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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문재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 멀리 정상인 상봉이 보인다.
ⓒ 최연종
산세가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하다는 모후산(母后山).

모후산의 원래 이름은 나복산이다. 나복은 무나 메꽃을 일컫는 식물로 오래 전부터 산 중턱에서 재배한 동복삼(同福蔘)이었다. 개성 상인들이 복삼을 가져다 재배한 것이 고려인삼의 시초였다고 하니 모후산은 고려인삼의 최초 재배지인 셈이다. 100여년 전만 해도 모후산 상봉 아래에서 인삼을 재배했는데 지금도 인삼포(人蔘圃) 관리사 축대가 상봉 아래에 뚜렷이 남아 있다.

모후산으로 이름이 바뀐 것은 고려 공민왕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민왕은 홍건적의 난을 피해 왕비, 태후와 함께 모후산 기슭까지 숨어들어 1년간 머물면서 부드럽고 수려한 산세에 반해 모후산이라 고쳐 불렀다고 전해온다. 모후산(918.8m)은 화순 남면과 동복, 순천시 주암, 송광면에 걸쳐 있으며 화순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 용문사 계곡에 있는 폭포.
ⓒ 최연종
산행은 남면 유마사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과 동복면 유천리 용문계곡으로 가는 길로 크게 나뉜다. 용문사 계곡은 경사가 완만해 오르기 쉬운데다 계곡 곳곳에 폭포를 이뤄 볼거리가 많다. 등산객들의 발길이 잦은 편은 아니지만 삼나무 숲을 거닐며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어 권할 만한 코스다.

유천리에서 산 쪽으로 난 길을 타고 가다 송어장에 차를 주차하고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용문사 계곡이 나온다. 푸른 이끼를 타고 미끄러지듯 떨어지는 물줄기에서 모후산의 깊은 맛이 묻어나는 것만 같다.

능선 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가면 옛 용문사 터가 나오는데 지금은 주춧돌만이 남아있다.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수령이 수십 년은 돼 보이는 삼나무 조림지가 끝없이 펼쳐진다. 마치 휴양림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울창한 삼나무 숲이 장관을 이룬다.

▲ 모후산 정상. 주암호와 조계산이 보인다.
ⓒ 최연종
용문재는 유마사 계곡과 용문사 계곡이 만나는 지점으로 정상까지는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는 외길이다. 부드러운 능선을 보니 모후산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능선 위로 심심찮게 바위가 나타나 전망대 역할을 해준다. 경칩이 지난 뒤 내린 봄비가 이곳에는 눈으로 내렸나 보다.

나무 가지에 피어있는 눈꽃이 산의 높이를 실감케 한다. 마지막 설경(雪景)을 놓치기 아쉬웠는지 모후산은 단체 등산객들로 붐볐다. 상봉에 이르면 사방이 확 트여 발아래에는 아름다운 주암호와 무등산, 백아산과 더불어 조계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에는 보성 득량만 앞바다까지 보인다고 한다. 상봉에 하얗게 피어있는 눈꽃이 인상적이다.

▲ 상봉에 피어있는 눈꽃. 멀리 백아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 최연종
내려가는 길은 중봉, 집게봉을 거쳐 유마사로 가는 코스가 볼거리가 많다. 기다랗게 자란 조릿대 숲이 길을 가로막고 있어 마치 거대한 산죽(山竹)터널을 지나는 것 같다. 유난히 많은 조릿대 숲은 겨울에도 푸른 기운을 자아내며 색다른 볼거리를 만들어 낸다.

중봉(800m)을 지나 능선을 타고 마을 쪽으로 내려가면 날카로운 바위 봉우리를 만난다. 마치 집게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집게봉이다. 집게봉에 올라서니 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

모후산 남쪽 끝자락에는 14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유마사가 자리 잡고 있다. 비록 불에 타 옛 유마사 모습은 사라지고 없지만 해련부도를 비롯 제월천, 보안교 등에 얽힌 이야기가 많아 이를 음미하면서 한번 들려볼만한 곳이다. 지금은 이 곳에 승가대학을 짓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 동복면 유천리에서 바라본 모후산.
ⓒ 최연종
유마사 계곡은 고로쇠 약수 채취로 분주했다. 고로쇠에 얽힌 전설도 많다. 도선국사가 광양 백운산에서 오랫동안 좌선을 하고 일어나려는 순간 무릎이 펴지지 않아 옆에 있는 나뭇가지를 붙잡았다.

이때 가지가 부러지면서 물방울이 떨어지자 마침 갈증을 느낀 스님은 목을 축이고 일어나자 무릎이 펴지는 것이 아닌가. 스님은 뼈에 이롭다는 뜻으로 골리수(骨利樹)라고 불렀고 뒷날 고로쇠가 됐다고 한다. 모후산 고로쇠 물맛이 가장 좋다고 소문이 나면서 산에도 오를 겸 고로쇠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유마사 계곡을 기점으로 한 등산로는 정상을 바라보며 거닐 수 있는데다 유마사를 들려갈 수 있어 등산객들이 발길이 잦다. 모후산은 풍기는 산세에서도 그렇거니와 사람들에게 복삼, 고로쇠 약수와 산죽을 내주며 베풀기만 하는 우리 어머니 같은 산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화순군민신문 3월 14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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