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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언제나 범죄'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선 팀 아이스너씨
'전쟁은 언제나 범죄'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선 팀 아이스너씨 ⓒ 권박효원
수원의 한 학원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미국인 참가자 팀 아이스너(24)씨는 이번 시위가 지난 국제행동의 날에 이어 두 번째 참가다.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미국인(American against War)' '전쟁은 언제나 범죄(War is Always Criminal)'라는 영어구호를 피켓 앞뒤로 적은 아이스너씨는 "미국 내에서는 전쟁에 찬성하는 여론이 많다"는 기자의 말에 대해 "부분적으로 사실"이라고 답했다.

"미국 언론이 다친 사람을 보여주지 않고 미군 작전의 성공적 수행을 부각시키는 데다 미국인들이 '우리는 다른 나라를 도와주고 있다'는 신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 아이스너씨의 설명이다. 그는 "이를 바꾸기는 매우 어렵지만 교육과 대안 언론, 반전운동가들의 활동을 통해 변화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시위 중 들리는 반미 구호가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아이스너씨는 "처음엔 불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절한 한국인들을 만나면서 그가 내린 결론은 한국인은 미국 정부를 반대할 뿐 미국인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아이스너씨는 "나도 지금은 미국의 정부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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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참가 내내 고국에 대한 규탄 발언을 듣기는 영국인 라이언 맥기네스(23)씨도 마찬가지. 맥기네스씨는 "다른 건 괜찮은데, 나를 '미국사람'으로 부르는 것은 싫다"며 "아직 겪은 바는 없지만 '양키 고 홈' 같은 구호는 불편하다"고 말했다. 맥기네스씨는 영국 내 전쟁여론에 대해 "찬반이 50:50인데 오늘 런던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며 한국어로 "영국사람 멍청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역시 영국에서 7개월전 한국에 온 만디(24)씨는 매주 촛불시위에 참가한다고 한다. 영국에서도 대규모의 반전집회가 이루어진다고 말문을 연 그는 이번 전쟁에 대해 "힘과 돈을 위한 명분 없는 전쟁"이라고 비난했다.

마틴(26), 시몬(24), 로렌(25), 마이클(25) 등 네덜란드인 4명은 10주 과정 인턴교육 과정 때문에 한국에 왔다가 이 날 집회에 참가했다. 무대차 뒤켠에서 촛불시위 틈틈히 나오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던 이들은 "우리는 부시를 매우 증오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침공을 지지했지만 자신들의 생각은 다르다는 것. 이들은 인터뷰 중 뒤에 서있는 경찰들을 가리키며 "이 사람들은 왜 서있냐"고 물었고 "다음 시위는 참가하지 못할 것 같다. (경찰 진압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노무현, 민중으로부터 고립 자초
전세계적 반미 감정 고조될 것"


'다함께' 집회에서 무대에 올라 반전연설을 하고 있는 리또(오른쪽)씨와 마크씨.
'다함께' 집회에서 무대에 올라 반전연설을 하고 있는 리또(오른쪽)씨와 마크씨. ⓒ 권박효원
리또(28)씨와 마크(29)씨는 한국 필리핀 이주노동자 공동체연합인 '코사마크'의 간사. 리또씨는 "한국과 필리핀은 상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이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리또씨는 또한 "필리핀은 미군의 지원과 차관을 받기 위해 전쟁을 지지했고 많은 사회운동가를 탄압했다"며 자국에 대해 "미국의 꼭두각시 정권"이라는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역시 미국에 종속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큰 실수이며 민중으로부터 고립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에서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 대학원에 유학온 브라제시(26세)씨는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덕분에 우리말로 기자와 인터뷰를 가졌다. 인도에서 여러 번 반전 시위에 참가했지만 한국에서 반전시위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브라제시씨는 "두 나라의 반전시위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브라제시씨는 "예전까지의 인도 정부는 군사적으로 러시아와 가까웠는데 이번 정부가 친미적이어서 미군과 합동군사연습을 한다"며 "그러나 외부 압력 때문에 정부가 전쟁을 반대하지는 않았다"며 인도의 상황을 전했다.

또한 브라제시씨는 국제관계학도답게 "이후 중동과 세계에는 미국에 대한 저항이 가중될 것이고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도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군을 환영하는 이라크인의 모습에 대해 "이라크인 중에서는 미군을 환영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매스컴은 환영하는 사람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미군을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면 이 침공이 보다 조기에 종결했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이번 집회에는 며칠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한 한국외국어대 아랍어과에서 강의를 하는 모나(여, 47세)씨의 둘째 아들 박신우군도 함께 했다. 박신우군과 함께 있는 하비(32)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오마이뉴스>라는 말을 듣고는 인터뷰를 거절했다.

신우군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은 상태였다. 그 이유는 기사에 대한 일부 네티즌들의 글 때문이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것을 이용해 막말을 하는 네티즌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었다. 결국 신우군은 "네티즌은 믿을 수 없다"란 말을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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