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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파이프를 박고 용접까지 해 출입구를 봉쇄했다.
철근 파이프를 박고 용접까지 해 출입구를 봉쇄했다. ⓒ 이국언
이 철근 파이프 말뚝은 고물상 울타리를 따라 20여M 이어진 것으로 이로 인해 박씨는 고물상 출입이 완전히 봉쇄돼 졸지에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한 상황이 된 것.

논란이 된 짜투리 땅

박씨는 3년여 전부터 이곳에 땅 소유주 장모씨로부터 임대료를 주고 폐 자원인 철근 등의 고물상을 운영해오고 있었다. 그러던 2001년 11월 한 할아버지로부터 박씨가 임대해 사용중인 고물상 부지와 경계를 이뤄 인도 쪽으로 조그만 짜투리 땅이 있음을 알게 됐다.

이 땅은 인도와 고물상이 위치한 토지소유자인 장모씨의 토지를 따라 20여M에 이르는 것으로 너비는 1M도 족히 안돼 육안으로도 구분이 안 되어 사용해 오던 것. 24평인 이 땅은 도시계획이 이뤄지기 전 하천 뚝 길로 이용되던 것으로 두 경계를 따라 길다랗게 이어진 형세이다. 그 할아버지는 담배값이라도 하자고 해 박씨는 그해 11월 1년 임대료로 50만원을 지불했다.

고물상을 운영해 오던 박씨가 새로운 고민에 휩싸이게 된 건 지난해 4월 무렵. 어느날 한 사람이 찾아와 문제의 그 땅을 자신이 매입했다며 고물상을 나가달라고 하더라는 것. 고물상 앞 땅은 소유주가 엄연히 따로 있고 그 땅을 거치지 않고는 출입을 할 수 없으니 나가야 된다는 것이다. 고물상을 운영하는 박씨는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던 기간이었고 그 땅 중에서 출입구로 쓰는 2∼3평만 있으면 되는 처지였다.

"임대료가 아니라 나가는 것이 목적"

박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이 영업하고 있는 고물상 옆으로 새로 병원이 신축된다는 것을 알면서 의혹이 풀리기 시작했다. 이 병원은 시내 유명한 아동병원 유모 원장이 이곳에 새로운 병원을 신축하기 위해 매입한 것으로, 알고 보니 매입토지는 자신의 고물상 뒤쪽과 옆쪽, 앞쪽에 걸쳐 고물상을 포위하고 있었던 것. 지난 7월 병원 신축 기공식이 있고 그 얼마 뒤 병원장 유씨는 박씨를 찾아와 고물상을 옮길 것을 다시 요구해 왔다고 한다. 필요하면 세를 지불하겠다고 했지만 자신은 임대료는 필요없다는 것.

오치동에 신축중인 병원 모습
오치동에 신축중인 병원 모습 ⓒ 이국언
소아과 병원은 오는 4월말 개업예정으로 지하 1층에 지상 5층 건물로 현재 건물 본체는 공사가 끝나고 건물외벽과 실내 인테리어를 남겨두고 있다. 병원 부지는 현재 운영중인 아동병원 전문의 5명이 1/5씩 공동명의로 등기되어 있는데 문제의 고물상 앞 짜투리 땅은 유 원장 단독소유로 돼 있는 상태다.

박씨는 지난 15일 철근 말뚝으로 출입구가 봉쇄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물상은 매일 수십 차례 사고 파는 행위가 주 업무인데 출입구가 봉쇄되면서 고물의 반입 반출 자체가 이뤄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트럭과 같은 차가 출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고물상 안에 있는 기계를 사용할 수 없게되고 리어카도 들어가지 못함에 따라 거래선들이 모두 끊기고 말았다는 것.

처음엔 기계를 사용할 수도 없어 말뚝 너머 손으로 물건을 옮기기도 했는데 지금은 사람이 모두 끊겨 그나마 하는 일도 없어졌다는 것. 실제로 지난 22일 현장에서는 철조망과 말뚝을 넘어 위태롭게 고물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박씨는 오히려 보이지 않는 손실이 자신에게는 훨씬 크다고 얘기하고 있다. 자신이 빈터인 이곳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거래선을 확보하는데 꼬박 3년이 걸렸는데 이번 일로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날아가고 말았다는 것.

"병원 이미지에 안 맞다"

병원측은 처음부터 고물상을 혐오시설로 보고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하기 위한 방편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유 원장은 "병원에는 입원실도 있는데 고철이 왔다갔다 하면 시끄럽지 않겠느냐"며 이 같은 심경을 비췄다.

그는 말뚝과 관련해 "부동산 업자에게 맡겨 일하라고 했을 뿐 내가 시킨 것은 아니다"며 "나중에 안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문제를 "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내 땅인데도 그 동안 임대료도 안 받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리어카를 올려 위험스럽게 작업하고 있다. 결국 많은 단골들이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리어카를 올려 위험스럽게 작업하고 있다. 결국 많은 단골들이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 이국언
병원이 과연 논란이 되고 있는 이 땅이 병원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땅은 신축중인 병원과는 약간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특이한 형세인데다 24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씨는 "약국 건물에 그 땅이 필요하다"며 "그 땅이 없으면 건물 모양새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헐값에 매입하려고 한 것 아니냐"

그러나 이에 대해 고물상 부지의 원 소유주인 장상대(55)씨는 이와 관련해 다른 입장을 제기하고 있다. 장씨는 최근까지 부동산 업자인 박 모씨로부터 이 고물상 터를 팔 것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논란이 일고 있는 이 땅을 구입한 뒤 대리인인 박모씨를 통해 자신의 땅을 매입하고자 계속 타진을 해 왔다는 것.

장씨에 의하면 "고물상 앞 자기 땅에 아동병원 간판을 처 버리면 뒤 땅은 맹지가 된다"며 "간판을 달면 출입구가 없어 권리 행사를 못하니까 팔아라"고 독촉해 왔다는 것. 장씨에 의하면 병원측은 먼저 출입구 쪽인 짜투리 땅을 사 놓고 결국 헐값에 자신의 땅까지 매입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과 관련해 유 병원장은 "고물상 땅도 건물 지을 때 필요할 것 같았는데 장기계획이 잘 안됐다"고 말해 의혹은 깊어지고 있다. 그는 "앞 땅과 고물상 뒤 땅 주차장 부지로 연결되는 통로를 할 수 없을까 주인과 절충을 해 왔으나 잘 안된 모양이다"라고 밝혔다.

장씨는 "어떤 용도로 쓸지 모르겠지만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행위"라며 "통로를 막아 영업을 못하도록 하는 것은 비도덕적"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는 이어 "건물도 지을수 없는 땅을 처음부터 구입한 자체가 의심스럽다"며 "그런 사람한테는 돈 얼마를 준다고 해도 팔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문제가 확산되자 유씨는 병원 신축중인 공사 관계자를 시켜 지난 24일 말뚝을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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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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