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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노조의 소명기회도 없이 회사의 가처분을 허락했다.
법원은 노조의 소명기회도 없이 회사의 가처분을 허락했다. ⓒ 이국언
목포지원은 가처분 결정문에서 ▲회사의 동의나 승낙 없는 노동조합 방송차량의 회사 출입금지 ▲근무시간 중 확성기를 사용하거나 근무시간 전 출입도로를 막는 등의 출근 방해금지 ▲회사의 동의나 승낙 없이 근무시간 외에 확성기를 사용하여 70㏈이상의 소음으로 업무나 휴식을 방해하지 말 것을 통보한 것이다.

목포지원은 아울러 이를 어길 때는 삼호중공업 노조는 1일 500만원씩, 노조지부장 심종섭 외 12명은 1일 각 30만원씩의 벌금을 부과했다.

또 다른 '신종 노동탄압'

삼호중공업 지회는 최근 무더기 산재신청으로 파문이 된 근골격계 질환과 지회 현안 문제로 그동안 회사 내에서 아침 선전전을 진행해 왔다. 조합원들은 노조차량 출입을 금지시키고 근무시간 외에 방송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예 노동조합 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조치는 손해배상·가압류와 맥을 같이하는 또 다른 신종 노동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방송차량 사용은 수년간 이뤄진 관행으로, 조합의 일상활동에 꼭 필요할 뿐 아니라 광활한 사업장에 흩어져 있는 조합원들에게 조합의 방침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효율성 측면에서도 방송차량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번 가처분은 통상적으로 실시하는 심문도 거치지 않은 채 속전속결로 결정, 법원이 오히려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를 앞장 서 도와주고 있다고 성토했다.

전국금속노조 법률원 김기덕 변호사는 "다른 것과는 달리 노동문제는 노조와 조합원의 주장이 다를 수 있어 정당성을 다투게 마련이다"며 "노조의 소명기회도 없이 가압류 소송과 같은 사건으로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번 가처분이 떨어지면 이의신청을 한다해도 오랜 기간을 통해서야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것.

"이런 가처분은 처음"

그는 "법원에서 쉽게 받아주는 경향도 문제"라고 말했다. 노조가 회사에 할 수 있는 방법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일상활동으로 방송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호소하는 것조차 업무방해로 본다면 노조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것.

삼호중공업 노조 사무실에 붙인 법원의 가처분 고시표
삼호중공업 노조 사무실에 붙인 법원의 가처분 고시표 ⓒ 이국언
삼호중공업 심종섭 지회장은 "한마디로 조합활동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라며 "현장을 옴짝 달싹하지 못하게 하는 의도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아침과 점심선전전을 하는 것이 노조 일상활동의 80∼90%이며 쟁의가 아니고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전부라는 것.

심 지회장은 "그동안 손배·가압류는 있었지만 이런 류의 가처분은 처음"이라며 "이번 조치는 사실상 조합활동을 금지시키는 가처분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한편 조합원들은 이번 가처분 신청이 최근 근골격계 문제로 난처한 상황에 놓인 사측이 이를 쟁점화 하려는 노조를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노조는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조합원이 훨씬 많다고 보고 현재 설문지조사와 함께 현장 역학조사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근골격계 문제를 노조의 현안문제를 푸는 협상카드로 생각해 오던 사측이 집단 산재신청으로 오히려 문제가 확산되자 뒤늦게 태도를 바꾼 것이라는 후문이다.

노조는 목포지원에 이의신청을 내는 한편 지난 17일부터는 목포지원 앞에서 가처분 중지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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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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