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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회 앞에서 열린 '파병안 반대' 시위 모습. 국회 인간띠잇기를 시도하는 시민들을 경찰이 가로막고 있다.
24일 국회 앞에서 열린 '파병안 반대' 시위 모습. 국회 인간띠잇기를 시도하는 시민들을 경찰이 가로막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사 수정 : 26일 오후 5시40분]

지금 청와대는 극도로 곤혹스럽다.

유례없이 강한 반전 여론에다 무난한 통과를 예상했던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의 국회처리 연기, 그리고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라크 파병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오늘 '반전' 시민사회단체 간부들과 만나 이 자리에서 반전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볼 예정이지만 현재로선 여의치 않아 보인다. 우선 몇몇 시민단체 간부들 가운데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조차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MBC와 코리아리서치센터가 지난 24일 전국 성인남녀 10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74%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지한 응답자는 22%에 불과해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압도적이다.

특히 여성의 79%, 20대의 85%라는 압도적 다수가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군의 이라크전 비전투병 파병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가 47.5% : 47.7%로 팽팽히 맞섰다.

반전·파병 반대 여론이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는 점, 노 대통령이 결정한 파병안을 야당인 한나라당보다는 여당인 민주당 일부에서 더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는 점 등은 청와대를 매우 아프게 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가장 곤혹스러운 점은 반전·파병 여론이 점점 확대되는 상황에도 이들을 설득할 논리가 마땅히 없다는 데 있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설득이 되겠는가, 서로 '이것이 애국이다'라고 확신에 차 있는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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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새가 우스워진 대통령-여야 총무 만찬

25일 저녁 6시 청와대에서 열린 노 대통령과 한나라-민주 원내총무와의 만찬은 파병안 국회처리 연기로 인해 모양새가 우스워졌다. 당초 청와대측에서 이 만찬을 기획한 데는 막 파병안을 처리하고 만나는 양당 원내총무를 대통령이 치하하고 '이제 이라크 문제는 털고 대북 특검 문제를 잘 풀어보자'고 당부하기 위해서였다. '25일 저녁'이라는 만찬 시간에는 이런 뜻이 담겨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 청와대 제공
하지만 뜻하지 않은 거센 여론에 밀려 파병안 국회 통과가 연기되자 상황이 이상해졌다. 이날 만찬에서는 오히려 이규택 한나라당 총무가 노 대통령에게 "민주당의 당론을 통일시키고 시민사회단체를 설득해달라"고 요구하고 대통령은 난감해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약 5분 늦게 만찬장에 도착한 노 대통령은 자리에 앉자마자 "오늘 파병 동의안이 잘 안됐지요"라고 말했다. 이규택 한나라당 총무는 "죄송하다"고 답했지만, 곧이어 "한나라당은 파병안 찬성을 당론으로 정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 집권당이 분열되지 않고 하나가 돼야 일이 풀리지 않겠느냐"고 화살을 노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에 돌렸다.

노 대통령은 "나도 여러가지 설득 방안을 검토하겠다"면서 "단순 논리와 명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 전략적 결정을 국민들과 공유하기가 쉽지 않다. 국민은 명분과 논리를 중시하기 때문에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규택 총무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비공개 만찬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는 질문에 "파병안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세가지를 말했다"며 "첫째 국론이 분열된 상황을 통합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둘째 일부 시민단체가 반대하고 있는데 그들과 토론해서 설득해달라, 셋째 민주당이 당론을 통일시키도록 해달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밑 설득 작업에 나서는 유인태 수석

이래저래 난감한 청와대지만 그렇다고 마냥 팔짱을 끼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일단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이 물밑 설득작업을 시작했다. 유 수석은 26일 오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노 대통령에게 "(반전운동을 펴고 있는) 시민단체와 간담회를 통해 이라크전 파병에 대한 불가피성을 설득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지금 세계적 분위기도 그렇고, 반전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확신이 강하기 때문에 그들을 설득하려 한다기 보다는 의견을 듣고, 대화하고, 상호간의 입장을 존중하는 자세로 임해달라"고 말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파병을 반대하는 것도 국민들의 의사표명 권리"라며 "하지만 시위는 합법의 틀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규범을 준수하면서 대화해야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측은 "간담회는 비공개"라며 시간과 장소, 참석자 등을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의 간담회를 이처럼 철저히 비공개에 부치는 것은 이례적인 일.

사실 유 수석의 '반전' 시민사회단체 설득 작업은 끝내 그들을 설득하겠다는 의도보다는, "직접 설득하라"는 한나라당 의견에 대한 반응 차원이 강하다. 간담회를 앞둔 유 수석에게 한 노 대통령의 당부, 비공개 진행 등에는 이런 난처한 청와대의 입장이 스며들어 있다.

3월 28일 국회 통과 시도

청와대는 여론의 추이를 조심스럽게 지켜보면서도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에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다음달에도 임시국회가 예정돼 있지만 이번 회기를 넘어갈 경우 파병 동의안을 새로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4월 2일 노 대통령의 국회 연설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그때까지 해결이 안 될 경우 여러모로 부담스러워진다.

여야는 일단 28일 본회의에서 다시 처리를 시도하기로 합의했다.

문희상 비서실장은 파병안 부결 가능성에 대해 "말도 안된다"면서 "이렇게 도와야지 전후 복구사업에서도 우리가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고 파병 당위론을 폈다. 라종일 국가안보 보좌관은 "동맹관계에서는 어려울 때 도와야 하며 기회주의적으로 하면 안된다"면서 "원칙을 세우면 여론 추이 등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지 말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라 보좌관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파병 반대 성명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데 대해 "한 사안을 결정할 때 정부 여러 부처에서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고, 그중 하나일 뿐"이라고 파문 확대를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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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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