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교수의 발언은 "노 대통령과 국회의장, 국회의원들에게 이라크전 파병과 관련하여 경고와 부탁을 한다"고 시작되었다. 다음은 리 교수가 발언한 '이라크전 파병 반대 이유'의 요지이다.
"우선 이라크와의 전쟁을 합법화, 정당화하려고 미국이 주장했던 모든 사실들이 거짓임이 드러났다.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심의한 결과, UN 무기사찰단의 조사 결과,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아무런 명분도 없이 침략전쟁을 감행한 것이다.
이라크전은 UN의 합의 하에 이루어진 전쟁이 아니며 UN에 대한 일종의 도전 행위이다. UN의 정신과 규약에 의거하여 탄생한 대한민국이 왜 이러한 전쟁에 파병해야 하는가. 게다가 이라크전은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국제사회에서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노 대통령과 국회의장, 국회의원들은 헌법에 의거하여 행동해야 한다.
파병지지세력들은 1954년에 채택된 '한미방위조약에 의거하여 한국이 미국의 이라크전에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동맹이라고 해서 무조건 두 나라가 함께 군사적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미국과 한국은 함께 군사적 행동을 해야 하는가? 당사국 중 한 나라가 '태평양지역'에 위치한 외부세력 '무력공격'에 의해 침략당했을 때이다.
여러분, 이라크가 미국을 무력으로 선제공격을 했습니까? 이라크가 극동지역에 있습니까, 태평양지역에 있습니까? 태평양지역이 아니거나, 군사적 행동으로 도발되지 않은 경우라면 한미방위조약에 의거한다고 해도 한국이 파병을 해야 하는 이유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군사적 속국이다
"여러분, 대한민국은 주권국가입니까?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주권의 3대 요소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영토와 국민, 그리고 통치기구입니다. 하지만 한미방위조약은 미국이 군사적으로 필요하면 언제든지 군사적으로 대한민국의 영토, 영해, 영공을 언제든지, 군사적으로 사용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무엇을 말합니까? 그것은 바로 우리가 주권을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은 한미방위조약에 의거하여 파병했을까요? 아닙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방위조약은 무용지물이었습니다. 한국은 남베트남이 군사적 지원을 요청했기 때문에 파병한 것입니다. 한미방위조약은 아무 상관없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교활한 수법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동맹국의 전쟁에 무조건 파병을 해야 할까요? 베트남 전쟁 당시 영국은 미국의 파병요청에 못 이겨 의장대 6명을 파견했습니다. 미국과 같은 앵글로 색슨족 계열의 영국도 단 6명만을 파견한 것입니다."
미국은 오로지 미국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한다
"여러분,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한다는 국익은 도대체 얼마나 국가에 봉사하는 것입니까?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방법은 도덕적이어야 합니다. 석유 보장, 살인, 강도, 파괴도 국익을 위한 것이면 행할 수 있는 것입니까? 남을 죽이지 않고, 해치지 않아야 합니다.
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이라크전 파병을 전략적으로 지지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약속을 믿는 것이야말로 전략적으로 미숙한 것입니다. 부시 행정부로 대변되는 공화당의 유일한 행동규범은 미국의 이익뿐입니다. 미국은 오로지 미국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할 것입니다.
파병한 우리 군인들은 이라크 포로수용소의 간수병이나 경비병을 맡게 된다고 합니다. 포로수용소의 간수병이 전범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여러분, 우리가 왜 이라크의 적이 되어야 합니까? 우리가 이라크전에 파병해서 얼마나 국제활동의 영역이 넓어집니까? 이라크전이 끝나면 미국의 지배력이 더욱 강해질 뿐입니다. 그렇다면 더욱 강해진 미국의 대북한 정책은 무엇으로 견제할 수 있습니까?
마지막으로 노 대통령과 미국 사이에는 어떤 비밀 협약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에 비밀 협약이 있다면 그것은 이상의 이유로 무효화되어야 합니다."
리 교수는 발언 도중 노무현 대통령을 노태우 대통령이라고 잘못 말해 시위참가자들은 폭소를 자아냈다. 그리고 중요한 대목에서는 거듭 '잘 들으라'고 강조해 전직 교수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불편한 몸으로 인해 군데군데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이 있었다. 하지만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리 교수의 결연함을 몸소 느낀 것처럼 보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 <뉴스타운>에도 실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