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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사람들의 물축제 모습
미얀마 사람들의 물축제 모습 ⓒ 정범래
"미얀마"를 아십니까?

우리에게 "미얀마"라는 나라이름보다는 "버마"라는 옛 이름이 더 친숙한 곳, "황금의 땅"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보석과 원유, 천연가스를 비롯한 무수한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는 대륙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나라 "미얀마". 하지만 아직은 잠들어 있는 은둔의 나라. 미지의 땅..

조용한 불교의 나라 미얀마가 매년 4월 중순이면 긴 잠에서 깨어난다.
이 나라 최대의 명절 '띤잔(Thingyan)축제'가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미얀마의 가장 무더운 4월에 감정의 기복 없이 하루하루 부처님의 길을 따라 수도승처럼 사는 미얀마 사람들을 깨우는 전령이 되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물에 적실 것을 명령한다.

띤잔축제 4일 동안 미얀마의 모든 업무는 올 스톱이다. 학교는 휴교하고 관공서와 모든 회사는 업무를 중지하고 상가는 철시한다.

사람들은 썬그라스와 이날을 위해 미리 준비해놓은 멋진 옷을 입고 거리로 몰려 나온다. 마을마다 거리마다 온통 사람들과 물로 뒤범벅 난리이다.

서양에는 크리스마스를 위해 1년을 일한다면 미얀마에서는 띤잔축제를 즐기기 위해 1년을 일한다고 할 정도로 미얀마 전체가 들썩거린다. 시내의 주요거리는 물 축제 며칠 전에 미리 준비해 놓은 형형색색의 페인트로 칠해진 단상 위에서 미얀마 사람들이 새해를 행복하게 맞이하고 그들의 죄를 씻어낸다는 의미로 지나가는 사람과 자동차에 물을 뿌려 댄다.

미얀마에서 "띤잔"은 전쟁이다. 그러나 기분 좋은 전쟁이다. 총성도 없고 전사자, 부상자도 없다. 슬픈 사람 없고 이기고 지는 이 없는 모두가 승리하는 축복된 전쟁이다.

축제 기간동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물을 뿌릴 수 있는 모든 것이 총동원된다. 주전자, 생수통, 바가지, 깡통 심지어 띤잔 전후에는 이곳에 진출해 있는 한국 공장들의 소방호스는 이미 장난끼 많은 공장 종업원들에게 징발 당해 길거리의 어느 누구를 향해 뿌려지고 있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든 종류의 최신 유행의 물총을 보고 싶다면 미얀마의 신년축제 띤잔을 보면 된다.

띤잔은 원래 미얀마 토속 정령신앙인 "낫Nat"과 외래종교인 불교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신년축제이다. 이 축제는 3-4일 정도 계속되는데 미얀마력을 바탕으로 "뽕나Pounna"라는 미얀마의 점성술사에 의해 매년 결정된다. (미얀마력으로 4월을 "다구라 dagula"라고 하며 새해의 시작이다. 올해 "띤잔"은 4월 13일부터 16일까지이다.)

축제는 "더자밍 낫" (Thagyamin Nat 빨리Pali어로 인드라신 )이라고 하는 "낫Nat"의 왕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와 인간에게 축복을 해주고 인간의 선행공덕을 평가하면서 시작한다.

이 "더자밍"이라는 "낫"이 하늘에서 내려올 때는 양손에 책을 각 한 권씩 두 권을 가지고 내려오는데 한 손에는 인간의 선행을 기록한 황금책을 한 손에는 인간의 악행을 기록한 견피(犬皮)로 된 책을 들고 내려온다고 한다.

그래서 이때 미얀마 사람들은 "더자밍 낫"에게 평가를 잘 받으려고 거리 곳곳마다 음식을 내놓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보시하기도 하고 사원에서 지난 잘못을 반성하는 기도를 드리기도 한다.

또한 마을마다 부처님을 모시는 파고다를 청소하고 불상을 물로 씻겨주는 행사를 하며 인간의 영혼이 있다고 믿어지는 머리를 깨끗이 한다는 의미와 웃어른에 대한 공경의 표시로 마을의 젊은이들이 노인들의 머리를 감겨주는 의식을 행함으로서 공덕을 쌓기도 한다. 이때 "몽롱예버"라는 떡과 갖가지 음식을 웃어른에게 대접한다.

이날은 미얀마 젊은이들에게는 해방의 날이다. 거리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자유스러움이 넘쳐난다. 조금은 억압되어 있는 듯한 사회 분위기와 종교적인 영향 탓으로 어떠한 감정을 드러내 놓지 못하는 습성을 가진 미얀마 사람들도 이날만큼은 크게 웃고 즐긴다. 그러나 외국인들에게는 조금은 걱정스러운 날이다. 미얀마 어디를 가도 장난기 섞인 물세례의 집중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자유스러운 분위기 탓으로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미얀마 사람들의 술주정과 광기가 표출되기도 한다.

축제의 마지막 날은 시내 주요도로에 꽃과 온갖 화려한 장식을 한 자동차들의 행진이 이어지며 미얀마 땅에 축복을 내려주시라는 의미로 예포를 쏜다. 그리고 각 사원마다 스님들에게 음식과 옷을 보시하며 스님들은 신자들에게 축복의 기도를 해준다.

밤에는 연극공연과 함께 미얀마 전통극을 공연하며 마을마다 "띤잔"의 노래인 "더잔 어까 tha jyan aka"를 경연하는 콩쿨대회를 열어 아쉬운 축제의 마지막 날을 보낸다.

"띤잔"축제가 끝나면 미얀마 사람들은 다시 조용한 그들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현세에 대한 욕심 없이 내세를 기원하며 언제나 수도승처럼 사는 미얀마 사람들은 미얀마의 신년을 조금은 떠들썩하지만 이렇게 물로서 자신을 씻어내고 깨끗한 몸으로 맞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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