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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승욱
"끓어오르는 분노를 표출하지 않고 견딜 수 없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희생된 이들에게 왜 우린 슬픈 눈물을 흘려야만 합니까. 참상과 학살의 원흉을 밝히고 분명히 상응한 처벌을 내려야 합니다. 이번 참사를 그대로 밝히는 것이 죽은 영혼들을 안식처로 보내는 길입니다."(2차 시민대회 한 유족의 발언 중)

실종자유가족책위 윤석기 위원장이 한 손을 불끈쥐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실종자유가족책위 윤석기 위원장이 한 손을 불끈쥐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두 번째 시민대회가 2일 중앙로역 사고현장 부근에서 열렸다. 이번 시민대회는 지난 26일 1차 시민대회에 이어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한 행사로 시민과 유족 등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날 시민대회에서는 특히 ▲책임자들의 처벌 ▲조해녕 대구시장의 사퇴 ▲지하철의 즉각적인 운행중단 ▲ 재발 방지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실종자유가족대책위 윤석기 위원장은 이날 대회에서 "지하 3층 참사현장에는 아직도 잃어버린 육신을 찾아 헤매는 영혼이 떠돌고 있다"면서 "10여일 넘게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을 잠자리 삼아 지켜온 유가족들에게는 참사로 빚어진 희생자들의 인간으로서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위원장은 또 "대구지하철 사건은 단순 방화사건이 아니고 인재였다"면서 "그 일차적인 주범은 조해녕 현 대구시장이고 두 번째 주범은 지하철 공사 사장"이라고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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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애꿎은 기관사와 중간간부에게만 책임을 지우려 하는 것은 안 된다"며 "두 사람의 사법조치를 하는 것이 유족과 희생자들에게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이와 함께 "추모 공원와 위령탑 건립을 추진하고, 사고차량과 중앙로역을 영구 보존하고 다시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살아있는 자의 의무"라고 말했다.

또 대구지하철 참사 시민사회단체 이연재 상임대표는 사고은폐·축소에 대한 비난을 쏟았다. 이 대표는 "사망자와 부상자, 실종자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 이지 사건 축소에만 전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서둘러 현장을 정리하려 했던 관계기관과 당사자들은 유족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고 처벌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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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또 "2003년 2월의 아픔을 이것으로 끝내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안전시스템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시민대회에는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추모곡'들도 이어졌다. 시민대회에 참석한 노래꾼 장사익씨는 "봄은 다가오고 꽃은 피어나지만 채 피어나지 못하고 열매맺지 못한 이들이 마치 낙화처럼 떨어졌다"고 통탄하며 추모의 노래를 불렀다. 장사익씨 외에도 가수 이선희, 안치환씨 등도 이날 시민대회에 참석해 추모의 행렬에 동참했다.

한편 이날 시민대회에 참석했던 유족과 시민들은 오후 7시경 촛불을 들고 중앙네거리->시청->시민회관을 따라 거리행진을 벌이며, '책임자 처벌' '대구시장 사퇴' '재발방지' 등을 요구했다.

대구지하철 2차추모 시민대회
동성로현장

지하철 참사 추모 2차 시민대회가 펼쳐지는 동성로 차로에 앉은 시민. 실종자 가족과 유족들은 행사 내내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한 채 목놓아 울부짖었고, 부인과 장인을 잃은 조용래(36세)씨는 비통한 마음에 부인의 영정만 가슴에 부둥켜 안은 채 흐느끼고 있었다. 그 자리에는 실종된 최경남(36세)씨의 친구(경명여고 17회 동기)들까지 자리를 함께 하여 슬픔을 함께 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실종된 최씨는 국가유공자인 아버지(최종우. 75세)를 모시고 병원에 가다가 변을 당한 것이 다는 소식에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였다.

행사장 곳곳에는 안심기지에서 수거된 유족들의 유류품들의 사진이 시민들에게 공개되고 있었고, 하얀 풍선을 지닌 유족들은 자신의 가족들에게 부칠 편지글을 쓰는 모습도 보였다.

2차 시민대회를 마친 유족과 시민들은 중앙로를 거쳐 시청앞, 교동, 시민회관까지 침묵의 촛불시위를 열었다.

시청 앞에서 운집한 군중 속에는 외국인까지 촛불시위에 참석을 하여 눈길을 끌었다. 한국에 온지 불과 수개월밖에 지나지 않는 영어학원 강사(말리사, 제레미, 빌리)들은 "대구지하철 참사를 당한 유족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참석했다"고 말하면서 "하루속히 대구 지하철 문제가 해결되어 유족들의 마음이 편안해지길 바란다"는 희망도 전했다.

대구는 온통 추모와 애도의 물결로 술렁이고 있고, 지하철 참사에 대한 안전대책을 촉구하는 시민. 사회단체의 성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김용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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