 더욱 상세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러나 검찰수사는 사법처리를 전제로 한 절차이고, 특히 이 사건의 사법처리는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등 국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에 있습니다.

더욱이, 남북경제협력사업은 우리 헌법이 지향하고 있는 평화통일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먼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검찰은 오늘 대검찰청 간부회의를 개최하고 전국 검사장들은 물론 서울지검 수사팀의 의견까지 청취한 결과, 현재 정치권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이 진행중이므로, 검찰수사를 유보하고 국회의 논의를 우선하는 것이 앞으로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가의 장래 이익을 위하여 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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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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