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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도서관'에서 '생학습관'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논란이 있었던 대전 중구 테미고개에 위치한 평생학습관. 평일 낮이라서인지 자료실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시립도서관'에서 '생학습관'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논란이 있었던 대전 중구 테미고개에 위치한 평생학습관. 평일 낮이라서인지 자료실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 오마이뉴스 정세연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국을 통틀어 공공도서관이 400개소가 있다. 인구 대비로 따지면 12만명에 도서관 하나인 꼴. 대전의 경우에는 인구 140만에 공공도서관 10개, 도서관 한 곳 당 대전시민 14만명을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인구 4만명당 도서관이 하나씩 갖추어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도서환경이라는 문헌자료를 놓고 볼 때 대전의 도서환경이 열악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한국도서관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한 전국의 공공도서관 자료구입비(국비, 지방비 총액)는 연간 200억원 정도이다. 200억원의 자료 구입비는 미국의 규모가 큰 대학도서관 한 곳의 연간 자료 구입비에도 못 미치는 것.

하바드 대학도서관의 99년도 도서관 콘텐츠 구입비는 우리 돈으로 275억원이고, 코넬, 콜롬비아 등의 대학도서관도 200억원이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뉴욕시의 경우는 인구 800만에 공공도서관 86개소(이중 4개는 전문도서관)가 있고, 이들 도서관에 배정되는 자료 예산 총액은 우리 돈으로 676억원으로 뉴욕시 한 곳의 도서자료 예산이 우리나라 전체 공공도서관 자료 예산의 3.3배에 달한다.

대한민국의 도서환경이 이처럼 열악한 것은 공공도서관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중요성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인식이 아주 낮기 때문. 그러나 최근 문화방송의 한 오락프로그램이 독서 캠페인에 이어 도서관건립운동을 벌이면서 독서열풍에 이어 도서관 건립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둔산도서관건립추진위' 오는 7일 발족

도서관 건립 운동이 확산되면서 대전에서도 도서관 건립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전시의원과 구의원, 동 대표 등 주민이 주체가 되어 꾸려질 (가칭)둔산도서관건립추진위원회(이하 도서관건립추진위)는 오는 7일 발족식을 갖고, 둔산지역 내 도서관 건립을 위해 본격적인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현재 둔산동과 탄방동, 삼천동 등 대단위 아파트 단지들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총 24개의 학교가 밀집되어 있는 둔산 지구에는 도서관이 단 한군데도 없다. 따라서 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갈마도서관이나 유성도서관까지 가야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 오마이뉴스 정세연
도서관건립추진위는 이러한 둔산지역의 열악한 도서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주민 누구나 쉽게 찾을 있는 문화공간으로 자유롭게 열린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위원회를 구성, 도서관건립운동추진에 앞장서고 있는 조신형 대전시의원(서구)은 "주민들이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지역밀착형 작은 도서관'을 만들 계획"이라며 "둔산지역 1개 도서관 건립 이외에도 현재 도서관이 없는 지역에 도서관을 건립해 대전 전지역에 10여개 도서관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 건립에 가장 큰 벽은 바로 예산 문제. 그러나 조 의원은 "대전시장, 구청장 등 관계자들이 도서관 건립 사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예산 확보 또한 약속한 사항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며 "둔산지역 도서관 건립 비용으로 40억 정도를 예상하고 있는데, 시비와 구비, 국비 등을 지원 받아 내년에는 착공해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로 짓기보다 기존 건물 활용해야"

이같은 도서관 건립 움직임에 공감하면서도 바람직한 도서관 만들기를 위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계룡문고 이동선(41) 대표는 새로 건립되는 도서관은 어린이 도서관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의 도서관은 청소년과 어른을 중심으로 운영, 새로 건립될 도서관은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이 대표는 또 도서관을 굳이 새로 짓지 않더라도 기존 건물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마을문고입니다. 공동주택 500호 이상이면 마을문고 설치가 의무화 돼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마을문고에는 읽을 만한 책이 없습니다. 따라서 많은 예산을 들여 도서관을 새로 짓지 않더라도 구청이나 동사무소, 아파트 관리사무소, 노인정 등 공공건물을 이용해 마을문고를 설치한다면 지역주민의 도서환경은 한층 향상될 것입니다."

중구 문화동에 거주하는 김기영(남.35)씨는 "모든 것이 둔산에 집중되고 있는데 왜 시 예산까지 들여가며 둔산에 도서관을 짓는 건지 모르겠다"며 "실제 갈마도서관이나 유성도서관은 둔산지역과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고, 둔산 이외에도 도서관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현재 전국민의 독서의식이 낮고 공공도서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부족한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와 멀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학부모는 이어 "우리 아이들이 책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나라 도서문화, 도서관문화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길"이라며 "공공도서관을 짓기 전에 자녀들 학교도서관과 학급문고의 실태가 어떤지 그리고 그런 것들을 통해서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질 수는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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