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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희열
이번 사건은 지난해 4월 A양으로부터 이 학교 박 모 교감의 성추행 사실을 듣게 된 허성혜양이 이 사실과 함께 강제자율학습, 에어컨비와 청소용역비 강제징수 등 학교 불만사항을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린 것에 대해 교감이 허양을 검찰에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사건을 접수한 서울 북부지청 담당검사는 "사안이 비교적 경미하고 그 동기에 있어 참작할 바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기소유예 처리했다.

그러나 학교측은 2학기에 들어와 허양을 징계하기 위한 선도위원회를 열어 마침내 지난해 12월 26일 '학교와 교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허양을 퇴학처분했다. 이에 용화여고 총학생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교조 등 관련 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용화여고 학생 부당징계 철회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8일 낮 서울 상계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학생과 교사 등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허성혜학생 살리기위한 제1차범시민행동의날행사'를 열고 허양에 대한 부당징계 철회와 박 교감의 사죄를 강력히 촉구했다.

8일 오후 서울 상계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열린 범대위 집회에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100여명의 교사와 학생들이 참여했다
8일 오후 서울 상계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열린 범대위 집회에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100여명의 교사와 학생들이 참여했다 ⓒ 석희열
이날 집회에서 교사들은 "학생을 버린 학교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라고 개탄하고 "학교에서 내몰려 방황하고 있을 성혜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며 "제자를 고소한 것도 모자라 퇴학까지 시키더니 이제는 교사들까지 명예훼손죄로 경찰에 고소하는가"라고 박 교감을 비난했다.

용화여고 총학생회장 안나영양은 "학교의 잘못을 시정하고자 또 친구의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올린 글 몇 장으로 이리도 잔혹하게 학생을 학교에서 내쫓을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교감선생님의 명예가 중요하다면 18살 여고생의 장래도 그것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이번 사태가 빨리 해결되어 성혜가 학교로 다시 돌아와 같이 공부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2학년에 재학중인 유한나양은 "사소한 문제로 학생을 퇴학처분한 학교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학교가 학생을 버리는 것은 부모가 자식을 내쫓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비난하고 "제자들에 대한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선생님들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며 학교측이 전교조 소속 교사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한 것에 대해서도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서 범대위측이 내놓은 선전물을 학생들이 유심히 읽어보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 범대위측이 내놓은 선전물을 학생들이 유심히 읽어보고 있다 ⓒ 석희열
이 학교 7회 졸업생 임혜영씨는 "학생이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보살펴야 함에도 교감선생님이 직접 제자를 고소하고 선도위를 열어 퇴학처분을 내린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게다가 전교조 선생님들까지 고소한 것은 교사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며 징계철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졸업생들의 단체행동 등 이번 사태에 적극 개입할 뜻을 밝혔다.

한편 허성혜양은 '퇴학처분효력정지가처분' 소송에서 지난달 30일 법원으로부터 퇴학처분무효확인 소송의 판결 확정시까지 용화여고 학생으로서의 지위에 있음을 정한다는 주문을 받아냈다. 하지만 학교측에서는 자신들이 내린 퇴학처분에 대해 어떠한 태도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부당징계철회특별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학교 송관의 교사는 "이번 일련의 사태는 학교가 더 이상 학교의 기능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라며 "학교측은 이번 사건에 전교조 개입설을 운운하며 배후설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삼자 대면 등 관련자들의 대면을 통해 진실을 명백히 밝히자"고 학교측에 제안했다.

송 교사는 이어 "학생인권과 교사의 인권을 유린하면서까지 모든 것을 장악하려는 교감의 직권남용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맞고소 등 법적 대응과 함께 교감의 부도덕성을 낱낱히 알려내면서 전교조 차원의 퇴진운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용화여고 재학생들과 교사들이 학교 정문 앞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다
용화여고 재학생들과 교사들이 학교 정문 앞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다 ⓒ 석희열
용화여고 동창회장 조숙현 변호사는 "학교의 한 구성원인 학생이 학교발전을 위하여 학교에 대한 비판을 한 것이 무슨 잘못이며, 퇴학당한 딸을 구제하고자 노력한 부모가, 퇴학당한 제자를 위한 구명운동을 했을 뿐인 선생님들이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교감선생님의 행동이 학생을 지도함에 있어 부적절했다면 비판받을 수 있으며 이는 교감선생님 개인의 명예보다 중요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조 변호사는 아울러 "졸업생들이 뭔가 학교측에 행동을 보여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면서 "재학생들이나 학교 선생님들보다는 상대적으로 행동이 자유로울 수 있는 졸업생들이 의견을 모은다면 그 어떤 것보다 학교측에 큰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용화여고 졸업생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했다.

안나영 용화여고 총학생회장
안나영 용화여고 총학생회장 ⓒ 석희열
용화여고 총학생회장 안나영양도 "아직 총학생회 새 집행부의 구성과 정비가 완전히 끝난 상태가 아니다"면서 "총학생회의 정비가 완전히 마무리되는 3월쯤이면 부당징계 철회를 총학생회의 중점사업으로 채택하여 여기에 학생회의 역량과 동력을 총 집중하여 학교측을 압박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0일부터 개학이 시작되면서 허성혜양도 이날 수업시간에 맞춰 등교할 것으로 보여 학교측이 허양의 학교 출입을 방해하거나 막을 경우 학생들과 학교측의 물리적 충돌도 예상된다.

덧붙이는 글 | 허성혜 살리기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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