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인터넷 게시판의 실명제 전환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방의 중소도시에서 민간주축의 비실명 토론전문사이트가 생겨 시정견제와 지역현안에 대한 뜨거운 토론이 진행되고 있어 비실명게시판의 발전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화제의 사이트는 <핫소리넷(www.hotsori.net)>으로 충청북도 제천시와 단양군의 현안에 대한 토론을 펼칠 수 있는 전문 토론사이트. 비실명의 역기능으로 대두되고 있는 비방과 욕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으며 대안제시의 기능도 하고 있어 네티즌의 자정노력을 이끌어 내고 있는 모델이 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핫소리넷>은 지난 3일 정식 운영에 들어갔으며 시민 누구나 인증절차 없이 의견을 게재할 수 있다. 13일 현재 총 게시물은 90건이 등록됐고 총 조회수는 2천여 건에 달해 인구 22만의 인근 충주시청(www.chungju.chungbuk.kr) 자유게시판의 이용 현황과 거의 맞먹었다. 또한, 비실명 게시판의 역기능인 비방, 욕설은 찾아 볼 수 없어 비실명게시판에서의 네티즌들의 자정노력에 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핫소리넷>은 지역의 현안문제에 대하여 충분한 토론의 장을 거친 결과물을 제천시청 홈페이지(www.okjc.net)의 ‘시장에게 바란다’에 게재하는 등 적극적인 대안제시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박달재를 불륜의 코스로’라는 다소 이상한 제목의 논평은 “관광개발에 있어 하드웨어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관광개발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날카롭게 꼬집어 시민들의 좋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현역시장의 공약사항에 대한 뜨거운 토론이 진행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는 작은 도시에서 순수민간인이 운영하는 전문토론사이트인 <핫소리넷>의 출현은 의견은 있으나 실명제의 문턱에 걸려 본인의 의사를 개진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고 토론을 거쳐 해당관청에 정식 건의하여 실명제만이 인터넷을 정화하고 진정한 민의를 청취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실례가 되고 있다.
하루에도 수차례 <핫소리넷>에 접속하며 의견을 게재하고 있는 시민 이모(33)씨는 “처음 비실명 게시판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 운영되는 흐름을 보니 건전해 보인다”며 “언론에서 취급되지 않는 내용들도 많아 지역을 바라보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시민이 주인임’을 밝힌 <핫소리넷> 운영자 김모(41)씨는 “대다수 시민들은 토론이나, 사회현안 문제에 있어 의견은 있으나 글로표현하기를 조심스러워 하고, 글의 뒷일을 걱정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못해 사장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유도하고자 사이트를 운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시민들의 여과되지 않은 생각과 글을 충분한 토론의 장을 거쳐, 결과물을 공인된 게시판에 등록함으로 건전성을 확보하여 비판과 대안이 함께하는 사이트가 되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순수 시민운동의 일환으로 ‘사이버포럼’으로의 발전여부를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정보통신부는 10일 정부 공공기관의 게시판을 통해 익명으로 이뤄지는 인신공격과 음해성 루머의 배포를 막기 위해 ‘게시판 실명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게시판 실명제는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게재할 경우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로 본인 확인을 거친 다음에 글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특정인을 공격하거나 미확인 시중 루머를 퍼뜨릴 경우 발신자의 신원확인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들었다.
또한 ,정통부는 “게시판 실명제는 인터넷상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에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수렴과정을 거쳐 실시여부와 시기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