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5일 오전 10시경, 용두동 철거민들과 대전지역철거민공동대책위원회(이하 철거민공대위) 소속 회원들이 노무현 당선자의 국정토론회장으로 향하다 도로 한복판에서 경찰에 감금, 강제 연행 당한 사건이 벌어져 시민사회단체가 항의에 나섰다.

▲ 불법연행과 감금을 항의하는 지역 시민단체 항의 방문단
ⓒ 박현주
용두동 주민들은 노무현 후보와 인수위원회가 개최하는 대전충남북 국정토론회장에 가기 위해 새벽밥 지어먹고 일찍부터 비닐 움막(중구청 앞 노상)을 나섰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의 문제점과 현재 상황에 대한 해결을 요청하기 위한 서한문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용두동 주민들은 토론회장 문 앞에도 못 가보고 도로 중구청앞 비닐움막으로 돌아 와야했다.

오전 9시에 주민 12명이 봉고차에 옹기종기 타고 토론회장소인 '과학재단'으로 향했으나, 엑스포 4거리에서 경찰차로 추정되는 흰색 차량이 앞을 가로막았다. 차를 세우자 경찰버스가 양옆과 뒤를 막아섰다.

경찰은 이내 봉고차를 운전하던 주민을 끌어내렸고, 차는 나머지 주민들을 태운 채 엑스포남문 주차장에 섰다. 그리고 경찰에 에워싸여 옴쭉달싹 못하게 된 것. 이동을 막은 것에 대해 주민들이 항의하자, 경찰은 국민대토론회장에 일부를 들여 보내주겠다며, 주민 2명을 경찰차에 태웠다. 그러나 주민 이옥희씨와 박상순씨를 실은 경찰차는 토론회장이 아닌 대덕터널쪽을 지나 전민동쪽으로 차를 몰아 1시간 30분가량 배회했다.

이옥희씨는 울분에 찬 목소리로 증언했다.
▲ 경찰의 불법연행 당시상황을 증언하고 있는 이옥희 씨
ⓒ 박현주
"똑같은 터널을 세 번이나 지났어요. 그래서 토론회장으로 가는 것이 아닌 줄 알았지요. 내려달라고 했지만, 소용없었어요.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중에 몰래 내렸지요. 그런데 다시 강제로 태우더니 중구청 앞에 내려주더군요."

한편 토론회장소 앞에는 1인 시위를 준비하던 철거민공대위 소속 회원들이 경찰에게 피켓을 빼앗기고 강제로 팔다리가 들려서 연행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부경찰서로 연행된 이들중 일부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조서작성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대전경실련과 대전충남 녹색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대표 5명이 공권력 남용을 비판하며 경찰서장 면담을 요구하였다.

벧엘의집 원용철 목사는 "국민의 소리를 들으러왔던 노무현 당선자에게 가는 길조차 막은 것은 정당한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며, 이 와중에 경찰이 불법감금과 납치에 버금가는 행위를 버젓이 했다"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 노숙 200여일째를 알리고 있는 대전 중구청앞 노숙 현장앞 상황 판
ⓒ 박현주
이에 대해 경찰 측은 "시위하러 가는 차량임을 알고도 그냥 놔둘 수 없었다"며 인수위원회에 이들의 요구사항이 담긴 문건을 대신 전해주겠다고 했으나 주민 측에서 거부했다"고 해명했다. 또 "여러 명이 몰려 있었기 때문에 1인시위 라고 볼 수 없어 불법집회로 간주하고 모두 연행했다"고 해명했다.

김동중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이번 일은 권위적인 공권력 남용의 전형으로 의사표현과 1인시위조차 막고, 불법감금과 연행, 납치까지 서슴치 않은 사건"이라며 "철거민들에게 또 다시 상처를 주었다"고 말했다.

용두동 주민들이 도로변에서 꼼짝달싹 못하는 동안, 토론회장안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추천받고 허가받은 인사 250명이 앉아 있었다. 그러나 푸른 휘장에 쓰여있는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글귀가 무색할 정도로 힘없고 가난한 국민의 목소리는 여전히 막혀있음을 볼 수 있다.

서민과 함께 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민심을 들으러 대전에 오던 날, 용두동 철거민은 노 당선자에게 말 한마디 전하지 못하고 203일째 노숙을 맞고 있었다.

▲ 용두동 철거민 주민들은 뜨거운 물을 플라스틱통에 넣어 품에 품고 잔다. 주민들을 이것을 난방도구로 사용하면서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있다.
ⓒ 박현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