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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폐기장 백지화와 핵발전정책 추방을 위한 반핵국민행동
핵폐기장 백지화와 핵발전정책 추방을 위한 반핵국민행동 ⓒ 임정희
지방자치 확산으로 지자체가 반핵투쟁에 앞장

지난 2월 6일, 대학로의 마로니에 공원에서 "핵폐기장 백지화·핵발전 추방 반핵국민행동"(이하 반핵국민행동)의 출범식이 있었다.

울진에서 올라온 전 울진사회정책연구소장이자 현 울진핵폐기장반대투쟁위원회 집행위원장인 황윤길씨를 마로니에 공원에서 만났다. 지역 분위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분위기 아주 좋다. 투쟁 열기가 아주 높다. 정부가 마지막까지 했던 약속을 깬 터라,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입장이다. 울진군청에서도 군청 앞마당에 직접 농성장을 차려 주고 전기, 난로 등을 다 대주었다'라고 답했다.

(지난 94년 과학기술부가 핵폐기장을 울진에 설치하지 않기로 약속한 바 있고, 지난 99년에는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가 4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는 대신 핵폐기장을 비롯한 핵 관련 시설을 더 이상 들여오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그러나 지난 달, 한국수력원자력(주)(이하 한수원)의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 추진 내부문건이 공개되어 파문이 인 바 있고, 주민들이 상경투쟁 및 인수위 면담 등을 가지기도 했다.)

영광은 기존 범군민대책기구를 군수와 군의회를 포함한 범 군민대책위로 전환할 예정이며, 광주는 지자체장 및 의원들의 핵폐기장 반대 선언을 조직 중이다. 핵폐기장 부지로 예견되었던 완도의 경우, 오히려 군수와 군의회 쪽이 앞장서서 결사반대를 외치는 형국이었다.

이처럼 반핵운동이 지역의 지방자치에 뿌리를 내리고, 지자체가 반핵운동에 동력을 제공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정치 환경의 변화하면서 중앙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반핵운동가 출신이 자치단체장이나 의회에 진출하면서, 지역 정치인들이 반핵 여론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 된 이유도 있다.


전국적인 연대의 가능성, 지역 고립을 넘어

반핵국민행동 발족식 후 거리 행진
반핵국민행동 발족식 후 거리 행진 ⓒ 임정희
이번 출범식에는 눈길을 끄는 발언이 있었다. 핵폐기장 후보지에서 제외된 완도와 진도에서 계속 연대 투쟁에 결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내 지역만은 안 된다'라는 지역이기주의가 반핵운동을 매도하는 데 부당하게 쓰인 개념이기는 했지만, 지역 출신으로 전국적인 반핵 운동을 지속한 인물이나 단체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진도와 완도가 '내 지역뿐 아니라 이 나라 어디에도 안 된다'는 연대의 뜻을 밝힌 것은 남한 반핵운동이 한 단계 성숙한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증거라고 판단된다. 반핵국민행동의 집행위원인 황성원씨는 '감동적이며, 앞으로도 큰 힘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핵폐기장 후보지로 발표된 영광, 고창, 울진, 영덕 지역의 성격은 양분된다. 영덕과 고창은 일상적으로 핵문제를 고민하지 못했던 지역이며(특히 전혀 후보지로 예견되지 않았던 영덕은, 정부가 뒤통수를 후려친 격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광과 울진은 오랜 기간 핵문제로 투쟁을 진행해 온 지역이다.

이들이 공동으로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으며, 산자부와 한수원은 이같은 지역간의 분열을 노리고 '약한 고리'를 최종 부지로 선정하는 전략을 계획한 것이라는 판단도 가능하다. 지역 반대가 가장 약한 곳을 중점적으로 가려내겠다는 포석이 복수 후보지 지정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각 지역의 투쟁이 불균형할 수 있는 여건을 단일한 흐름으로 만들어내는 데에는, 완도와 진도처럼 후보지에서는 제외되었으나 공동으로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지역의 결합이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정부도 이러한 전국적 연대에 도움을 준 셈이다. 80년대 후반부터, 지역적 저항이 약하고 정치적 발언권이 적은 지역을 익은 고구마 찌르듯 계속 찔러보고 다녔기 때문에, '지금 후보지가 안 되었다고 해서, 언제 또 들이닥쳐서 핵폐기장을 짓겠다고 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즉각적인 대책위원회의 결성

2월 4일에 핵폐기장 후보지 발표가 나자, 즉각적으로 반대 기자회견과 퍼포먼스, 반핵국민행동 결성이 이루어졌다. 현재 반핵국민행동에는 총 42개 지역, 시민단체가 결합되어 있다. 이들은 2월 동안 대대적인 반핵 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가 후보지로 발표된 영덕의 경우에도 지역의 시민단체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반대위원회를 결성했고 6일 반핵국민행동 출범식에도 상경하여 결합할 수 있었다. '지역자치' 분야 시민단체가 1990년만 해도 13개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말까지 150여 개로 늘어난 풀뿌리 지역자치의 확산이 그 배경에 있다. ("시민의 신문" 자료)

반핵운동을 지속적이고 중점적인 사업으로 놓는 환경단체 출현

1999년에 설립된 '청년환경센터'(http://eco-center.org)는 반핵을 끊임없는 활동 속에 녹여내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녹색연합이나 환경운동연합처럼 큰 단체와 함께 남한의 반핵운동을 이끌어가는 주축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이 단체는 한국반핵운동연대의 간사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은 "대중에게 일상에서 핵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핵의 위험성이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곳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음을 알려낼 수 있도록, 핵자본이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대중적인 반핵캠페인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 단체의 회원 모임과 대학생회는 젊은 반핵활동가를 공급하는 저장고 역할을 하며, 핵문제를 좀더 심도 있게 고민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환경단체는 대안 없이 반대만 하고 있고, 지역주민들은 지역이기주의에만 빠져있다는 독자의견을 쓰시는 분들, 다음의 몇 가지 사실은 주지하신 후에 글을 쓰시기 바랍니다. 아래의 내용은 주장이 아닌 '사실'입니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란 관변단체가 있습니다. 이 재단에서 하는 일은 1년에 공식적으로만 100억원 이상 쓰면서 대국민 핵발전 홍보를 하는 것입니다. 이 돈은 물론 우리가 내는 세금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우리가 내는 돈으로 우리를 세뇌하는 일에 동원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돈은 태양광, 풍력, 조력 등의 대안에너지 개발 비용을 훨씬 넘습니다. 핵발전 홍보비가 대안에너지 연구비 자체보다 많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대안에너지는 불가능'이란 말만 정부는 수십년째 반복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대안에너지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없다고 하면서,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핵발전은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에는 '지금 과학기술을 불신하는 건가!'라는 호통을 치지요.)

핵발전은 경제적이지 않습니다. 또한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 나라에서는 또한 핵발전의 원료인 우라늄도 전량 수입하고 있습니다. 우라늄 역시 50년이면 고갈되는 자원입니다. 재처리한다 해도 100년이 한계입니다. (게다가 재처리 기술은 이미 실패한 사업입니다.) 핵발전을 이대로 계속한다 해도 50년 후에는 어쩔 셈이지요? 

핵폐기물은 방사능을 띠고 있으며, 이 방사능은 맛도 없고 색깔도 없고 냄새도 없지만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들을 죽이는 무서운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핵폐기물 중의 한 물질인 플루토늄 239는 1그램이 무려 18억 명의 사람들에게 건강상의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독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독성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2만4천년이란 시간이 걸립니다. 지금 좁쌀만한 크기의 플루토늄은 2만4천년 후에는 9억 명의 사람들에게 여전히 위험하고, 4만8천년 후에도 4억5천만 명의 사람들에게 여전히 위험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만일 구석기 시대의 사람들이 핵을 사용했다면, 우리는 여전히 방사능 피폭의 위험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신라는 천년 왕국이었지요. 조선은 500년 왕조였습니다. 전세계 역사상 보기 드물게 안정적으로 오래 지속된 체제였습니다. 지금껏 인류에게는 만년 단위의 체제조차 없었습니다. 인류의 경험을 초월하는 천문학적 시간단위 동안 감시가 필요한 물질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습니까? 수십만년의 안정성을 보장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전세계 어디에서도 고준위 핵폐기물의 처리장은 건설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 핵폐기장 건설은 시급하지도 않습니다. 그간 핵쓰레기의 부피를 줄이는 기술이 개발되었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 핵폐기장 건설을 서두르는 것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핵발전소의 가동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건물에 태양광발전기만 달아도 전력 소비의 30%가 충당 가능하고, 고효율 전기 기기 사용만으로 핵발전소 추가 건설이 불필요하다는 타당성 있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또한 핵발전소에 거대 자본을 투자하는 것보다 그 자본을 에너지 효율성 향상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입니다. 현재 우리 나라의 일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GNP 3배인 일본, 독일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수준보다 3배나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독일은 대안에너지 비율을 2030년 30%, 2050년에는 60%로 잡고 있습니다. 탈핵 시대, 결코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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