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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종을 치며
종을 치며 ⓒ 김성철
16일, 일요 예배를 마치고 정도상 목사(50세)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매곡 교회로 향했다. 고흥에서 벌교방향으로 가다 보면 동강을 지나서 좌측에 매곡 교회가 있다.

매곡교회에 들어서자 어제(정월 대보름) 메주로 장을 담갔는지 구수한 장 냄새가 풍기는 가운데, 뒷마당에는 장독항아리 300여 개가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다.

뒷마당에 설치된 종을 치자 사모님이 나오셨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항아리 사진 좀 찍으려고 합니다"
"사진 찍으면 안됩니다"
"네, 사실은 목사님을 뵈러 왔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목사님이 나오셨다.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목사님과 인터뷰하려고 왔습니다"
"아! 저도 <오마이뉴스> 자주 봅니다. 인터뷰는 무슨 인터뷰입니까 그냥 들어오십시오"

정도상 목사 인터뷰 하기 전의 모습
정도상 목사 인터뷰 하기 전의 모습 ⓒ 김성철
응접실로 초대받아 정도성 목사와 3시간 가량 인터뷰를 했다

- 목사님 저기 바깥에 있는 장독항아리, 왜 사진을 못 찍게 합니까?
"(웃으시며) 전 번에 TV(모 방송국)를 보니까 우리 집 장독들을 찍어 가놓고 다른 사람들 이름으로 방영이 돼는 것을 보고 기분이 나빴어요"

- 명의를 도용 당했으니 물적 재산권 침해 아닙니까?"
"속은 상했지만 그냥 넘어가야지요."

- 요즈음 즐겨보는 책이 있습니까?
"(탁자 위에 놓인 책을 가리키며) 연탄길 1.2.3권을 사서 읽고 있습니다.

- 이 교회(매곡교회)는 언제 부임하셨습니까?
" 20여년 전에 부임했습니다."

- 현재 교인들의 수는?
"120여명 가량 됩니다"

- 예전에는 민중목사(농민운동가)로 유명해졌다가 요즈음에는 된장목사로 더 유명해진 것 같습니다?
"저가 민중을 위해 한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민중가운데 오셔서 민중의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된장은 불쌍한 민중을 살리기 위한 구제책으로 시작했습니다."

- 농민들과 함께 정부를 상대로 투쟁한 사례들이 있지 않습니까?
"민중들과 함께 불의에 대항하다 보니, 피를 흘릴 때도 있었습니다."

- 재야활동을 하시게 된 계기라도 있습니까?
"저가 광주에서 신학교 1학년 다닐 때 5. 18을 겪었거든요. 그 참혹한 참상들을 다 목격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중신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광주에서 활동하는 재야인사들과 자주 접할 기회가 많았고..."

- 민중신학을 하셨다면 안병무 교수, 돌아가신 문익환 목사님의 영향을 많이 받으셨겠습니다.
"예"

- 이 곳은(매곡교회) 고흥지역 농민회 전교조 창립대회를 갖은 역사적인 장소가 아닙니까?
"예, 처음 창립할 때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수배 당한 교사들이 숨어 지내다 보니 경찰들이 검거하려고 진입 할 때는 교회 문을 잠그고 필사적으로 저지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여려 차례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 지난 92년도 '미국쌀 수입저지와 쌀값 보장 및 전량수매를 위한 농민대회' 시위현장에 농민운동가로 참여했다가 경찰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한 사실이 있지 않습니까?
" 예, 당시 뇌를 다쳐 고흥제일병원에서 한달 보름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퇴원해서 설교하다가도 몇 차례 실신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장이 담긴 항아리
장이 담긴 항아리 ⓒ 김성철
- 면사무소 앞에다가 농민들이 벼 가마니로 야적 시위를 하는데 면사무소 직원이 그 벼를 불태워버린 사건이 있었죠?
" 벼 200가마니 불태웠는데 그 때 저가 농민대표로 참여해서 전량 보상을 받아 냈습니다"

- 이번 정부에서 올해 벼 수매가를 하락발표 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농민들은 다 죽으라는 거지(한숨), 벼 수매가를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책정하지 말고 누구보다도 농민을 잘 알고 이해하는 대표자가 나서서 수매가를 책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 농민들이 농촌을 버리고 떠나는데 다시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 수 없습니까?
"문민정부 때 농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보조금을 풀었습니까. 결과는 나아진 것 없습니다. 지금 농촌은 공동화에서 황폐화로 이여 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탁상행정에 의한 근시안적인 대책보다는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농정을 펼쳐야 합니다. 농산물 매매 가격을 바로잡아, 농민들이 제 값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 농민들 스스로 농촌에서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은?
" 저가 10여 년 전에 인근 5일 시장에 나가 봤어요. 콩을 팔러 가면 여러 상인들이 담합을 하여 '후려치기'를 해요. 울며 겨자 먹기로 헐값에 팔아야만 합니다. 그걸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콩이라도 제 값을 받아야겠다 싶어, 전통메주 된장 등을 판매하면 부가가치가 높을 것으로 보고 시작했습니다."

- 농민들 소득 향상에 기여합니까?
" 전국에서 최초로 '에덴식품'이라는 상표를 붙여 전통식품을 제조해 판매를 했고, <6시 내고향> TV프로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니까 요즈음에는 농한기에도 일손이 딸리는 실정입니다."

- 장 된장을 맛있게 담그는 비결이라도?
"우선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좋은 콩을 골라야 합니다. 기후가 맞고 토질이 좋은 곳에서 생산된 콩 이여야 껍질이 얇으면서 속이 찰기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메주를 발효시켜서, 지금 이 시기에 장을 담가야지 짜지도 않고 벌레가 없습니다."

- 여기서 판매된 이익금은 어떻게 합니까?
"판매 이익금을 농민들에게 환원하기 위해 88년 '에덴 한마음 공동체'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조합원 출자금에 대한 배당금을 2,3년 간격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 구제 복지사업에도 관심이 많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3년 전부터 복지회관을 운영하면서 무의탁 노인들을 모시고 있으며, 관내에 있는 독거 노인들에게 매일 도시락을 배달해 드립니다."

- 현재 복지회관에 몇 분 기거하고 계십니까?
"무의탁 노인 37명입니다"

- 도움이나 지원 받는 곳이 있습니까?
"면에서 부녀회원들이 자원봉사활동을 합니다만, 경제적인 지원은 없습니다. "

@IMG17@ 선물받은 간장
@IMG17@ 선물받은 간장 ⓒ 김성철
- 복지회관을 운영하면서 행정당국에 건의 또는 개선할 사항은 없습니까?
"글쎄요, 정부가 100% 지원하는 복지단체는 실질적으로 생활보호 대상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데, 서류로 심사하다보니 오갈 데가 없어 여기까지 찾아옵니다. 이를 보면 안타깝습니다.

- 음성 '꽃동네'가 각종 비리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 알고 계십니까?
"<오마이뉴스>를 통해 알고 있습니다. '꽃동네'는 정부에서 지원해주고 일반 독지가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운영합니다. 그 곳에서 펼치는 수익사업은 법에 명시되어 별 문제가 없습니다 만, 부동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이전하는 것은 성직자로써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봅니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먹고 마시고 호흡하는 것을 천하게 여기지 말고 귀하게 여기는 운동을 펼치고자 합니다."

- 마지막으로 노 당선자에게 부탁하실 말씀이 있다면?
"지역. 계층 간에 갈등을 해소하고, 언론을 바로 세워 주십시오."

인터뷰를 마치고 메주를 발효시키는 건조장에 들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사모님이 간장 한 통을 건네면서 "김에 찍어 드시면 맛있습니다" 라며 밝은 미소를 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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