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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얼굴이 새내기를 위해 강의실을 찾았다. 공인으로선 한국 최초로 커밍아웃을 해 동성애자 인권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방송인 홍석천씨가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무지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강단에 선 것이다. 지난 27일(목) 서울대에서 열린 ‘새내기, 평화와 인권을 만나다’(주최 서울대 제2대학) 기획강연회 네 번째 시간. 동성애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적었던 탓일까. 이미 4백여명의 학생이 앉아있는 강의실은 강의 시작시간이 지났는데도 계속해서 채워지고 있었다.

ⓒ 임김오주
강의실에 들어선 홍석천씨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생소한’ 만남에 다소 딱딱한 듯 앉아있는 학생들을 향해서 “저랑 눈이 자주 마주치는 남자 분은 뒷풀이때 보자”며 되려 ‘긴장시키는’ 농담을 건내기도 했다. 터져나오는 웃음소리. 홍석천씨는 ‘이런’ 주제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런’ 농담을 건내도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분위기가 실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며 자신의 커밍아웃(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것) 이야기부터 풀어 놓았다.

2000년 그는 분명 ‘커밍아웃’을 했었다. 남들처럼 입 다물고 묻어둘 수도 있었고, 결혼을 해 아닌 척 살아갈 수도 있었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 이유였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가 커밍아웃이 아닌 ‘아웃팅(타인에 의해 강제로 동성애자임이 밝혀지는 것)’ 당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언론의 앞다툰 ‘특종보도’ 때문. 그의 커밍아웃 과정은 더도덜도 아닌 한국의 동성애자 인권이 짓밟히는 모습 그대로였다. 이런 이야기 끝에도 그는 여전히 농담 한마디. “친구가 커밍아웃 했는데 앞에선 이해하는 척하고 뒤돌아서 쟤 동성애자래~하면서 막 문자 날리고 그러지 마요.”

이야기가 겨우 ‘커밍아웃’까지 진행되었을 뿐인데 학생들의 질문 공세가 끊이지 않아 이후엔 아예 질문/답 형식으로 강연이 진행되었다. “이성애자를 사랑하다 연애에 성공한 적이 있나” 라는 개인적인 질문에서부터 “동성애자의 성관계에서 역할 분담은 어떻게 되나”와 같은 호기심성 질문까지 쉽지 않은 질문들이 이어졌지만 홍석천씨는 일주일 전 헤어진 애인 이야기까지, 자신의 동성애자로서의 삶을 그대로 드러내며 ‘공감’을 호소했다.

그가 ‘일반’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건 한가지란다. ‘관심’. 차라리 동성애자를 싫어한다면 ‘나 이런 사람이다’는 것을 알리며 싸우기라도 할테지만, ‘무관심’은 동성애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버리는 것이라고. “여러분 가족 중에 한 사람이 동성애자라고 생각해보자구요. 커밍아웃을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는데도 여러분은 무관심할 수 있을까요?”라며 동성애자 문제가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꼬집었다.

2시간을 넘긴 강연이 끝난 후 그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더 진솔하게 하고 싶었다고. 자신에겐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끝까지 앉아있어 주신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며 또 그 ‘감사’의 말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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