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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차 휴가를 쓰려던 하청 노동자 한 명이 관리자에게 폭행을 당하고 병원에 입원한 뒤, 또 다시 칼로 테러를 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아산의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인 세화산업에서 일하던 송모씨. 현대자동차 노조 아산지부(지부장 오점근)에 따르면, 지난 19일 송씨는 '월차를 내겠다'고 담당 조장에게 얘기한 후 작업을 하던 중 임모 과장이 면담을 요청해 사무실로 갔다. 그런데 임 과장은 "매번 특근도 안 하면서 무슨 월차냐"며 휴가를 못 내게 했고, 이에 항의하는 송씨의 목을 졸라 뒤로 넘어지게 했다. 그 충격으로 송씨는 병원에 입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 날 저녁 임 과장이 다른 2명을 데리고 송씨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가 이불로 송씨의 얼굴을 덮은 후 20cm정도의 칼로 왼쪽다리의 아킬레스건을 절단하고 도망간 것. 이로 인해 송씨는 인대의 70%를 손상당해 4개월 이상의 치료와 18개월 이상의 재활치료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20일 임 과장은 경찰에 자수해 조사를 받고 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하청노동자의 비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진단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대부분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생산해야 할 물량에 따라 회사가 조정하기 때문에 노동자가 편하게 쉬고 싶어도 마음대로 못 쉰다"며, 결국 "회사가 필요할 때마다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쓰기 위해 일상적인 폭언이나 폭력을 동원해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현대자동차 노조 아산지부에 따르면, 세원산업도 예약하지 않은 월차를 썼다고 노동자를 협박하여 시말서를 쓰게 하고, 병이 난 경우에만 월차를 허용, 그 후 진단서를 끊어오지 않으면 무단결근으로 처리하는 등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하청 노동자들은 회사의 이 같은 부당한 처우에 대해 제대로 항의할 수 없다. 항의를 한 노동자에게는 '해고'조치가 이뤄지고, 하청 업체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원청과의 계약해지'가 이루어져 항상적인 고용불안의 위협 속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현대자동차 사측은 세원 노동자들이 잔업을 거부하며 회사에 사건 해결을 요구하자 20일에 바로 세화산업에게 계약해지를 요구했다.

이에 세원산업 노동자들은 현자노조 아산지부와 함께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한편, 하청노동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방지와 차별 시정을 사측에 요구하며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김 집행위원장은 "생산비 절감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하청업체에 돌려 저임 노동자를 쓰고 있는 구조에서는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폭력과 차별대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하청노동자들을 원청으로 바로 고용하는 정규직화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인권하루소식> 2003년 3월 22일자(제23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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