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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티유 광장에 휘날리는 팔레스타인, 알제리, 모로코 국기들
바스티유 광장에 휘날리는 팔레스타인, 알제리, 모로코 국기들 ⓒ 박영신
봄볕 따스한 파리의 하늘에 팔레스타인과 이라크 국기가 힘차게 휘날렸다. 이라크 전쟁반대를 외치며 프랑스가 다시 한번 모인 것이다.

지난 3월 22일 15시 30분, 공화국 광장(place de la Republique)을 출발한 파리의 시위대는 바스티유(Bastille) 광장을 거쳐 목적지인 나시옹(Nation) 광장까지 침착하게 행진했다.

전쟁반대를 외치며 행진하는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오른쪽에서 네번째)과 사회당원들
전쟁반대를 외치며 행진하는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오른쪽에서 네번째)과 사회당원들 ⓒ 박영신
'이라크 전쟁반대, 중동에 평화와 정의를!'이라 적힌 깃발을 앞세우고 베르트랑 들라노에(Bertrand Delanoe) 파리 시장을 비롯, 프랑스공산당(PCF), 녹색당(Verts), 혁명적 공산당동맹(LCR), 노동자투쟁당(LO) 등 프랑스 좌파 정당 의원들과 1백여 단체들이 그뒤를 이었으며, 반인종주의, 인권, 평화운동 단체들과 함께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파리의 미국인, 프랑스에 살고 있는 쿠르드족(Kurdes)들도 나란히 행진했다.

바스티유 광장의 원주에 올라간 여고생들과 평화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
바스티유 광장의 원주에 올라간 여고생들과 평화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 ⓒ 박영신
그러나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자리를 지킨 이들은 파리의 고등학생과 대학생들. 이들은 미국의 이라크 공습 소식이 전해진 20일 아침부터 21일 금요일, 그리고 이날 22일까지 연속적으로 시위를 주도해왔다.

'이라크를 위한 외침', '석유를 위한 단 한방울의 피도 NO'라고 쓴 깃발과 플래카드를 든 시위대는 '세계를 폭격하는 이들에게 대답은 저항!', '부시(Bush), 블레어(Blair), 살인자', 또는 '이라크 민족을 구원하자!'는 구호를 입을 모아 외쳤다.

학생들은 또 'B-52의 프랑스 영공 통과반대(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은 강력한 반전의지에도 불구, 미-영 전투기에 프랑스 영공을 개방한 상태)'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파리의 시위대들이 공화국 광장을 출발, 바스티유 광장에 도착하고 있다
파리의 시위대들이 공화국 광장을 출발, 바스티유 광장에 도착하고 있다 ⓒ 박영신
시위대의 마지막 행렬이 나시옹 광장에 도착한 것은 대략 18시 30분. 파리 경찰국은 이번 시위를 대비해 5000명의 경찰이 동원했으나 집회는 별다른 사고없이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프랑스 전국 학생연맹은 다음 시위를 오는 목요일로 정하고 더 많은 호응을 호소했다.

녹색당의 노엘 마메르(Noel Mamere) 의원은 시위에 앞서, "전쟁이 시작됐다고 반전시위를 멈출 수는 없다. 우리는 반전투쟁뿐만 아니라 폭력과 이기주의에 근거한 세상에 맞서 투쟁하는 것"이라고 이날 시위의 의미를 설명한 바 있다.

리용(Lyon)에서도 1만명(경찰집계 5400명)의 시민들이 축제 분위기속에서 거리행진을 벌였다. 1km에 달하는 시위대는 '저항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다''석유를 위한 전쟁반대''부시·블레어·아즈나르(Aznar)를 국제형사재판소로!' 등의 구호를 외쳤다. 수십명의 공화국 기동대(CRS)가 지키고 있는 미국 영사관 앞에 이르자 시위대 몇몇은 영사관 건물에 침을 뱉기도 했으며, 팔레스타인 기를 흔들면서 '살인자 USA', '미국 상품 불매'를 외쳤다.

이라크인 여성들이 자국 국기를 흔들며 목청껏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라크인 여성들이 자국 국기를 흔들며 목청껏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박영신
한편, 시위대들과 따로 떨어진 30여명의 젊은이들이 한 맥도날드(McDonald's) 체인점을 공격, 기물을 파손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고는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에서도 일어났는데, 3000명이 모였던 이날 시위가 끝나고 150여명의 젊은이들이 클레베르(Kleber) 광장에 위치한 스트라스부르시 유일의 맥도날드 체인점에 돌을 던져 가게의 진열창을 깨뜨린 것. 맥도날드에 대한 이처럼 폭력적인 시위 양상은 지난 20일 저녁 파리에서 이미 시작된 것으로 앞으로도 유사한 사고가 계속될 전망이다.

성조기를 불태우며 환호하고 있는 젊은이들
성조기를 불태우며 환호하고 있는 젊은이들 ⓒ 박영신
한편, 바스크 지방(Pays basque)의 젊은 반전 운동가 그룹이 주동하는 '바(bar) 연합회'의 대표들은 이날, 이라크 전쟁에 항의하는 뜻으로 창고에 저장하고 있던 코카콜라(Cocacola)를 바이욘느(Bayonne)시 하수도에 몽땅 쏟아부었다. 연합회 소속 회원들은 코카콜라와 다른 미국상품 불매운동도 함께 전개할 것이라면서 시내 모든 단체들이 동참해줄 것을 요구. 이들은 또 '전쟁반대, 미제국주의 반대, 코카콜라 불매'라는 제목의 전단을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파리 9만명(주최측 집계 12만~15만명), 리용 5400명(주최측 1만명), 뚤루즈(Toulouse) 4000명, 낭시(Nancy) 2500명, 메츠(Metz) 1000명 등, 프랑스 전역에서 최소 16만5천명이 미국의 대이라크 군사행동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인 것으로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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