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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머들령>이 새겨져 있는 정훈 詩碑
詩 <머들령>이 새겨져 있는 정훈 詩碑 ⓒ 안병기


머들령

정훈


요강원을 지나
머들령.
옛날 이 길로 원님이 나리고......
등짐장사가 쉬어 넘고
도둑이 목 축이던곳
분홍 두루막에
남빛 돌띠 두르고
할아버지와 이 재를 넘었다.
뻐꾸기 자꾸 우던 날
감장 개명화에 발이 부르트고
파랑 갑사댕이
손에 감고 울었더니
흘러간 서른 핸데
유월 하늘에 슬픔이 어린다.


세월과 행운(行雲)은 유수(流水)이거니와 이 불초소생 또한 한 세상 둥둥 떠다니다 우여곡절 끝에 몇 해전 한밭 땅을 밟게 되었것다. 그리하여 만나는 사람마다 <머들령 문학회>를 아느냐 수소문 하니,고모령은 알고 있으되 "머들령'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하늘 웬 구름 아래 "머들령"은 있는가. 혹은 어디 꼴아박혀 있다냐!

그렇게 대전 근교의 산을 넘나들다가 아름답지만 실용적이지 못한 원 이름 대신 "추부터널'이란 스피디허고 래디컬한 이름을 알게되는데 그게 바로 금산군 추부면과 대전시 동구 삼괴동 경게에 있는 "머들령"이었다. 더욱 웃기는 것은 거기 마달령 혹은 머들령에 시인이 20세 때 두 번 째로 이 고개를 넘으면서 7~8세 무렵 할아버지와 함께 이 고개를 지나던 추억을 노래한 <머들령>이란 시비가 바로 옆에 있거늘 머들령 고개에 있는 만인산 휴양림에 와서 가무음주를 즐기는 이를 붙들고 머들령 고개가 어디 있는지 물으면 백이면 백 모른다고 고개를 젓는다는 것이다. 하기사 그 덕분에 "머들령'은 시방도 청순한 이름 그대로 홀로 아름다운 추억을 수놓고 있을런지 모른다.

머들령으로 오르는 산책길
머들령으로 오르는 산책길 ⓒ 안병기

난 가끔 비오는 날의 빗소리와 비 내리는 풍경을 보기 위해 그 곳을 찾아가서 <비내리는 머들령> 혹은 "비 내리는 뽕짝 속의 고모령"을 슬픔의 음계를 밟으며 홀로 걸어 내려오곤 한다.

옛날은 가고 없어도, 마음은 거기 오롯이 남는것이어니...

덧붙이는 글 | 1962년엔가 만들어진 <머들령 문학 동인회>는 지금도 고등학생들로 이어지고 있다한다. 아마 우리나라 最古의 문학 동인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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