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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5일에 잇었던 '번개'모임에서 좌로부터 '착한이상원', '베라모드', '안양드롱'
2월 15일에 잇었던 '번개'모임에서 좌로부터 '착한이상원', '베라모드', '안양드롱' ⓒ 이상원
누군가가 당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 주위에 있는 3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시에 ‘예’하고 대답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 느낌이 색다르고 심지어 충격적이기까지 할 것이다. 평범한 우리네 인생사에서 어쩌다 한 두 번쯤은 동명이인을 만나는 경우들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고등학교 때 같은 학년 900여 명 중에 나보다 작은‘이상원’이가 한 명 있었고, 미국에서는 6-7년전에 보스톤 안식일교회에서 뉴욕 알바니에 사신다는 5-6년 연배의 ‘이상원’이라는 분을 만난 적이 있다.

두 경우 다 좀 당혹스럽기도하고 반갑기도 한 묘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여기 300여 명이 넘는 '이상원'들이 있다.

미국생활을 하는 나로서는 제대로 나의 이름‘상원’을 발음하는 이민족을 만나지 못해 늘 불만이었고‘쌍원’또는‘쌩원’이라 부르는 이들에게 꼭 상소리를 듣는 기분이었다.

한국이름을 고수하길 마치 민족혼이라도 지키는 일처럼 여기던 나도 90년 중반쯤 나의 아들 ‘경환’이가 학교를 다니면서부터 이름으로 인해 심각하고 평탄치 못한 학교생활을 예고하는 것을 보고, 드디어 중대 결심을 내리고 아들과 함께 거금 600여불과 법원공시기간 3개월을 허비해가며 동네법원을 통해 아들은 천주교 영세명‘마이클 (미카엘)’로 나는 견진명 ‘사무엘 (샘)’로 개명을 하였다.

2002년 2월 14일, 우연찮은 기회에 한국 인터넷을 접하고, 한글 폰트를 깔고, 다음포탈사이트에 가입하여 이차 저차하여 나의 그리운 한글이름‘이상원’을 주제로 한‘이상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 (http://cafe.daum.net/sangwonlee/)’이란 카페를 개설하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이상원’들에게 절대적인 호응을 받아 지난 1년 동안 무려 343명의 ‘이상원’들이 가입하여 재미나는 사연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초등학생 ‘이상원’으로부터 노년을 바라보는‘이상원'까지 남녀노소를 망라한 ‘이상원’들의 사연은 나의 기대 그 이상이었고 동명이인들을 통해 느끼는 묘한 기분과 깊은 연대감이 우러나오게 된다. 게시판에 올라온 사연들을 보면‘어딜가나 같은 이름은 꼭 하나 있더니’, ‘음, 역시 흔한 이름이군’이라는 자조적인 반응에서부터 ‘이상원이라는 이름에 누가 되지 않을께요’라는 다짐과 각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반응들을 보여주고 있다.

몇몇 ‘이상원’들은‘심심해서 서치엔진에 이름을 쳐보았더니’라고 우연하게 접한 경로를 이야기한다. 대부분의‘이상원’들은‘정말 이렇게 많은 상원이가 존재하다니’라고 300여명이 넘어가는 숫자에 놀라움을 표하기도 한다. 어떤 상원인 ‘이상원’으로 인터넷 도매인 이름을 싹슬이했다고 자랑을 하기도 하고 ‘김상원’, ‘주상원’ 등 다른성을 가진 상원이들이 가입하여 인삿말을 올리기도 한다. 남자친구‘이상원’을 군대에 보낸‘이상원’의 여자친구가 가입하여‘이상원’카페의 일원이 되겠다며 조르기도 한다.

‘이상원’카페를 통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보람은 여자‘이상원’들의 반응이었다. 사실 이상원 카페가 아니었다면 많은 남자 이상원들은 여자 이상원들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칠뻔 했을 것이다.

이곳에서 여자 상원이들은‘여자 상원이, 나만이 아니었네’, ‘소방차 이상원, 탤런트 박상원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남성적인 이름으로 굳어지지는 않았을텐데 … 겨울연가에서 배용준이 “상원아~”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그런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될 수는 없겠지요’라는 남자이름 콤플랙스를 토로하기도 한다.

반면에 주위사람들이 오래도록 이름을 기억하여 주는 이점도 있다고 성숙한 면모를 보이는 여자 상원이들. 특히‘상원이라는 이름이 꼭 남자이름일수는 없는데 그동안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남성적인 이름으로 치부되던 이름에 대한 양성평등의 자각을 통해 이상원이라는 이름에 대한 바른 지침을 제시하며 ‘상원’이라는 이름에 대한 자부심을 다지기도 한다.

‘잘난 이상원, 못난 이상원, 어른 이상원, 애들 이상원, 상원이 끼리 모여 이름 값하며 친목을 도모해 보자’는 카페의 취지대로 서울에서는 운영자 중에 한사람인 닉네임‘안양드롱’ 이상원을 중심으로 그동안 2회에 걸친 이상원들의 오프모임이‘번개’이라는 이름으로 있었다.

덧붙이는 글 | http://cafe.daum.net/sangwon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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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잡지연구소 연구원 근무하다 버지니아텍에서 농공학을, 브라운대학에서 지질학을 공부했으며 노스이스턴 공대 환경공학석사와 로드아일랜드대학 토목환경공학박사를 취득했다. 플로리다주 리 카운티 공무원을 시작으로 미연방공무원으로 국방성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에 근무하고 있다. 2003년 한국정부로부터 5.18 민주화유공자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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