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 신윤식 회장이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회장직을 자진 사퇴했다.
28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하나로통신 정기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은 자신의 이사 선임안건을 표결에 부치기 직전 신상발언을 통해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신 회장은 "정치권의 모의원이 나를 몰아내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으며, 대주주인 LG그룹도 협조는 커녕 지속적으로 뒷다리만 잡아왔다"며 "이를 막고자 하는 오기로 여기까지 왔지만 대부분의 주주들이 나를 믿어준 만큼 명예롭게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윤식 회장의 연임 문제를 놓고 LG그룹과 첨예하게 대립했던 하나로통신의 경영권 분쟁은 신 회장의 '정치권 인사 개입 발언'과 함께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그 동안 하나로통신 지분의 15.89%를 소유한 LG그룹이 내 연임을 반대했지만 각고의 노력을 통해 경영권 방어를 위한 26.5%를 달성했다"면서 "그러나 이 자리에서 내 이사 선임안을 표결에 부치지 않고 자진사퇴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통신사업자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지난해 13억 달러 외자유치를 시도하는 등 혼신의 힘을 다해왔지만, 대주주인 LG그룹은 파워콤을 공동 인수하자는 우리의 제안을 거절해 외자유치를 무산시켰다"며 LG그룹의 처사를 비난했다.
신 회장은 이어진 신상발언을 통해 "따로 퇴임식을 하지 않을 것이며 주주들을 모신 자리에서 퇴임사를 하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한 뒤 과거 정부의 대기업 위주의 통신 정책을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신 회장은 "그 동안 독점적인 통신정책을 경쟁정책으로 간 것은 후발사업자를 키워 독점구조를 막자는 것이었는데 현 정통부는 여전히 재벌위주의 통신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며 "31개의 통신사업자 가운데 흑자를 내는 것은 KT 등 대기업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거 김대중 정부는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을 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170조를 들여 망해 가는 대기업은 살리면서 16개 통신사업자가 망하는 것은 바라만 봤다"고 목소리 높였다.
신 회장은 마지막으로 "아직 새로운 대표이사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새 대표이사와 함께 주주 여러분들이 하나로통신의 발전을 위해 협력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을 맺었다.
한편 이날 주총에는 주요주주와 소액주주를 포함, 모두 690여명의 주주가 참석, 이날 주총에 쏠린 관심을 반영했다. 이날 주총에 참여한 주주들의 지분은 1억1397만주(40.76%)가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5.41%의 지분을 가진 SK텔레콤을 비롯해 4.30%를 가진 대우증권, 8.43%를 보유한 삼성전자 등도 참석했다.
하나로통신은 올해 1조58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주주들에게 제시했다. 또 오는 2007년까지 매출을 4조5000억원으로 늘려 통신시장의 강자로 부상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또 이날 주총에서는 남영우 데이콤 KIDC 사장, 서사현 전 파워콤 사장, 박성규 한국통신학회 회원, 이웅해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김용환 변호사, 김선우 한국방송공사 이사 등 6명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돼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그러나 하나로통신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시외 및 국제전화사업 등을 포함한 정관변경 건을 통과시키지 못함에 따라 오는 10월 예정된 사업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통신 한 관계자는 "하나로통신의 시외 및 국제전화사업을 막아 독자 생존을 막으려는 LG측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며 "조만간 임시 주총을 소집해 정관변경을 재 상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 "이의 있습니다"와 신 회장의 자진 사퇴 | | | 하나로통신 주주총회 현장 | | | |
"이의 있습니다."
"발언 기회를 주십시오."
하나로통신 주주총회가 열리는 서초동 전자센터 12층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최대 관심사는 하나로통신 신윤식 대표이사 회장 연임 건. 신윤식 회장 연임을 반대하는 주주들은 계속 발언 기회를 요구했다. 회의장 오른편 중간에 앉아 있는 20여명은 손을 들고 '이의 있습니다'를 외쳤다.
이날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은 주식수가 명기된 바코드를 받았다. 표결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하나로통신은 이날 미리 바코드를 발급했던 것.
신윤식 회장은 주주총회가 시작되자 "주식 값이 싸서 미안하다. 주식 값을 올리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1호 의안인 '2002년도 대차대조표 및 손익계산서 승인 건'에서부터 '이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표결이 진행됐다.
주주총회 의장인 신윤식 회장이 "반대표와 기권표만 계산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두고도 이의제기가 터져 나왔다.
이어 정관변경과 관련된 의안도 표결이 진행됐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기권표와 반대표만으로도 찬성표를 압도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결국 정관변경부터 부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신윤식 회장의 연임을 반대했던 LG쪽도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정관 변경 건 표결 결과를 발표한 신윤식 회장은 곧바로 "대표이사를 자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5분 여 동안 퇴임사를 대신한 소감을 피력한 신 회장은 주주총회 장을 바쁘게 빠져나갔다.
"이의 있습니다"를 목청 터지게 외쳤던 LG쪽 관계자들은 주주총회가 끝나자 여기저기에서 축하인사를 받았다. / 박수원 기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