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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피할 비닐마져 걷어가는 중구청 직원들
ⓒ 나준식
곧 봄인가 싶게 한동안 따뜻하던 날씨가 갑작스런 겨울바람에 밀려나던 지난 2월 27일 용두동철거민들은 중구청 앞 길거리의 비닐움집이 철거당하면서 또다시 공권력에 의한 철거의 아픔을 맛보아야 했다. 그리고 일주일 만인 진눈깨비 흩날리던 3월 6일, 노숙에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인 바닥의 스티로폼과 비닐이불덮개마저 다시 빼앗기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밤새 진눈깨비를 맞으며 노숙을 했던 철거민들이 다시 대전민들레의료생협의 민들레의원과 한의원에 와서 진료를 받았다.

한방진료를 위주로 진행된 진찰결과 모든 분들이 심한 '울화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으며, 한결같이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물론 더불어서 이미 앓고 있는 각종 만성질환 (고혈압, 천식, 위장병, 관절염 등)이 악화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건, 정말 인면수심이지, 민주주의라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이게 말이지, 가진 것 없는 사람은 결국 아무런 죄 없이도 죄인이 되어야 한다니...”

일흔 중반을 넘기신 (노숙중인 철거민 대부분이 60세가 넘은 분들이다) 한 할아버지가 진료실을 나서며 하시는 넋두리는 200일이 넘는 노숙에서 오는 육체적 고통을 넘어서는 마음고생이 무엇이고, 그 아픔의 정도가 어떠한지를 말해준다.

노점상 쫓아내는 것처럼 도시미관을 해치고 시민불편을 초래한다는 것이 공식적인 이유라고 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든 눈비내리는 거리에서 스티로폼과 비닐에 의지해 생활하는 이들에게 잿밥은 주지 못할망정 쪽박마저 깨버리는 행위가 서민을 위한다는 이 개혁의 시대에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며, 또 그들의 절망에 아무런 답을 줄 수 없는 자신을 돌아보며 과연 이 사회에 희망을 가져도 되는 것인지 물어본다.

많은 이웃들의 관심과 애정만이, 절망하는 이 주민들과 무기력감에 빠진 우리들에게 희망의 촛불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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