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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뇌성마비장애를 가진 사람이다. 지금 나의 상태는 출생당시의 빠른 대처와 부모님의 헌신 덕분으로 다른 뇌성마비 장애인에 비하면 거의 미미한 수준의 장애를 가지고 있다. 나는 그동안 일반인과 같은 학교에 다니고 대학원까지도 무리없이 다녔을 만큼 자신의 '장애'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고 비교적 넉넉했던 집안형편 덕으로 장애인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 장애인 등록을 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장애인 복지 정책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도 잘 몰랐다.

그러다가 몇 달전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장애인 등록을 하였고 이에 따른 몇가지 '혜택'도 받아보며 얼마간 소위 '등록 장애인'으로 살면서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의 실상과 문제점에 대해 느낀바가 있어 몇 자 적어 보려한다.

나 정도의 미미한 장애를 가진 사람조차도 여실히 느끼고 있는 것이지만 우리나라 장애인 정책은 장애인의 사회적 통합이라는 목표를 이루기에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장애인과 그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게되는 사실이지만 장애인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실상 '신체적 장애' 그 자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보다는 '사회적 편견'이 더욱 심각한 문제이고 그 실체는 다름아닌 '배제의 논리'이다. 배제는 적극적인 따돌림과는 다르다. 일반인들이 거리에서 힘들게 걷고 있거나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장애인을 보게되면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 많은 이들이 "웬만하면 집에 있지 뭐하러 힘들게 나다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이러한 것이 바로 장애인들이 일상적으로 만나게 되는 사회적 벽, '배제 논리'의 실체인 것이다. 장애인들은 사회가 베푸는 일방적인 혜택을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비장애인과 똑같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거기에서 만족을 느끼며 이를 통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생활하며 여가를 즐기길 원하고 있다. 물론 장애인은 자신의 장애 탓으로 비장애인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가 쉽지 않다.

장애가 없는 사람도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내몰릴 수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장애인이 사회에 정상적으로 통합되기가 쉽지 않은 점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장애인 복지 정책의 핵심은 장애인들이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일자리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데에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혜택 위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정책은 초점을 완전히 상실하고 있다. 내가 '등록 장애인'이 되면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장애인에 대한 '혜택'은 무지 많아서 가지수로 50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하나같이 실속이 없다.

'장애인 혜택' 중에 가장 큰 것 중의 하나가 자동차에 LPG사용을 허가하는 것인데, 다수의 장애인들이 일을 할 수 없어 경제적으로 곤궁한 처지에 있는데 자동차에 LPG연료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준들 얼마나 많은 장애인이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인가?(오히려 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장애인 명의를 빌려 음성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장애인 이동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못해 기차역까지, 전철역까지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차비 몇 푼 깎아주고 전철표 공짜로 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이러저러한 생활상의 이유로 문화생활을 할 정신적 여유가 없는데 고궁, 공원, 사찰에 공짜로 들여보내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러한 혜택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유명무실한 혜택을 주는데도 국가 예산이 쓰인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차라리 이런 혜택을 잠정적으로 유보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 예산을 가지고 좀 더 실질적이고 사회의 도움이 더 필요한 장애인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되도록 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장애인 정책의 방향과 목표를 일방적인 '시혜'가 아닌 사회적 '통합'에 두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새롭게 출범한 "참여 정부"가 이름에 걸맞게 장애인들에게도 동등한 사회적 '참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인 정책 전환을 할것인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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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한국 중세사를 연구했었습니다. 또 저는 생태 환경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이 분야의 글도 가끔은 쓰고 싶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디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글을 많이 또 취재를 해가면 쓰는 사람은 아니고 가끔씩 저의 주장이나 생각을 논설형식으로 쓰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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