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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0일 열린 개혁국민정당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연설을 하는 문성근씨. 노무현 당시 후보는 문성근씨의 이날 연설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고, 그 장면이 선거광고 '눈물'편으로 제작돼 방송에 나갔다.
지난해 10월 20일 열린 개혁국민정당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연설을 하는 문성근씨. 노무현 당시 후보는 문성근씨의 이날 연설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고, 그 장면이 선거광고 '눈물'편으로 제작돼 방송에 나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사모에서 이 두명이 차지하는 위상이 큰 만큼 노사모는 한차례 큰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ID '문짝'인 문성근씨는 노 대통령의 눈에서 눈물이 나게 할만큼 감동적이고 힘찬 연설로 유명하며, 또 노사모 회장을 지낸 명계남씨(ID '바밤바')는 대선 당시 '돼지 아빠'로 불리며 희망돼지 모금에 앞장섰다.

먼저 탈퇴의 불씨를 당긴 사람은 문씨였다. 문씨는 이날 오전 11시52분 노사모 홈페이지(www.nosamo.org) 게시판에 '문성근/문짝'이라는 ID로 <노사모를 탈퇴합니다 - 문성근>이라는 짧은 글을 올려 탈퇴의 뜻을 밝혔다.

저는 오늘 2003. 3. 31자로 노사모를 탈퇴합니다.

지난 해 12월 19일 대통령 선거 이후 이루어진 <노사모 진로 논쟁>에서부터 <수익사업 논의>까지를 종합적으로 지켜보면서, 이제는 더 이상 회원 자격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러, 오늘 탈퇴합니다.

문성근 드림.


저녁 7시27분 게시판에 명계남의 탈퇴가 이어졌다. 문씨의 '탈퇴의 변'은 짧고 함축적인 반면, 명씨의 글은 길고 명확했다.

명씨는 "최근에 수익사업 논의 같은 경우는 제 소견으로서는 노사모의 뜻을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면서 "진로 논의와 수익사업 관련 논의와 같은 일들이 우리들의 의사결정방식인 전자투표에 의해서 결정된 이상, 구성원으로서는 조직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제 개인으로서는 그 당혹감을 극복하는 방법이 이와 같이 '탈퇴'할 수밖에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명계남씨가 게시판에 올린 탈퇴의 글 전문이다.

[노사모를 탈퇴하며…]

지난 3년여 동안 노사모와 함께 해온 님들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노사모 활동하면서 저 스스로가 많은 것을 배웠고 좋은 인연들을 소중하게 간직한 채 이만 노사모를 떠나려고 합니다.

저는 사실 노사모의 진로문제가 불거졌을 때 노사모는 해체돼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어떤 사안이든 노사모의 존속이 우리 사랑하는 사람에게 부담이 되어서도 안되고, 동시에 우리가 모였던 그 열정들이 또 훼손되는 일이 있어서도 더더욱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이야기했듯이 각성한 개인들의 느슨한 연대라는 노사모의 활동방향이 그 어떤 세력들에 의해서 왜곡되고 또 지나치게 주목을 받고 노사모가 불순한 세력들에게 이용될 소지는 무슨 일이든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 노사모가 일부 어떤 회원들이 탈퇴를 하거나, 노사모라는 이름으로 존속되거나 해체되거나 그 어떠한 경우라도 우리가 처음에 모였던 그 정신과 열정은 역사에 길이 남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노사모 회장을 지낸 '명짱' 명계남씨. 그는 대선 당시 '돼지 아빠'로 불릴 정도로 희망돼지 분양 사업에 큰 공을 세웠다.
노사모 회장을 지낸 '명짱' 명계남씨. 그는 대선 당시 '돼지 아빠'로 불릴 정도로 희망돼지 분양 사업에 큰 공을 세웠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최근에 수익사업 논의 같은 경우는 제 소견으로서는 노사모의 뜻을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진로 논의와 수익사업 관련 논의와 같은 일들이 우리들의 의사결정방식인 전자투표에 의해서 결정된 이상, 구성원으로서는 조직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제 개인으로서는 그 당혹감을 극복하는 방법이 이와 같이 '탈퇴'할 수밖에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현직 대통령의 이름을 단 수 만명의 회원조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우리 스스로에게 그리고 노짱에게 부담이 된다고는 생각지 않으십니까? 8만여 명의 회원의사 결정구조가 지극히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게시판에 한두 줄만으로도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악용되는 사실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전적으로 제 의견입니다만은….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우리는 우리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앞으로 더욱더 헤쳐나가야할 수 많은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쯤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새로운 활동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장황하게 늘어놓으려 해도 가슴에 있는 이야기를 다 담아내지 못하는 이런 식의 서투른 글쓰기 재주가 안타깝습니다.

지금 이 순간, 지난 3년간 제주, 부산, 광주, 대구, 전주, 춘천, 성남, 서울 등등 전국각지에서 마주쳤던 뜨거운 눈빛들이 기억납니다.
우리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노무현을 사랑합니다.
저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우리가 나누었던 뜨거운 사랑이 새로운 열정으로 곳곳에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꽃을 피우기를 기대합니다.

2003. 3. 31 바밤바 명계남 올림


노사모 게시판에 오른 두 사람의 글 밑에는 "수고 하셨습니다", "당신이 먼저 떠나시는군요…" 등 댓글이 연이어 달리고 있다.

논란으로 떠오른 노사모의 상업화

두 사람의 탈퇴에는 최근 노사모에서 인터넷 투표로 통과된 유료배너 문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노사모는 재정 불안에 따라 홈페이지에 유료 배너광고를 다는 문제를 놓고 21일부터 24일까지 인터넷 투표를 벌인 결과, 총 2964명이 참여해 찬성 2141명(72%) 반대 823명(28%)으로 통과시켰다.

부산 노사모 대표 이상호(ID 미키루크)씨는 "토요일(29일) 문씨를 만났는데 유료배너에 대해 굉장히 화를 냈다"면서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자발적으로 정치개혁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무슨 상업광고냐고, 이해할 수 없다며 흥분했다"고 말했다. 명씨도 수익사업 논의에 대해 "노사모의 뜻을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유료배너 광고가 결정적 계기이기는 하지만 그 배경에는 노사모의 진로를 둘러싼 논란이 깔려있다. 문씨와 명씨는 지난 대선 이후 노사모의 향후 진로 논란에서 '발전적 해체'를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명씨는 탈퇴의 변에서 보다 명확히 밝히고 있다.

명씨는 "저는 사실 노사모의 진로문제가 불거졌을 때 노사모는 해체돼야 한다고 생각했었다"면서 "어떤 형태로든, 어떤 사안이든 노사모의 존속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부담이 되어서도 안되고, 동시에 우리가 모였던 그 열정들이 또 훼손되는 일이 있어서도 더더욱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그는 "현직 대통령의 이름을 단 수만명의 회원조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우리 스스로에게 그리고 노짱에게 부담이 된다고는 생각지 않는가"라며 "8만여명의 회원의사결정구조가 지극히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게시판에 한두줄만으로도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악용되는 사실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선 이후 노사모의 진로는 두 사람의 뜻과 달리 '존속'으로 결정이 났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노사모에 적을 유지는 하고 있었지만 새로운 이름으로 보다 명확한 활동 방향과 멤버십을 설정한 '국민의 힘'이나 '라디오21'에서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왔다.

뒤숭숭한 노사모…홍역 불가피

문씨와 명씨가 노사모에서 차지한 위치만큼이나 두 사람의 탈퇴는 노사모에서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두 사람의 탈퇴 이후 노사모 게시판에는 속속 탈퇴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반면 반대 의견도 올라오면서 논쟁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초기부터 왕성한 활동을 해온 한 노사모 회원은 "명짱(명계남)의 탈퇴 이후 여기저기서 어떻게 할거냐는 연락으로 전화가 불이나고 있다"면서 "일단 내일까지 생각해보고 결정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사모 대표 차상호(ID 두리)씨는 "어차피 치뤄야할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조직이 좀더 건강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씨는 이어 "실은 그렇지 않은데 밖에서 보기에는 노사모가 굉장히 큰 압력단체처럼 보이고 있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노사모 전체적인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차씨는 "유료 배너광고를 달더라도 대기업 광고는 일체 달지 않거나, 노사모 회원이 하고 있는 사업의 광고를 선별해서 다는 등 대략의 가이드라인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차씨는 향후 전망에 대해 "좀더 지켜봐야겠다"면서 "게시판 논쟁도 보고, 필요하다면 모여서 토론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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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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