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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를 비롯한 메이저언론의 '여론장악력'은 무섭다. 우리는 조선일보 논조를 비판하면서 일정부분 조선일보가 주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무의식적으로 조선일보가 유포하는 논조의 일부를 '습득하게 된다.' 심지어 안티조선 진영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최근 새정부의 대언론관계에 관한 입장이 밝혀지면서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의 '역공세'가 치열하다.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언론이 이래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특히 문화관광부 내부홍보업무관련 문건과 관련해서는 이창동 장관과 문화부에 가히 '융단폭격식' 비판과 질책이 퍼부어졌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신문들의 '사실왜곡'이다. 이들은 '문화관광부 내부홍보업무관련 문건'을 혹은 '홍보지침'이라 명명하고 혹은 '보도지침'으로 매도했다. '홍보지침'과 '보도지침'은 의미가 매우 다르지만 '지침'이라는 표현이 주는 '느낌'으로 인해 독자들은 섬뜩해진다. 권위주의 정권의 '아픈 유산'의 하나인 '보도지침'을 우리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두환 정권시절 정부가 중요사건 보도와 관련해 각언론사에 하달한 보도지침은 기사크기, 기사제목, 기사배치까지 일일이 지시하고 있다. 86년 벌어진 추악한 부천서 성고문 사건은 '성고문이라고 쓰지 말고 성추행으로 쓸 것'이라는 지침을 내렸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은 충실하게 지침을 따랐다.

말지가 86년 9월 특집호 보도지침을 낼 때 실무자로 활동했던 필자로서는 최근 문화부 내부홍보문건을 '신 보도지침'으로 몰고 있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의 행태를 보고 '헛웃음'만 나온다. 엄혹했던 시절 '진짜 보도지침'에 순종하며 '사실왜곡'을 서슴치 않았던 조선일보가 '보도지침'이라는 단어를 감히 입에 올리는 것을 보고 차라리 '카멜레온의 비애'를 보았다.

어디 그뿐인가.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은 '취재원을 밝혀달라고 요구하자'는 순진한 주장을 마치 강제로 취재원을 밝히게 하려는 것처럼 확대포장해 독자들의 판단을 흐렸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고양이가 호랑이로 둔갑하고 고래가 돌고래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물의를 빚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인식은 틀리지 않다.

언론권력화에 대한 경고를 이론적으로 정교하게 '편' 사람들은 서울대 일부 교수들이다. 그들은 ' 언론이 87년이후 권위주의 정권이 몰락하면서 형성된 권위의 공백을 틈타, 군부독재 정권하에서 독재와 타협한 대가로 얻은 물적 토대를 바탕으로 스스로 권력화하여 성역을 구축해 심지어 준사법적 기능까지 대행하고 있다"는 점을 지면분석을 통해 설득력있게 제시했다.

언론운동진영은 권언유착의 폐해를 오랫동안 지적해왔고 노무현 정부가 취하고 있는 일련의 언론관련 조치를 '권언정상화'조치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오히려 언론운동진영이 우려하는 것은 타성과 낮은 권위주의에 물들어 있는 관료사회가 '약속한 바를 제대로 지킬 수 있을까'하는 점이다. 그에 앞서 문화부 내부홍보업무 문건의 경우 "과연 문화부 직원들은 내부홍보업무관련문건을 잘 소화하고 있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유창선 기자는 지난 4월 1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현사태에 대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 현정부가 언론개혁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엉뚱한 쟁점들을 계속 생산해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브리핑제가 낳고 있는 일방적 정보유통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채, 그보다 더 문제가 많아보이는 취재시스템 방안을 발표하였다. 거기에는 업무시간중에는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을 금지하고, 인터뷰취재는 공보관을 통해 신청하도록 하는가 하면, 취재에 응한 공무원은 자율적으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의 이른바 '독소조항'들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썼다.

그는 또 "거의 모든 기자들은 자유로운 취재의 제한으로 이어질 것을 크게 우려하였고, 그같은 반응이 단지 기우가 아니었음이 노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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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러한 지적에 동감하지만 유창선 기자가 가장 큰 문제로 "현정부가 엉뚱한 쟁점을 생산해내고 있는 것"이라고 한 데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다. 내가 보기에 가장 큰 문제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언론관련 정책이나 발언이 나오면 이를 확대재생산해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내부홍보업무 관련 문건을 '신보도지침'으로 둔갑시키고 '취재원을 밝혀달라'는 요청을 '취재원실명제의 강요'로 규정해 공격하는 식의 행태는 구체적인 예에 해당한다.

술좌석 특종경쟁의 폐해가 문제

노 대통령이 `청와대 3급이하 직원을 별정직에서 계약직으로 전환하려 한다'는 일부 보도를 "나가서는 안될 정보"라고 표현하고 '배신감'이라는 단어를 쓴 부분에 대한 보도도 마찬가지다. 유 기자는 이에 대해 "국가예산의 사용과 관련된 내용이, 더욱이 며칠후면 국무회의에 상정될 내용이 어째서 '나가서는 안될 정보'로 분류되는지 의문"이라고 썼다.

핵심은 왜 그러한 종류의 정보가 공개적인 브리핑을 통해서가 아니라 '술좌석' 혹은 '사적인 친분관계'에 의해 '흘려져야 하는가'이다. 노 정부에 객관적인 태도를 취하는 언론사 기자건 공격적인 언론사 기자건 국무회의를 거쳐 공개될 사실을 굳이 '사적인 통로'를 통해 얻으려 한다면 오히려 그게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청와대 일부직원의 계약직 전환계획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당연히 브리핑을 통해 공개해야 한다. 인사특종만 해도 그렇다. 몇시간 후면 발표될 인사내용을 사적인 친밀함으로 정보를 빼내고 하루전에 '특종'을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배신감'이라는 표현이나 '시샘 혹은 박해'라는 표현이 타당한 표현이었느냐는 점은 차후의 문제이다. 또 노 대통령이 관련정보를 '기밀'이라고 생각했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힘들다. 다만 그러한 정보들이 '사적인 통로'로 유출되는 것에 대한 경고임은 확실하다.

다만 "이러다보니 상황이 이상해지고 있는 것" "언론계가 자유로운 취재와 알권리, 그리고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고 있고, 현정부가 이를 제약하거나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라는 그의 주장에 대해서도 동조하면서도 우리는 그 역시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의 '교활함'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

또한 KBS사태와 조중동의 역공세로 조성된 권언관계 정상화 관련 긴장관계를 한 틀에 놓고 등가로 평가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크게 보아 언론문제의 틀에 모을 수 있지만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원인이 확연히 다른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서동구 사장 사태는 현정부의 인사실책이고 권언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벌어진 갈등의 주요인은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의 '일망타진 식 대응'에 있기 때문이다.

애초 노무현 대통령이 '권력은 권력의 길을 가고 언론은 언론의 길을 가야한다"고 했을 때의 인식은 타당했다. 다만 우리가 아쉽게 여기는 것은 권언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벌어질 오늘과 같은 상황을 현정부관계자들이 혹시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현사태를 '언론정책의 총체적인 난맥'에서 온다고 보기보다는 '권력화한 언론의 힘'에 대한 평가와 대응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현정부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언론정책을 내놓은 것이 없다. 권언관계 정상화에 관한 개별 '대책'을 내놓았을 뿐이다. 우리는 현정부가 언론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가지고 있다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부터 '사실확인'하고 싶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은 자신들이 담론형성과정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확실한 논조를 견지하고 그렇지 않으면 '양비론적 태도'를 취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권과 언론의 갈등을 놓고 현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현정부의 권언정상화대책에 대한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의 '조폭적 공격'의 문제라는 표현이 적당한 것은 아닐까.

문제는 언론이다'

또 '정부도 문제 언론도 문제'라는 식의 양비론도 사태의 본질을 흐린다. "문제는 언론"이고 정부는 세심하지 못한 대 언론관련 대책으로 '권력화한 언론'에 '빌미'를 많이 준 잘못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그러나 언론은 빌미를 주지 않아도 빌미를 만들어 정부를 공격했을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사실의 왜곡도 서슴지 않는 것이 우리 메이저 언론이 아닌가. 유 기자가 말한 '엉뚱한 쟁점'을 언론이 자꾸만 생산하고 확대하는 이유는 언론개혁담론을 사전 차단하기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빌미'를 주지 않아도 그들은 '꼬투리'를 찾아 이 담론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다.

유창선 기자의 문제제기를 계기로 언론정책과 언론개혁담론에 대한 토론이 섬세하게 전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부 권력화한 언론은 '권력을 휘두르다가도' 자신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 '고전적 언론자유의 영역'으로 쏘옥 숨어 들어가 스스로를 방어한다.

누구도 언론문제와 언론개혁담론을 쉽게 이야기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현정부도 이러한 점에서 자유롭지 못함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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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민언련 사무총장, 상임대표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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