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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소
증권거래소 ⓒ 오마이뉴스 유창재
자본시장의 첨병임을 자임하는 한 나는 행복했었으나, 그 어려운 주가예측에 몰입하면서부터 시장의 잔인함으로 인해 불행했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던 것은 나를 믿고 찾아온 고객들의 자산이 속수무책으로 줄어들고 있을 때였다.

또한 나를 더욱 슬프게 했던 것은 그로 인해 고객들의 가정에 돌이키기 어려운 불행이 온 경우이거나 투자 실패로 인해 병을 얻은 어느 친구의 병실을 찾았을 때였다.

그럴 적마다 슬픔과 더불어 사기 도박판에 몸담고 있다는 자괴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국가가 법으로 정해 공개적으로 벌이는 사기도박판, 바로 그것이 우리 증권시장의 현주소와 다름 아니다.

흔히 게임의 룰의 첫째는 공평성이며, 그 둘째는 투명성이다. 이 두 가지가 담보될 때 비로소 페어플레이가 가능하다. 또한 페어플레이를 하고도 게임에서 졌다면 결과를 인정하고 상대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는 것이 진정한 용기이다.

증권시장 역시 머니게임의 현장이다. 그러나 우리 증권시장은 공평과 투명이라는 양대 원칙을 놓치고 있기에 위험하기 짝이 없고 무엇보다 개인투자가에게는 손실만이 예정되어 있다.

시장의 공평성은 내부자 거래가 사라질 때 찾아온다. 더 나아가 주주가치를 희석시키는 일체의 편법이 사라질 때 확보된다. 기업 내부자가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를 한다면 이를 당해낼 개인투자가는 결단코 없다. 결국 그 내부자는 술책과 눈속임으로 선량한 투자가의 재산을 빼앗는 사기도박판의 사기꾼과 조금도 다름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 시장에는 도덕적 해이가 판을 친다. 차명이라는 방식의 돈세탁을 거쳐 들어온 자금은 즉각 내부거래로 이어져 소액투자가의 귀중한 돈을 빨아간다. 결국 이것 역시도 개인 투자가들의 무고한 희생만 나올 뿐이다.

또한 시장의 투명성은 회계장부의 진실과 공시제도의 엄정에서 비롯됨은 물론이다. 이것이 없는 시장은 시장이 아니고 담합이며 모사고 사기현장이나 진배 없다.

이것은 사기도박판에서 정상이 아닌, 조작되고 비밀 표시된 카드로 게임을 벌이는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증권시장에서 기업의 주식은 바로 게임의 도구이자 대상이기 때문에 이것의 몸체를 구성하는 회계장부와 이사회 등의 결의사항 등은 투명하게 공개되고 감시되어야 한다.

한편 펀드매니저와 기업분석가와 증권 브로커들도 바뀌어야 한다. 거짓 장단에 춤을 추고 편법과 모사의 술수에 편승하여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려 한다면 그들 역시 사기 도박을 이롭게 하는 협력자에 불구하다. 아무리 그들이 버젓한 명함을 가지고 다닌다 하더라도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그들 역시 공범이다.

나 역시 지나온 날을 돌이켜 볼 때 이러한 모습에서 예외일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기업내부 정보의 귀동냥을 즐겼으며 작전세력의 움직임에 일희일비했었고, 기업의 검은 돈을 고객으로 삼은 적도 있었다. 공시위반과 회계 조작쯤은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하며 살았었다. 이유야 어떻건 단기 차익만이 목표였고 그 험한 시장에서의 생존여부가 내겐 최대 과제였을 뿐이었다.

"너는 단지 돈을 벌어 잘 살기 위해 이 땅에 오지 않았다. 네가 이 땅에 온 것은 세상을 정의롭게 하기 위함이다. 만일 이러한 사명을 망각한다면 세상도 어지러워지고 너도 결국 피폐해질 것이다."

미국의 28대 대통령인 윌슨의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이 선량한 기업가들과 증권맨들에게는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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