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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린 공투본 주최의 'WTO 교육개방 음모 분쇄 2003인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특히 이 자리에는 프랑스 최대교원노조의 하나인 FSU 루이 베베르 소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7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린 공투본 주최의 'WTO 교육개방 음모 분쇄 2003인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특히 이 자리에는 프랑스 최대교원노조의 하나인 FSU 루이 베베르 소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 석희열

이날 오전 11시30분 서울 안국동 철학카페 느티나무에서 진행된 'WTO 교육개방 음모 분쇄와 교육공공성 쟁취를 위한 2003인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교육개방의 '판도라 상자'를 무심코 열었다 덴 코를 당한 많은 나라에서 교육개방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데도 한국은 다른 분야의 이해를 위해서 세계적인 상황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불도저식 개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달 말로 예정된 양허안 제출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공투본은 비상시국선언문을 통해 "노무현 정부에서도 교육개방은 대세라는 낮도깨비같은 소리만 반복하고 있지만 이것은 거짓임이 드러났다"며 교육개방 문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을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공투본은 "지금 개방을 주장하는 것은 교육상품수출국과 미국, 호주 등 소수 국가 뿐"이라고 지적하고 "지난 2월 6일 유럽연합은 서비스무역협상(GATS)에서 교육, 문화, 보건 분야를 제외함으로써 교육개방에 반대함을 분명히 했으며, 이 외에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교육개방을 꺼리고 있다"며 "이는 교육은 상품이 아니며, 교육개방은 교육을 시장논리에 종속시켜 교육에 대한 국가의 권한과 의무를 축소시킨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후 참석자들이 약식집회를 통해 투쟁결의를 하고 있다
기자회견 후 참석자들이 약식집회를 통해 투쟁결의를 하고 있다 ⓒ 석희열
공투본은 특히 정부내에서도 일부 친미사대주의 경제관료와 외교관료만이 개방에 앞장서고 있다고 겨냥한 뒤 "그들은 한국사회를 미국 중심의 금융세계화에 조속히 편입시켜 한국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강화하기 위한 속셈에서 교육을 하나의 협상카드로 제시하려는 술책을 부리고 있다"며 "초국적 자본과 강대국의 이익에 따라 교육을 시장으로 내몰지 말라"고 다그쳤다.

이어 공투본은 모든 사람이 경제적 능력에 상관없이 교육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하지만 교육개방은 국가가 담당해야 할 기능을 원천적으로 할 수 없도록 기업의 영리추구에 기반한 시장화를 강제한다"며 "일단 제출한 개방약속은 우리나라 정부를 옥죄어 교육의 시장화를 더욱 촉진하는 21세기판 을사조약체결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공투본은 "우리는 오늘 음모적 교육개방을 강행하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 이 나라 공교육을 나락으로 몰고가 교육세습사회로 가는 문을 여는 것으로 보고 지금이 이 나라 공교육에 비상한 시국임을 선포한다"며 WTO 교육개방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대정부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공투본은 이와 함께 △지난해 6월에 제출한 교육개방 양허요구안을 철회하고 올해 3월말로 예정된 양허안 제출을 중단할 것 △교육개방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국민들 앞에 공개할 것 △교육부를 개혁하고 중대한 교육정책에 대해 국민이 주체로 참여하는 <국가교육혁신위>를 설치할 것 △OECD국가 수준의 교육환경을 위한 교육재정 확보방안을 마련하고 공교육을 혁신할 것 등을 노무현 정부에 요구했다.

'WTO 교육개방 저지! 등록금 인상 반대! 전국 대학생 대표자 비상시국선언'에서 교육학생연대 최지선 공동대표가 선언문 낭독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WTO 교육개방 저지! 등록금 인상 반대! 전국 대학생 대표자 비상시국선언'에서 교육학생연대 최지선 공동대표가 선언문 낭독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석희열

이에 앞서 교육학생연대 등 학생단체들도 이날 오전 느티나무 카페에서 'WTO 교육개방 저지와 등록금 인상 반대를 위한 전국 대학생 대표자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교육개방계획서 제출은 한국 사회를 미국중심의 금융세계화에 조속히 편입시키려는 일부 친미사대주의 세력과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 정책을 강제하려는 소수 시장주의자들의 농간에 따른 것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WTO 교육개방계획서는 '교육주권포기 각서'이며 '민족교육말살 각서'라고 규정하고 "교육개방계획서 제출과 함께 우리 교육은 상품화·시장화의 나락으로 떨어져 파탄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에 의해 양허안이 제출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들은 교육은 시장에 내놓고 파는 상품이 아닌데도 지금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육정책들은 하나같이 교육을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끊임없이 오르는 등록금, WTO 교육개방은 이제 300만 대학인의 하나된 힘으로 막아낼 것이다. 우리의 투쟁은 모든 사람의 교육에 대한 동등한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이며 그것을 지켜내는 싸움"이라며 "각 학교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이 싸움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여 현물로 등록금을 납부하겠다는 뜻으로 명태, 파 등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이날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여 현물로 등록금을 납부하겠다는 뜻으로 명태, 파 등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 석희열
이를 위해 교육학생연대 등은 새로 취임한 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대중적으로 묻고, 300만 대학인의 요구안을 들고 정부와 직접교섭을 벌여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각 대학에서는 등록금 납부연기투쟁, 총회성사, 전국대학인 총투표, 동맹휴업 등의 정치적 총파업도 결의할 것으로 보여 3월 대학가가 한바탕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교육학생연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밝힌 일정을 보면 △13일 WTO 교육개방반대 세계행동의 날 집회 △15일 WTO 교육개방저지를 위한 범국민대회 △17~20일 교육개방저지 대정부 직접교섭투쟁 △19~26일 교육개방 철회, 교육재정 7% 확충에 대한 전국대학인 총투표 △28일 전국대학생 총궐기 △29일 전국민중대회 등이다.

이같은 교육·시민단체들의 요구와는 달리 정부는 주요 서비스 교역국들과의 양자협상을 계속 진행하면서 국내업계,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실무조정회의를 거쳐 대외경제 장관회의에서 내용을 최종 확정한 후 WTO 각료회의에서 마감시한으로 정한 3월말까지 서비스 분야별 시장개방계획에 관한 1차 양허안을 WTO 사무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외교통상부 통상정보지원팀에 따르면 지난해 여러 차례에 걸쳐 개최된 민관포럼, 연찬회, 업계설명회 등에서 업계, 전문가 등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한 후, 올 1∼2월에 법률, 교육 등 분야별 서비스를 담당하는 부처와 일련의 실무협의를 가진데 이어 현재 1차 양허안 초안을 준비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외교통상부는 지난달 28일 "작년 6월말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C),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총 36개국에 대해 12개 서비스 분야에 걸쳐 양허요청서(Initial Request, 시장개방요청서)를 제출했다"며 "미국, EC, 캐나다, 중국 등 18개국과 총 37회에 걸쳐 일련의 양자협상을 갖고 우리나라의 시장개방 요청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 설명하고 이들 국가의 적극적인 고려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간단한 퍼포먼스를 진행한 다음 공투본 대표들은 이날 오후 세종로 외교통상부와 교육부를 방문하여 항의서한과 시국선언문을 전달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간단한 퍼포먼스를 진행한 다음 공투본 대표들은 이날 오후 세종로 외교통상부와 교육부를 방문하여 항의서한과 시국선언문을 전달했다 ⓒ 석희열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달 말 현재 미국, 일본, EC, 캐나다, 중국, 인도,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 노르웨이, 폴란드, 브라질, 멕시고, 아르헨티나 등 25개국으로부터 양허요청서를 접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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