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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올라가는 초등학생과 그의 친구. 어머니와 함께 참석하였다
6학년 올라가는 초등학생과 그의 친구. 어머니와 함께 참석하였다 ⓒ 장우식
이 맑은 어린이들한테는 이런 세상 물려주기가 너무 싫다.

청소년 공부방 느티나무 배움터에서 공부하는 청소년들.예비대학생들도 있고 고등학생들도 있다.
청소년 공부방 느티나무 배움터에서 공부하는 청소년들.예비대학생들도 있고 고등학생들도 있다. ⓒ 장우식
머지않아 이 사회를 이끌어나갈 주인공들에게 건투를 빌어본다.

이번 추모순례 최고령자 여러분들이다.
이번 추모순례 최고령자 여러분들이다. ⓒ 장우식
부모님의 마음으로 이번 추모순례에 선뜻 나서주신 우리네 아버지, 할아버지 분들이시다.

자, 그럼 이제 떠나볼까?
8시 30분에 대구를 출발했다. 서울로 가는 차 안에서 많은 것들을 했다. 미군범죄에 대한 퀴즈를 풀기도 하고, 미선이 효순이에게 할 말들을 적어서 학을 접기도 하였다.

필자가 생전 처음 접어본 학.
필자가 생전 처음 접어본 학. ⓒ 장우식
'우리모두 지치지 말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요' 라고 적었다.

드디어 동두천 도착. 미선이 효순이를 죽인 미군들에게 무죄평결이 내려진 바로 그 '캠프 케이시' 이다. 이 부대는 미 2사단의 전투부대이다.

캠프케이시 정문 앞의 표식.
캠프케이시 정문 앞의 표식. ⓒ 장우식
캠프 케이시 정문앞의 상점 풍경들.
캠프 케이시 정문앞의 상점 풍경들. ⓒ 장우식
미국 어느 중소도시 한복판에 와있는 느낌.
영어 간판들이 아주 낯설다. 대부분 주말에 미군들이 나오면 그 미군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여서 먹고사는 상인들이라 우리 같은 사람들이 오면 경찰이 진을 치고 장사가 안되기 때문에 거부감을 나타낸다.

실제로 상인하나가 트럭을 타고 가면서 "우리도 좀 먹고살자!" 라고 외치고 지나가기도 했다.

거기서 우리는 동두천 시민단체 관계자 분으로부터 많은 말씀을 들었다. 원래 동두천 시가지가 있는 곳에 미군의 공여지로 묶이고, 다들 거기서 나와야 했다고 했다. 그리고 의정부, 동두천 지역에 전국 미군기지의 80%가 몰려 있어서 비단 미군에 의한 범죄뿐만이 아니고 환경문제를 거쳐서 공여지로 인한 사유재산권 침해의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했다.

그 관계자분 말씀으로는 동두천 땅값 기준으로 미군기지에 대한 임대료를 받아도 그 액수가 상당하다고 한다. 그렇게 임대료를 매겨서 점점 미군의 기득권을 좁혀나가는 방향으로 생각을 하고 계시다고 하셨다.

시민단체 관계자분으로 부터 설명을 듣고있는 순례 참석자들
시민단체 관계자분으로 부터 설명을 듣고있는 순례 참석자들 ⓒ 장우식
캠프케이시 정문앞.
캠프케이시 정문앞. ⓒ 장우식
최근 불거진 전쟁위기 때문에 미군들이 준 전시체제로 돌입, 군장을 하고 근무를 서고 있다고 한다.

캠프케이시 정문 옆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가게.
캠프케이시 정문 옆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가게. ⓒ 장우식
이 주변의 상점들은 생업의 문제 때문에 시민단체의 일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한다. 그렇게 캠프케이시를 뒤로 한 채 우리는 미선이네 집과 사고현장을 둘러보기 위하여 이동했다.

이동하는 길에 도저히 수도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집들이 많이 보였다. 사람 냄새가 묻어나는 집이 아니라 흉가로 변해버린 집들도 심심치않게 눈에 띄었다.

미선이 효순이 집이 있는 효촌리로 가는 길에 발견된 집들.
미선이 효순이 집이 있는 효촌리로 가는 길에 발견된 집들. ⓒ 장우식
바로 뒤로 산소들이 있어 장마철에 붕괴될 위험성도 보이고 집들도 상당히 노후되어 있다. 이 부근은 미군의 공여지로 선정이 되어있어서 가옥의 개축이 허가되지 않는다고 한다.

사고현장 부근에 달려있는 현수막.
사고현장 부근에 달려있는 현수막. ⓒ 장우식
때가 많이 묻어있는 현수막이 더욱더 필자를 슬프게 하였다. 과연 플래카드에 저렇게 때가 꼬질꼬질하게 붙는 시간동안 우리는 과연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보게 하였다.

미선이 집으로 가는 길에서 발견되었다.
미선이 집으로 가는 길에서 발견되었다. ⓒ 장우식
95년에 생활개선 시범마을로 선정된 것이 무색하게 바로 이 부근에서 장갑차가 지나가서 피해를 입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나 역설적으로 가슴이 와 닿는다.

추모순례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건네는 미선이 아버지.
추모순례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건네는 미선이 아버지. ⓒ 장우식
웃고 계신 얼굴 때문에 필자는 더욱 슬퍼질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대성통곡을 하면서 '우리 미선이 좀 살려달라'고 애원하면서 '너희들이 미선이한테 뭘 해줬냐'구 따지면 오히려 마음 편할 것 같은데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으셨다. 그 모습이 더 애처로워 보여서 여러분이 눈물을 흘리셨다.

미선이의 집.
미선이의 집. ⓒ 장우식
저 집 한 켠에 미선이의 방도 있겠지. 기획단장님의 말로는 미선이 집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으나 그 뒤에 벌어질 울음바다가 걱정이 되어서, 그렇게 되면 미선이 아버지께서도 마음이 편치 않을 거라 판단이 되어 집 밖에서 인사만 드리고 물러났다.

미선이 집을 나서는 추모순례 참가자들.
미선이 집을 나서는 추모순례 참가자들. ⓒ 장우식
다들 속으로는 울고 있을 것 같다. 내딛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워 보인다.

사고현장 바로 앞에 있는 미선이 효순이 추모비이다.
사고현장 바로 앞에 있는 미선이 효순이 추모비이다. ⓒ 장우식
이 추모비는 미군의 돈으로 만들어졌다. 미군이 자기네의 자존심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성의를 보이겠다고 해서 이 추모비도 그렇게 세워졌다. 하지만 무죄평결이 남으로써 추모비가 의미가 없어졌다고 필자는 감히 말한다. 지금도 이 추모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시민단체들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한다.

효순이 미선이가 죽은 바로 그 사고현장이다.
효순이 미선이가 죽은 바로 그 사고현장이다. ⓒ 장우식
지금은 핏자국조차 남아있지 않다. 그동안 사진에서 보던 길보다 훨씬 좁았다. 사진을 찍을 때는 한쪽에 서서 건너편을 보고 찍기 때문에 다소 넓어 보이지만 실제로 보니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좁았다. 정말 장갑차 한 대 지나가면 옆으로 보행자들의 공간이 조금 생기는 정도의 길이다.

추모비 앞에 우리가 접은 학과 국화들을 놓았다
추모비 앞에 우리가 접은 학과 국화들을 놓았다 ⓒ 장우식
하지만 우리가 들고 올때는 너무 이뻤는데 막상 추모비 앞에 놓인 것을 보니
너무나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미선이 효순이를 고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직까지도 익숙치가 않다

그렇게 미선이 효순이를 뒤로한 체 우리는 미 2사단 본부로 향했다. 필자는 가지고 간 건전지를 다 써버려서 여기서부터는 사진을 찍지 못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진심으로 바란다. 앞서 본 캠프 케이시가 전투부대라면 여기는 행정업무를 맡아 하는 곳이라 한다. 이곳에서 우리는 정리집회를 하였다.

몇 분이 나와서 오늘 순례를 한 느낌들을 말하고, 구호를 외치고 철조망으로 만들어진 담벼락에 국화를 꽂기로 예정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역시 그동안의 보도에서 봐 왔던 것처럼 경찰은 국화 꽂기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린 할 수 없이 국화를 인도에 서 있는 가로수에 기대어 놓고 왔다.

경찰은 끝내 그것을 찍으려는 민중의 소리 기자를 제지하고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떠나기도 전에 그것들을 치워 버렸다. 그렇게 우리의 순례는 끝을 맺었다. 대구로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공기는 좋은데 가슴은 왜 그렇게 답답해져 오기만 하는 것인지….

출발하는 버스 안에서 필자는 이렇게 인사말을 건넸다.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과 이 디지털 카메라에 보고 듣고 느낀것 꽉꽉 채우겠습니다" 라고 말을 했지만 돌아와서 보니 왠지 모를 답답함만 가슴속에 가득 채워온 것 같다.

우리가 미선이 효순이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한 책임감일까.

사고현장 옆에 걸린 현수막.
사고현장 옆에 걸린 현수막. ⓒ 장우식
정말 SOFA 가 허울뿐인 개선이 아닌 전면개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소파개정이 이루어지는 그날, 우리는 이곳 효촌리를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미선아, 효순아 다시는 너희들과 같은 억울한 죽음이 생기지 않을거야. 지켜봐 줄 수 있지?

* 본 기사에 실린 사진은 날짜 설정이 잘못나온 것입니다. 사진은 최근에 찍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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