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 위원 정수 조정문제와 KBS(한국방송공사) 사장의 국회 인준동의 등의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을 한나라당이 본격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은 "방송위와 공영방송사를 정당이 지배하겠다는 거대야당의 정략적 발상"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민주당이 문제삼고 있는 부분은 방송위원회 9명의 위원 중 현행 3명으로 돼 있는 대통령 추천몫을 1명으로 줄이고 한 교섭단체가 3인 이상을 추천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한나라당의 주장.
이같은 조항이 담긴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결국 국회 몫으로 할당된 6명 중 국회의장몫 1명, 교섭단체몫 3명 등에 대한 추천권을 행사해 사실상 전체 방송위의 과반 이상을 한나라당이 장악할 수 있다고 민주당 쪽은 우려하고 있다.
이에 김성호 민주당 의원(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민주당쪽 간사)은 6일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방송법 개정안은 행정부수반인 대통령의 권한을 전면 부정하는 헌법파괴적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중앙당사에 기자회견을 열어 "현행 방송위원 9명 중 대통령이 추천하는 3명을 1명으로 줄이고 국회가 추천하는 6명을 그대로 두어 총 7명으로 하자는 방안은 대통령의 권한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는 특정정당이 오히려 방송위를 장악하겠다는 것으로 외국의 어떤 선진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거대야당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의원은 "국회 추천 6명 중 한나라당은 다수당으로 3명을 확보하고 또 현행규정에 의해 한나라당 출신인 국회의장 추천 몫인 1명을 더해 사실상 국회추천 몫 6명 중 모두 4명을 차지하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KBS(한국방송공사)에 대한 국회동의 절차추진에 대해서도 경영위원회에 의해 사장이 선임되는 영국 공영방송 BBC의 사례를 거론하며 "외국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정략적 발상이며 방송사의 정치적 독립성·자율성·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한나라당 언론대책위가 추진하고 있는 방송법 개정안은 그동안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공세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면서 "하지만 실제 국회에서 입법을 강행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의사가 명백해졌기 때문에 우리의 입장을 밝히자는 결론을 낸 것"이라고 기자회견을 열게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내세우는 밀실인사, 정실인사의 폐해를 막고 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며 4월 임시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배용수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6일 논평을 통해 "KBS 신임사장의 제청은 새 이사회가 해야 하며 노 대통령의 파행인사에 동조한 현 KBS 이사진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 뒤 이를 위해 방송법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배용수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또 "기존의 KBS 이사회가 새로운 사장 제청을 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며 야당과 노조, 언론의 요구를 정면으로 묵살하고 나섰다"며 "대통령은 파행인사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신임사장은 새로운 이사회에 맡겨야 마땅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 방송위원회 구성 어떻게 하나 | | | 현행 방송법 대통령 3명, 국회 6명 추천토록 규정 | | | | 현행 방송법 21조는 방송위원회 위원 9명 중 3명은 대통령이, 6명은 국회가 추천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엄격한 중립성·독립성이 요구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이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과는 달리 사법부의 몫이 배제된 특별한 경우이다.
국회가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6명 중 3명은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대표의 협의를 거쳐서, 나머지 3명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가 의뢰해 임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전자의 3명은 국회의장이 1명,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1명씩 추천을 하도록 하고 있고, 후자의 3명은 민주당 1명, 한나라당 1명, 자민련 1명이 그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방송법 제21조(방송위원회의 구성)
②대통령은 위원회 위원을 임명함에 있어 3인은 국회의장이 국회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하여 추천한 자를 임명하고, 3인은 방송관련 전문성과 시청자대표성을 고려하여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추천의뢰를 받아 국회의장이 추천한 자를 임명한다.
이렇게 구성된 9명의 방송위원회 위원은 KBS(한국방송공사)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그중 핵심은 사장 제정권을 지닌 이사회의 이사진 11명을 방송위원들이 추천할 수 있도록 한 규정. 따라서 정치권은 방송위원회 위원 정수조정에 민감해할 수밖에 없다.
한편, 민주당은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와 성유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을 방송위원회 위원 추천자로 내정했다.
방송법 제46조 (한국방송공사 이사회의 설치 및 운영)
①공사는 공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공사 경영에 관한 최고의결기관으로 이사회를 둔다.
②이사회는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 11인으로 구성한다.
③이사는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방송위원회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④이사장은 이사회에서 호선한다.
⑤이사장을 포함한 이사는 비상임으로 한다.
⑥이사장은 이사회를 소집하고 그 회의의 의장이 된다.
⑦이사회는 재적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⑧이사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다른 이사가 그 직무를 대행한다. / 이성규 기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