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월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고건 총리 및 신임각료들과 함께 버스에서 내려 기자회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2월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고건 총리 및 신임각료들과 함께 버스에서 내려 기자회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40대 장관 전진배치로 변화 상징 극대화

이들의 출신 직업별 분포를 보면 △ 군·관료 8(40%) △ 교수·학계 5(25%) △ 정치인 3(15%) △ 시민단체 2(10%) △ 기업인 1(5%) △ 법조인 1(5%) 등으로 관료 출신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는 안정을 겨냥한 경제부처의 장관들이 모두 전문 관료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내가 지금껏 봐온 가장 유능한 공무원"이라고 했던 김진표 국무조정실장과 박봉흠 기획예산처 차관을 경제 운용의 사령탑인 경제부총리와 기획예산처 장관에 발탁했다. 두 사람은 각각 노무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세제실장과 예산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인연을 맺어 '좌진표-우봉흠'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후문이다.

또 산업자원부엔 당초 검토했던 개혁적 최고경영자(CEO) 대신 윤진식 재경부 차관을, 건설교통부에는 최종찬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앉혔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부터 줄곧 강조해 왔던 '안정 속의 개혁' '성장을 통한 분배'를 실현하기 위해 '안정형 경제팀'을 꾸렸다는 분석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 관료 특히 예산 전문가들을 중시하는 배경에는 해수부장관 시절에 겪어야 했던 예산 배분에서 소외된 '힘없는 부처 장관의 설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인답게 당시 해수부의 위상을 단시일에 높이는 길은 힘있는 재정경제부의 능력 있는 관료를 차관으로 데려오는 것이라고 생각해 이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을 차관으로 데려오기 위해 애를 썼다는 후문이다. 김진표 부총리는 방상훈 조선일보 대표이사와 경복고 동기동창이다.

영남 출신 최다 배치로 '영남정권' 메시지

이들의 출신학교를 보면 △ 서울대 12명(60%) △ 동아대 2명(10%) △ 이대 2명(10%) △ 고려대·경북대·농고·군(갑종) 출신 각 1명(5%) 등으로 연·고대 출신이 들어든 반면에 기타대학 출신이 늘었다. 그러나 서울대 출신의 비중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한편 이들의 출신지역 분포를 보면 △ 서울-경기 4명(20%) △ 영남 7명(35%) △ 호남 4명(20%) △ 충청 2명(10%) △ 강원· 제주·이북 각 1명(5%)이다. 전국적으로 비교적 고른 분포도를 보이면서도 노무현 정권이 '영남 정권'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면서도 김대중 정부에서 통일부장관과 여성부장관으로 일한 정세현·한명숙 장관을 각각 현직과 환경부장관에 임명해 유임시켰다. 이는 '햇볕정책'으로 상징되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평화번영정책'으로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내각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또 다른 기준은 △ 여성 4명(강금실 법무·김화중 보건복지·한명숙 환경·지은희 여성부장관) △ 정치인 3명(김두관 행자·김영진 농림·김화중 보건복지부장관) △ 인수위 4명(김진표 재경·윤영관 외통·권기홍 노동·허성관 해수부장관)을 배치한 것이다.

여성 장관의 경우, 이번 조각의 하이라이트인 강금실 민변 부회장의 법무장관 발탁과 김화중 의원의 보건복지부장관 임용에서 보듯, 여성에 대한 형식적 배려가 아닌 '양성평등사회'를 지향하는 의미가 투영된 인사로 관측된다.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정치인 출신의 임용도 크게 줄었다. 민주당 전국구 의원 2명(김영진·김화중)과 민주당 개혁특위 김두관 위원 등 3명만 입각했다. 한편 '노무현호의 5년 항해 지도'를 그린 인수위원들의 경우에도 김진표 부위원장을 포함해 4명이 입각하는 데 그쳤다.

'노무현 스타일' 장관 3인

이들 가운데 정세현·김두관·허성관 장관은 전형적인 '노무현 스타일'의 장관으로 꼽을 만하다.

정세현 장관은 지난 2월 11일 대북 비밀지원 사건 파문의 와중에도 "북쪽에 돈을 좀 준다고 해서 아까워할 것이 아니다"고 소신발언을 해 관심을 모았다. 그는 "개도국에 매년 2억5000만 달러씩 도와주는데 북쪽에 1억 달러도 안주면서 이를 퍼주기라고 비난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해 대북송금 사건에 부정적인 야당과 일부 언론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되었다.

김두관 행자부장관은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 여러 면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닮은꼴이다.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뒤늦게 현실의 모순에 눈을 뜬 점,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최연소 지방자치단체장(남해군수)으로 당선된 점, 남해군수 재직 시절 지방언론의 병폐를 비판하며 군청 기자실을 폐쇄한 점, 경남에서 '노풍'을 일으키겠다며 '무모하게' 민주당 공천으로 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낙선한 점 등이 노무현 대통령의 인생역정과 비슷한 일면이다. 노 대통령이 '무명용사'인 그를 행자부장관에 낙점한 데는 이처럼 삶의 역정이 비슷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허성관 해수부장관 또한 김두관 장관과 함께 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력한 지지자이자 동지적 연대를 맺어온 인물이다. 경남 마산 출신인 허 장관은 중학교 시절부터 별다른 연고가 없는 광주로 유학을 가 광주서중-일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시험에 낙방하자 낙향해 동아대를 다녔다. '소시적'부터 '지역주의 타파'를 실천해온 '괴짜'인 셈이다. 이런 '인연' 때문인지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정부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이미 혁명은 시작되었다"

이들의 중용은 우리 사회의 파워그룹이 다수파에서 소수파로, 중앙에서 지방으로, 보수에서 진보로, 그리고 80 대 20에서 50 대 50의 사회로 중심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노무현 정부의 첫 내각은 이처럼 그 '내용'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조각 브리핑을 통해 직접 장관 인선 배경을 설명한 '형식'에서도 일단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노무현식 어법'은 이번에도 너무 멀리 나간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를테면 잦은 장관 교체로 인한 폐단을 지적한 데 대해 "분위기 쇄신용 개각은 앞으로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까지는 좋았으나 "장관 자리를 최소 2년은 보장할 것"이라고 연한을 못박은 것은 대통령의 어법으로서 부적절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내가 지금껏 봐온 가장 유능한 공무원"이라는 식의 단정적 표현도 대통령의 어법으로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연히 "그러면 다른 공무원들은 다 무능한 '바지저고리'라는 말이냐"는 불평과 항변이 나올 법하다. 이같은 불평불만은 공무원 사회의 복지부동(伏地不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조각을 계기로 청와대를 진원(震源)으로 한 인사태풍은 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혁신의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신상우 전 국회 부의장은 "혁명은 옆구리에 총을 차고 수류탄을 어깨에 매달고 한강다리를 건너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혁명은 시작되었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권 내각 명단

직위이름나이 출신지학력주요경력
총리고건 65 서울 서울대서울시장
재정부총리김진표 56 경기 서울대국무조정실장
교육부총리 미정
통일정세현 58 전북 서울대통일부장관
외교통상윤영관 52 전북 서울대서울대 교수
법무강금실 46 제주 서울대서울고법 판사
국방조영길 63 전남 숭일고합참의장
행정자치김두관 44 경남 동아대남해군수
과학기술박호군 56 인천 서울대한국환경분석학회장
문화관광이창동 49 대구 경북대영화감독
농림김영진 56 전남강진농고국회 농해수위원장
산업자원윤진식 57 충북 고려대재경부차관
정보통신진대제 51 경남 서울대삼성전자 대표
보건복지김화중 58 충남 서울대 대한간호협회장
환경한명숙 59 평남 이화여대여성부장관
노동권기홍 54 대구 서울대영남대 교수
여성 지은희 56 서울 이화여대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대표
건설교통 최종찬 53 강원 서울대청와대 정책기획 수석
해양수산허성관 56 경남 동아대동아대 교수
기획예산박봉흠 55 경남 서울대기획예산처 차관
국무조정이영탁 56 경북 서울대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