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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역 한 대리운전 업체
광주지역 한 대리운전 업체 ⓒ 이국언
대리운전업이 음주단속 강화로 신종사업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규제도 없는데다 상당수는 미등록업체여서 행정기관에서도 관리는 물론 정확한 업체 파악마저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리운전업을 운영하고 있는 오경록(45·포유 대표)씨는 "작년 5월경 60개이던 업체가 지금은 100여 곳이나 된다"며 "그 동안 도태된 곳도 20여 곳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조건이 없다보니 쉽게 영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심지어 집에 전화 1대만 설치해 놓고 사업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손쉬운 시장진입으로 업체가 난립현상을 보이면서 손님을 유치하기 위한 업체간 출혈경쟁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리운전 요금은 시내를 기준으로 5㎞이하는 1만2천원, 8㎞까지는 1만5천원 10㎞까지는 1만7천원 선인데 일부 신규업체는 고객확보를 위해 거리에 상관없이 시내 전 구간을 1만원에 받는 출혈경쟁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이렇게 일정한 요금체계가 없이 업체에 따라 덤핑 영업을 하게 되면서 적자를 면치 못하는 업체도 상당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오경록씨는 "신규업체들이 가격덤핑을 하면서 더욱 어려워 지고 있다"며 "요금이 내려가면 내려갔지 더 이상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배은철(37·베스트드라이버 대표)씨는 "전반적인 불경기로 대리운전업계도 주춤하는 추세"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다 굶어죽을 형편"이라고 말하고 있다.

무보험 차량 많아 이용자 피해 우려

일부업체는 보험료를 아끼기 위해 무 보험으로 영업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용객들의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국내에 대리운전보험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곳은 쌍용화재와 삼성화재, 동부화재 등이지만 직원 10여명 미만의 영세한 업체들은 보험가입을 기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험회사도 수익성이 떨어져 가입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쌍용화재 한 관계자는 "사고율이 너무 높아 오히려 손해"라며 "작년 11월부터는 기존 가입자는 선별해서 받고 신규가입은 중단하고 있는 상태다"고 밝혔다. 삼성화재 한 관계자도 "10인 이상 법인 사업체에 한해 가입을 받고 있지만 엄격히 선별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손해보험협회 양두석 부장은 "대리운전업체는 전국에 5천여곳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중 보험에 가입한 업체는 1/3수준인 1천7백여 곳에 불과하다"며 "사고로 이어질 때 피해자들이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없어 사회적 문제로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업체는 사고 발생시 차량 보상을 하지 않거나 직원에게 범칙금을 부담시키는 경우도 있어 잦은 시비를 불러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업체 관계자는 "년간 보험료가 40만원이 넘어 정상요금을 받지 않고서는 인건비나 보험수가를 맞출 수 없다"며 "요금이 낮은 것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고 전했다.

고객유치 위해 콜 30건에 금 1돈 지급하기도

업체들은 과당경쟁으로 손님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갖가지 방법을 동원 판촉에 나서는가 하면 이 과정에 소개비 명목으로 업소에 사례금까지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업체에서는 손님을 소개한 대가로 업주에게 2천원∼3천원의 사례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신규 업체들은 1천원∼2천원씩을 더 얹어 주고 있어 업계 경영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신속한 이동을 위해 유흥가 밀집지역에는 대리운전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신속한 이동을 위해 유흥가 밀집지역에는 대리운전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 이국언
관련업체들은 '콜비'라 부르는 소개비나 각종 판촉물을 제공하면서 치열한 유치경쟁에 나서고 있는데 한 업체의 경우 30건을 소개해 주는 대가로 금반지 1돈을 지급하고 있기도 하다. 한 관계자는 "업계 스스로 제살 뜯어먹기하고 있다"며 "그 몫은 그대로 손님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리운전 종사자들은 경쟁이 과열되면서 과속이나 신호위반을 하는 경우가 많아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홍균(35)씨는 "속도 경쟁으로 난폭운전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급하게 요구하는 손님들이 많아 신호를 어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른 업체 한 직원은 "술을 마시면 마음이 급해져 10분을 못 참고 다른 업체를 동시에 부른 경우도 많다"며 "회사에서도 최대한 빨리 갈 것을 재촉한다"고 전했다.

경영난으로 인한 체불임금도 잦아

과당경쟁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일부 업체는 직원들의 임금을 만성적으로 체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홍균씨는 "체불임금이 가장 많은 곳이 대리운전업계일 것"이라며 "다른 사람 이름으로 운영하다 프리미엄을 받고 잠적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연말 모임이 많은 12월 특수를 노려 떴다방처럼 해 먹고 그만 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경우 대리운전업체에 근무한 경험을 가지고 현금을 만질 수 있다는 것 장점 때문에 뛰어들었다가 3∼4개월을 못 버티고 없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 모(34)씨는 "노동청 고발을 통해서야 퇴직 후 4개월만에 체불임금을 받을 수 있었다"며 "힘들고 너무 위험해 직업으로 할 일은 못된다"고 말하고 있다.

대리운전 업계 한 관계자는 "광주지역에 대리운전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1천여명에 이를 것"이라며 "콜이 느는 것에 비해 지원차량과 운전인원을 그만큼 늘려야 하는데다 과열경쟁으로 앞으로도 상당기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는 "서울의 경우 수도권내 인근 위성도시와의 유동인구 많지만 광주의 경우 주변과는 고립된 시장인데다 경기침체가 계속돼 메리트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음주단속 강화로 이처럼 대리운전업체가 성행하고 있지만 제도권에서는 사실상 방치상태나 다름없어 법규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손해보험협회 한 관계자는 "대리운전 종사자들은 잦은 교체로 인해 신원확인이 안되기 때문에 범죄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며 "등록시 요건을 강화하던가 보험가입을 의무화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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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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