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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400명의 주주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삼성전자 제34기 주주총회는 예년과는 달리 2시간여만에 별다른 논쟁도 없이 싱겁게 끝이 났다.
28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400명의 주주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삼성전자 제34기 주주총회는 예년과는 달리 2시간여만에 별다른 논쟁도 없이 싱겁게 끝이 났다. ⓒ 삼성전자 제공
'무늬는 그럴듯한 선진국형, 내용은 후진국 수준?'

지난해 7조518억원이란 사상 최대의 실적과 함께 세계에서 존경받는 기업 50위안에 들어선 삼성전자의 주주총회를 일컫는 말이다. 28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400명의 주주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삼성전자 제34기 주주총회는 예년과는 달리 2시간여만에 별다른 논쟁도 없이 싱겁게 끝이 났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주총 의장 인사말을 통해 "올해 경영여건이 혼미할 정도로 불확실하지만 5년, 10년 후 미래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초석을 잘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올해 경영목표는 삼성전자의 '미래사업을 위한 핵심역량 강화' '경영혁신 및 부가가치 극대화' '글로벌 경영체제 구축' '주주중시 경영 강화' 등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진행된 주총 의안 논의에서 윤 부회장은 "지난해 매출 40조5115억원, 순이익 7조518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성과를 거두었으며, 올해도 마찬가지로 매출 41조원 이상, 순이익 7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및 이익잉여금 처분계산서 승인' 보고내용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조5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보통주 5000원·우선주 505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또 지난해 '이사보수한도액'(등기이사들이 한해에 받을 수 있는 임금 총액의 상한선을 의미하며, 각종 성과급이 포함됨) 승인액 500억원 중 368억을 집행했고,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500억원으로 승인했다.

소액주주들, "주주 배당액이 너무 적다 반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같은 회사쪽의 발표가 이어지자 일부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주총장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일부 주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사 이후 최대 수익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에 대한 배당액이 너무 적다"면서 "그에 비해 임원들의 보수는 너무 높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주는 "주주배당금은 8000억원인데, 임직원들에게 돌아간 특별상여금은 1조2000억원으로 너무 많다"면서 "주주에게 배당되는 45% 규모의 금액을 임직원에게 특별상여금으로 배당한 것은 무슨 이유인가. 말로만 주주중시 경영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도석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사장(CFO)은 "지난해 특별상여금으로 지출한 금액은 3750억원으로 98년부터 2002년까지 20조억원 이익을 달성한 종업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대해 지급한 것"이라며 "누구의 독단도 아니고 '평가보상위원회'를 개최해 월 정상급여의 500%를 지급하기로 결정했고, 올해의 경우도 지난해에 비해 이익을 2배 이상 거둘 경우 특별성과급 지급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종용 부회장도 "배당금과 관련된 불만이 많이 나온 만큼 올해부터는 현금이 남을 경우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 주주 이익 확대에 노력하겠다"고 하자, 일부 소액주주는 "자사주 매입 이후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사 선임안'에 대해서는 지난해 김석수 전 총리의 입각으로 공석이었던 사외이사 자리에 정귀호 변호사가 선임됐으며, 임기 만료된 히어링거, 이와사키, 임성락, 황재성 이사 등 4명은 재선임 됐다. 사내이사로는 이건희 회장과 윤종용 부회장, 이윤우 사장, 최도석 사장 등 4명이 재선임 됐으며, 선임 예정됐던 진대제 사장은 정보통신부 장관에 임명됨에 따라 제외시키고 사내이사 1석을 공석으로 했다.

2시간만에 끝나버린 싱거운 주주총회

삼성전자의 한 주주가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및 이익잉여금 처분계산서 승인' 보고을 듣고 윤종용 부회장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주주가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및 이익잉여금 처분계산서 승인' 보고을 듣고 윤종용 부회장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오전 9시에 시작해 오전 11시까지 단 2시간 동안 진행된 '제34기 삼성전자 주주총회'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둬서 그런지, 아니면 주총 준비에 만전을 기해 문제 제기를 삼을 것이 없었던지 예상보다 일찍 끝났다. 보통 7~8시간이 걸렸던 과거 주총에 비하면 싱겁기 짝이 없는 셈이다.

회사쪽은 이날 주주총회에 앞서 뮤직앙상블 현악 3중주 팀의 클래식 공연을 준비하는 등 최대한 유화스러운 분위기를 유도하고자 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실제 주총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안건은 치열하게 논의되기 보다는 설렁설렁 넘어가는 듯 했다.

이날 주주총회를 취재나온 기자들은 새 정부의 재벌개혁 분위기와 함께 참여연대 등의 고발 및 소송사건 등으로 인해 논쟁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이른 시간부터 취재를 나왔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호암아트홀 2층에 마련된 프레스룸에서 취재를 하던 한 기자는 "지난번엔 7∼8시간 동안 주총이 진행돼서 오늘 만전의 준비를 하고 왔더니만 이거 허무하네"라면서 "참여연대나 시민사회단체 관련자들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아서 그런지 안건에 대해 제대로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박수만 치고 넘어가네"라고 지적했다.

이날 주총은 의장인 윤종용 부회장이 각각에 사안에 대해 간략히 말하고 나서 "이의 없습니까"라고 말하면 좌석에 앉아있는 주주들 중 몇 명이 일어나 발언을 했다. 주주들은 이런 저런 이의를 제기하다가 결국에는 "승인합니다"라고 말하면 400여명의 주주들이 박수를 치고 통과되는 식이었다.

"수십억씩 연봉 받는 이건희 회장은
주총에 왜 안오나"

이날 오전 주주총회 안건 가운데 하나인 '사내이사 안건'이 논의되는 도중에 한 주주가 일어났다.

그는 곧이어 "이건희 회장은 월급을 연 수십억씩 받아가면서 왜 주주총회에 나오지 않느냐"며 따져 묻자 "(이러니까)참여연대 등 사회단체에서 '유령이사' '황제경영'이란 말이 나돌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사로부터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법적인 이사가 주주총회를 나오지 않은 것은 주주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종용 부회장은 "바쁘면 못나오는 경우도 있고, 또 오늘날 같이 정보통신을 발달한 시기에 안나올 수도 있지 않냐"고 맞받아 쳤다. 그는 이어서 "재택근무도 있는데 그것을 가지고 너무 따질 필요가 없지 않냐,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부회장의 말이 끝나자 마자 주총 곳곳에선 "매번 주총에도 나오지 않는 이건희 회장을 또 사내 이사에 선임해야 하느냐"는 소수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 유창재 기자
일부 주주들이 감정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펴자 윤 부회장은 "알아요, 알아"라며 말을 끊고 "의사진행 발언과 관련 없는 사항임으로 넘어가겠다"다는 식으로 진행했다. 그러자 이의를 제기하던 주주는 "대체 내가 뭘 말했다고 안다는 겁니까"라고 대응했고, 윤 부회장은 "그래요, 몰라요, 관련 없는 다른 사안이니 그냥 넘어갑시다"고 해서 참석자들 사이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또 사외이사로 새롭게 박귀호 변호사가 선임됐지만 주주총회에 나와서 인사가 없자 한 주주는 "주식시장에서 기업이 투명해야 주가가 올라가는데, 이사들이 무조건 좋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냐"라며 "이사로 선임되는 사람이면 나와서 인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책도 있었다.

한편 "하이닉스 절대 받으면 안됩니다" "남이 싼 똥을 왜 삼성전자가 치웁니까" "정치자금 누구 얼마 줬는지 공개하라" "무상주 실현해야" "우리 돈 우리한테 돌려줘요" "이판사판이야" "아침 9시에 주총을 여는 이유를 밝혀라" 등 참석한 주주들은 제각각의 불만들만을 강하게 나타냈다. 이로 인해 잠시동안 회사측과 주주들, 또는 주주들 사이에서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소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국내 전자업계 1위의 선도기업이면서, 세계 전자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거대 기업의 주주총회가 활발한 토론과 깊은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

이날 주총은 주주들은 이런 저런 이의를 제기하다가 결국에는 "승인합니다"라고 말하면 400여명의 주주들이 박수를 치고 통과되는 식이었다.
이날 주총은 주주들은 이런 저런 이의를 제기하다가 결국에는 "승인합니다"라고 말하면 400여명의 주주들이 박수를 치고 통과되는 식이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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